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직접 '기생충' 관람…"국민에 자부심과 용기 줘 감사"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박수 한번 치면서 시작할까요?"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는 조금 특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참모진들에게 박수를 청했기 때문이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참석자들의 박수가 터져나왔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까지 4개 부문을 석권한 것을 축하하기 위해서다. 그도 그럴 것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할리우드의 높은 벽을 넘고 아카데미에서 수상한 것은 한국 영화 101년 역사상 처음이다.
더군다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침체된 사회에 새바람을 불어넣고 국민에게 기쁨과 희망을 줬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문 대통령은 수보회의 때 언급에 그친 게 아니라 사회관계망에 별도의 축전을 보냈다. 문 대통령은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고 있는 국민들께 자부심과 용기를 줘 특별히 감사하다"고 전했다.
사실 봉 감독을 향한 문 대통령의 축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봉 감독이 한국 최초로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것을 축하하며 "열두살 시절부터 꾸어온 꿈을 차곡차곡 쌓아 세계적인 감독으로 우뚝 선 봉준호라는 이름이 자랑스럽다"며 치켜세웠다.
이후 문 대통령은 당시 10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둔 지난해 6월 서울 용산구 한 영화관에서 김정숙 여사와 '기생충'을 관람했다. 취임 이후 네 번째 '직관'이었다. 별도로 봉 감독이나 출연자는 만나지 않고 특별한 언급도 없었다. 다만, 대통령이 직접 기생충을 챙겨본 것은 그만큼 관심이 컸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봉 감독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작성된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지원배제 명단)에 속해 있었던 인물이었다. 진보 성향의 인물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그런 그가 걸출한 역작을 내면서 세계적인 관심을 끌어냈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8일 문화예술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문화예술인들의 생활 안정, 또 창작을 지원하고 복지 수준도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이번 수상으로 아시아 영화계를 넘어 세계에 한국 영화의 작품성과 완성도를 널리 알리게 됐다. 한층 위상이 높아진 한국 영화는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케이팝(K-POP)과 한국드라마와 함께 '한류'의 한 축을 맡아 한국의 문화산업을 선도할 가능성도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