[TF이슈] '2월 임시국회' 열었는데…'마음은 콩밭 간' 의원들(?)

지난 17일부터 2월 임시국회가 열린 가운데 지역구 선거전에 몰두하는 의원들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회=남윤호 기자

선거 전 '의원실 닫힌 문' 괜찮을까…"효율성"vs"민원 대응" 팽팽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4·15 총선을 57일여 앞둔 국회 의원회관은 평소보다 조용하다. 국회의원들과 보좌진이 지역 민심을 살피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는 가운데 2월 임시국회 회기 중에도 의원실을 비운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의원의 보좌진은 9명으로,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제9조」에 따라 '입법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보좌직원을 둘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보좌진은 「국가공무원법 제3조 3항」에 의해 특수경력직 공무원으로 규정돼 있다.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동일 지역구에 출마하는 현역 의원들은 국회 보좌진을 파견해 지역 조직과의 만남이나 선거 공약 개발 등에 매진하게 하는 것이 '관행상' 허용돼왔다.

또, 임시국회 회기 중에도 의원이 보좌진을 보내 지역구 관리에 매진하며 국회 의사일정이나 입법 활동을 소홀히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선거운동하라고 보좌진을 뽑게 했느냐"는 지적이다.

실제 <더팩트> 취재진이 2월 임시국회가 시작된 지난 17일 오후 2시부터 오후 5시까지 국회 의원회관을 전수조사한 결과 총 26개 의원실이 문을 잠그고 불이 꺼져 있는 상태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부 의원실은 문 앞에 비상연락처를 남겨두기도 했다.

다음 날인 18일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보건복지위원회 전체 회의가 있었다. 회의가 열리는 오후 2시부터 해당 상임위 소속 의원실을 방문한 취재진은 2개실이 비어있는 것을 확인했다.

지난 18일 보건복지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회의 중 닫혀 있는 이명수 의원실과 박완주 의원실. 평상시 대부분의 의원실은 밑의 사진처럼 문을 활짝 열어두는 편이다. 두 의원은 보좌진과 함께 상임위에 출석했다고 설명했다. /문혜현 기자

두 의원은 모두 상임위에는 출석했지만, 보좌진이 지역구에 내려가 있거나 상임위에 함께 와 있는 관계로 의원실을 비웠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위 소속 이명수 미래통합당 의원은 통화에서 "상임위에 오느라고 의원실 문을 잠갔다"며 "그때 그때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회에 일이 있으면 여기 오고, 없으면 지역구를 가는 편이다. 오늘은 보좌진과 함께 상임위장에 왔다. 보통 지역구에 가더라도 의원실에 직원을 1~2명 두는 편"이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좌진이 모두 상임위장 아니면 지역에 내려가 있어서 그렇다"며 "요즘은 보통 지역구에 다 내려가 있는 편"이라고 당연한 듯 말했다.

보좌진들 사이에선 평이 갈렸다. 여당 소속 A 보좌진은 "한두명은 무조건 있어야 한다"며 "선거를 도우러 갈 수는 있는데 회관 업무도 해야 한다. 아예 비우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게다가 임시국회 회기 중이니 상임위 업무(피감기관 살피기, 법안 검토) 뿐 아니라 민원 응대 등 해야 할 일이 많다"며 "원래 선거운동원은 의원 사비로 급여를 줘야 한다. 보좌진은 국회에서 다 돈이 나오고 본인 직원이기 때문에 막 굴려먹을 수 있는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 한 명의 국회의원에게 주어지는 보좌진 지원금은 매년 5억 원이 넘는다. 4급 보좌관의 경우 공표된 급여는 8300만 원 정도고, 5급 비서관도 8000만 원 이상의 급여를 받는다.

또, 의원은 보좌진의 직접 고용권을 갖고 있어 '사장님'으로도 불린다. 입법활동에 법적 근거를 둔 보좌진이 의원의 '지역구 관리' 지시에 섣불리 불응할 수 없는 이유다.

