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맡길 곳 없는 부모 발만 동동…정부·정치권 대책 부재 아쉬워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아이 유치원 개학이 연기됐는데 돌봐줄 곳이 없어 걱정이에요. 휴가를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나온 지역에 사는 한 후배의 말이다. 아이들을 생각하면 정부 당국의 대책이 적절하지만, 당장 맞벌이 부부는 '아이를 어디에 맡겨야 하나?'라는 현실에 부닥치게 됐다. 아이를 돌볼 사람을 부르자니 1시간에 1만 원으로 하루 평균 8만~9만 원을 지출해야 한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다.
3일 현재 교육부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고자 개학을 미루거나 휴원한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는 전국 484개교로 유치원 393곳, 초등학교 53곳, 중학교 21곳, 고등학교 16곳, 특수학교 1곳이다. 적절한 조치로 생각한다.
주변 엄마들 사이에서는 불안감에 휴원이나 개학 연기가 더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를 듣는다. 얼마나 걱정이 되면 그럴까. 부모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런데 맞벌이 하는 후배의 말을 들으니 정부가 휴원이나 개학을 미루는 대처와 함께 부모들을 위한 것도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일부 기업은 재택근무 배려를 한 곳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이 더 많다. 만약 정부가 맞벌이 부부 중 한 명은 의무적으로 재택근무를 하도록 하는 대책을 내놓는다면 어떨까 싶다. 또,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부모를 위해서는 기업 부담을 줄이는 정부 지원도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아직까지 이와 관련한 대책이 없는걸 보면 맞벌이 부부가 겪는 심적, 경제적 고충에 정부나 정치권이 미처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는 것 같다.
5일 고위 당·정·청 회의나 전날(4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 내용 대부분은 방역, 가짜뉴스, 경제 등에 집중됐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당·정·청 회의에서 "이미 영세한 음식 숙박 소매업이 직격탄을 받고 있다. 이분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기 전 선제적이고 과감한 지원방안 마련할 것"을 요청했다.
큰 틀에서 정부와 여당의 대응은 적절하고 국민 우려를 염려한 대책이다. 다만, 이번 사태를 겪으며 생각하게 되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현재까지 강조하고 있는 "일과 가정의 양립"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부분이다. 문 대통령은 틈만 나면 이 말을 강조하는 것으로 기억하는데. 실제 정부 정책에서는 후순위로 밀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더는 확산하지 않길 바라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그리고 이제 곧 아이들은 새 학기를 맞는다. 맞벌이 부부는 지금이야 어찌어찌 버텨보겠지만, 휴원과 개학이 늦어지는 일이 또 발생할 경우 심각한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일과 가정의 양립'이 성립할 수 있도록 맞벌이 부부를 위한 대책이 절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