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미움·증오 선동 막아주는 게 '중간 담론'"
[더팩트ㅣ영등포=문혜현 기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9일 "정치의 목적은 사회에 대한 책임과 자기자신에 대한 책임"이라며 안철수 전 대표가 창당하는 국민당의 나아갈 방향을 이같이 제시했다.
진 전 교수는 이날 오후 하이서울유스호스텔에서 열린 '국민당' 창당발기인대회엔 얼마 전 정의당을 탈당한 진 전 교수가 '무너진 정의와 공정의 회복'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에 나섰다.
그는 "정치인들이 사회를 배려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사회를 책임지는 사람들"이라며 "정치는 공적인 거다. 내 아이를 위해 정의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모두의 아이를 위해 정의를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치의 목적은 사회에 대한 책임과 자기자신에 대한 책임"이라며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고 했다. 정치에 참여하는 행위를 통해 다른 동물들과 구분되는 논리, 윤리를 갖출 수 있다는 사상이다. 저는 깊이 공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 전 교수는 "제가 정치에 관심을 갖고, 열심히 참여하고 반응했던 건 바로 정치가 갖고 있는 이런 중요한 의미 때문이었다. 사람들을 더 똑똑하게 해야 한다, 로고스. 정치에 참여해 무엇이 참인가, 거짓인가 수많은 논쟁과 대화를 통해 사람들을 더 똑똑하게 해야 한다. 에토스. 윤리적이어야 한다. 자신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사람들을 윤리적으로 만드는 것이 정치의 기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에토스와 로고스를 그들이 무너뜨렸다"며 "대중들만 그런 게 아니라 멀쩡하던 지식인들도 다 이상해졌다. 정치인들도 그렇다. 대중을 동원하려 한다. 혐오·미움·증오를 선동하려 한다. 그걸 막아주는 게 '중간의 담론층'이다. 지식인들이 걸러주고 비판해주는 게 마비됐다. 그들도 통치기구의 한 파트가 돼 버렸다"며 현 정권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강연에서 "에토스와 로고스로 돌아가자"고 제안했다. 그는 "모든 시민은 로고스와 에토스의 능력을 갖고 태어난다고 생각한다. 그 능력을 발전시켜주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런데 저들은 다른 것 가다. 저들은 시민들을 자신에게 선동당하는 존재로 생각한다. 얼마든지 동원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난 대중들에게 그들이 갖고 있는 이 생각이 너무 혐오스럽다"며 "에토스와 로고스를 다시 세워야 한다. 토론을 통해서, 대화를 통해서 때로는 논쟁을 통해 로고스를 발달하고 윤리의식을 함양해야 한다. 이 사회의 정의를 세운다는 건 개인을 배려하는 거라고 굳게 믿는다"고 밝혔다.
진 전 교수는 "여러분 정치하시는가. 머리 굴리지 말라. 저는 돌머리가 잔머리 굴리는 것 혐오한다. 세상은 그들의 머리보다 훨씬 넓다. 원칙을 중요시하라. 그럴 때 필요한 게 원칙"이라며 "최선의 정치는 정직이다. 여러분 정직하시라"며 강의를 맺었다.
약 25분간 이어진 진 전 교수의 강의는 '공정·정의·정직·원칙'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었다. 현 정권과 여당, 조 전 장관에 대한 날선 비판도 이어졌다. 그는 청중에서 '드루킹 사건 당시 진 전 교수가 드루킹과 김경수, 민주당이 아무 상관 없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상관 없다고 했는데 지금도 똑같나'는 물음이 나오자 "아니다. 그렇게 생각 안 한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