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확대경] 김의겸 불출마로 격해진 민주당의 '시스템 공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표 공약인 시스템공천이 총선을 72일 앞두고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당 일각에선 여전한 측근 밀어주기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달 21일 영입인재 발표 기자회견에서 물을 마시는 이 대표. /남윤호 기자

"시스템공 천 한계 있지만, 이전보단 나아" 목소리도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약이자 민주당이 야심차게 추진해온 '시스템 공천'이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지도부 측근 현역 의원 다수의 단수공천이 예상된다는 전망과 함께, 3일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사실상 당으로부터 부적격 판정을 받자 친문 당원들의 반발이 격해지고 있다.

이 대표는 취임 때부터 21대 총선은 '시스템 공천'으로 치르겠다고 강조해왔다. 20대 총선에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전권을 갖고 공천권을 행사할 당시 본인 역시 컷오프에서 탈락한 뻐아픈 경험이 있어 계파 갈등을 최소화하자는 취지였다. 또 '정권 재창출'을 목표로 하는 만큼 새누리당의 진박 공천 파동에 따른 총선과 대선에서의 연이은 패배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우려도 있었다.

시스템 공천의 핵심은 현역 '하위 20%' 컷오프와 이를 통한 현역의원 불출마 유도, 여성·청년 가산점 부여, 전략공천 최소화 등이다. 당 지도부의 자의적 판단이 아닌 당원이 동의한 공천 룰에 따라 후보를 거르도록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 대표의 '시스템 공천'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당 지도부가 당원과 함께 마련한 공식적 '룰' 외에 공천관리위원회의 인적 구성 등을 통해 지도부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당장 현역 물갈이 폭이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민주당 총선 지역구 신청현황 분석 결과, 2일 기준 현역 출마자 109명 중 경선 경쟁자가 없는 단수 후보자는 절반이 넘는 64명으로 집계됐다. 정치권에선 "시스템 공천 때문에 오히려 인위적으로 잘라내는 작업을 하지 못해 현역 의원들에게 유리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이 대표 측근은 단수공천이 예고된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현역의원 가운데 단수 후보자로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경기 구리), 김성환 의원(노원구병) 등 이 대표의 최측근과 이인영(서울 구로갑) 원내대표, 우원식(서울 노원을), 우상호(서울 서대문갑) 의원 등 전·현직 원내지도부 인사들이 있다. 원외로는 지역정가에서 이 대표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용인시(갑) 단수공천설도 돌고 있다.

일각에선 시스템공천이 무너졌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한편 정착하는 과정의 시행착오라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해 8월 인천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 중인 이 대표와 윤호중 사무총장. /인천=남윤호 기자

이해찬표 '시스템공천'에 대한 우려는 이날(3일) 김 전 대변인이 총선 레이스에서 중도 하차하면서 일부 당원들을 중심으로 더 커지는 양상이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상에서 자신을 민주당 당원이라고 밝힌 네티즌들은 '이 대표는 당원들이 힘겹게 만든 시스템 공천을 무시하고 측근과 민평련계에게 단수 공천의 특혜를 주며 당을 사당화시킨 죄가 크다' , '단수 공천자들 들러리 세우며 시스템공천 무늬 내려고 하나', '검증위와 공관위라는 당규상의 시스템 검증 과정을 무력화시킨 정무적 판단' 등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면 '시스템공천'이 정착하는 과정 중 하나라며 향후 안정성과 개혁성을 조율해나가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도 나온다.

수도권의 민주당 소속 한 예비후보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당이 예전처럼 밀실에서 (공천)하는 모습들은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한다"고 긍정 평가했다. 이어 "물갈이 폭이 줄어드는 것은 정치 신인으로선 상당히 염려스러운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정치 신인 공천을 과감하게 실현했으면 좋겠다는 희망과 예측가능하고 지속가능한 당 시스템 정착, 이 두 가지를 조화롭게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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