같은 여당 소속 B 보좌진도 "원칙적으로 선거운동을 현역 의원실에서 하는 건 좋은 방향이 아니다. 9명의 보좌진은 입법활동을 하는 거다. 선거운동 하라고 뽑은 것은 아니지 않나"라며 "그런데 이게 어지간하면 눈 감아 주는 건데 아예 다 내려간다? 그건 국회의원의 업무태만이다. 애초에 (본래 목적이) 아닌 인력을 가져다 쓰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야당 소속 C 보좌진은 "의원실 자체를 '왜' 비웠는가가 중요한 것 같다. 지역구가 넓은 의원들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 않나"라면서도 "공식적인 선거 운동 기간이 별도로 정해져 있다. 그때부터면 몰라도 지금부터 자리를 아예 비우는 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야당 소속 D 보좌진은 "보좌진이 의원실에 있는가 없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며 "빈 의원실을 두고 칼로 자르듯이 맞다, 아니다로 나눌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며 '천차만별'인 의원실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의원이 지역구에 갔을 때 오히려 의원실에서 하는 업무가 더 많을 때가 많다"며 "의원도 대부분 지역구에 가서 듣는 민원이나 현안을 바로바로 사무실에 알려주고, 우리는 그걸 해결하고 방안을 찾는 편이다. 그래서 의원이 계셔도 문을 열고, 안 계셔도 문을 여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선거전 같은 경우는 대부분 지역에서 공약을 만들고, 미리 만남도 갖고 해야 해서 많이 내려가는 편"이라며 "이때도 행정비서를 남겨두고 내려가는 방(의원실)도 있고, 다 내려가는 방들도 있다. 이미 지역구로 다들 간 경우엔 국회 일정을 위해 보좌관·수행비서 정도만 와서 일하고 내려가는 일도 있다"고 설명했다.

보좌진들은 지역구가 넓어 인력이 모자라는 상황이면 어쩔 수 없다면서도 그래도 자리를 아예 비우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30일 열린 보건복지위 회의. /배정한 기자

D 보좌진은 "현실적으로 방의 여건에 맞춰서 가야한다. 지역구에 조직이 있는 방은 몰라도 초선 의원이나, 지역을 관리할 인력이 모자라면 미리 내려가서 공약을 만들거나 선거 일정을 점검한다"고 했다.

그는 특히 "국회 의사일정은 의원이 수행하는 것"이라며 "일이 있으면 수행비서나 정책 보좌관이 있어서 다 한다. (빈 의원실)을 문제 삼을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고 본다. 의원이 국회 일정도 가지 않고 아예 선거에 집중하면 문제지만 보좌진이 의원실에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정치자금법상 국회의원은 지역에 후원회 사무소만 둘 수 있고, 후원회 사무소엔 최대 5명까지 직원을 둘 수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국회의원 보좌진의 지역구 근무를 금지하는 조항은 없는 상태다. 공직선거법상으로도 국회 보좌진의 선거 지원 활동을 허용해 왔다. 다만 일반 선거사무원에게는 의원 사비로 지급해야하는 하루 3만 원 가량의 수당을 보좌진에겐 별도로 지급하지 않고 교통비·숙박비 등만 추후 지급한다.

때문에 보좌진의 지역구 선거운동이 범법은 아니지만, 보좌진의 임금이 국민의 세금에서 나오는 만큼 "세금으로 선거운동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총선 직전 임시국회가 가동 중인 상황에서 의정활동보다 선거운동에 집중하는 현상이 발생할 경우 피해는 입법 효과를 누리지 못하는 국민이 입는 셈이다.

이를 두고 박상철 경기대 교수는 통화에서 "(선거운동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국회의원으로서 평상시 지역구 관리는 중요한 임무 중 하나"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시국회·정기국회는 의원들한테 제일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보좌진이 없는 건 (의원이) 형식상 와있는 거다. 의정활동에 전념하지 않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현출 건국대 교수는 "국회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는 게 옳은 것이지만, 코앞에 대사가 있는 건 사실"이라며 "정치인이란 게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어서, 원칙적으로만 말할 수 없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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