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성에 집중한 영입, 사후 방치 끝내야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4·15 총선을 앞두고 정당들이 경쟁적으로 새로운 인재영입에 나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역경을 극복한 이야기로 눈길을 끌었던 더불어민주당 2호 영입인재 원종건(26) 씨는 부적절한 사생활 논란이 불거지며, 영입인재 자격을 '자진 반납'하고 30일 만에 정치권에서 퇴장했다.
원 씨는 자유한국당에서도 영입 제안을 받았으나, 영입 후 조건 등을 따지다 민주당을 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거대양당의 공통된 인재 영입 키워드는 '청년'과 '이야기'다. 화제성과 감동에 방점을 찍고 새 얼굴 모시기에 나서다 보니 '인재(人才)영입'이 '인재(人災)영입'이 된 것이다.
인재영입 후 관리에도 허술한 부분이 있다. 한 정당 지도부 인사는 "정치 활동이라는 게 당에서 챙겨주고, 케어해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라며 "영입된 후에 스스로 갈 길을 정해 가는 시스템이다 보니, 알아서 뛰어야 하는 면이 있다"고 했다.
정치권 밖에 있다가 각 당의 구애로 정치권에 발을 들인 예비 정치인들은 정치권 밖에서 꿈꿔왔던 이상을 현실 정치에 녹이는 방식을 배워야 한다. 아무리 정치에 재능이 있더라도 이상을 현실로 만드는 방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면 뜻을 이루기 어렵다.
사회적 명망이 높았던 인사가 정치권에 들어와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하고 퇴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은 이상과 현실의 접목에 실패한 탓이다. 각 당에서 어렵게 영입한 인재를 영입 후 잘 육성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우리나라 주요 정당의 내부에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꿈꾸는 젊은 당직자, 보좌진, 청년 당원들도 많다. 하지만 이들의 정치적 능력을 기르는 시스템은 부족하다. 기존에 보유한 자원도 가공을 못 하는데, 외부에서 영입한 새 자원을 잘 가공할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결국 정당 내 정치인 육성 시스템 미비를 방치하면 선거철 공들여 영입한 인사들이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사라지는 일이 반복될 것이다. 우리나라에 존경받는 정치인이 거의 없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인재영입이 '선거용 쇼'가 되지 않기 위해선 각 당의 정체성과 자질을 갖춘 인사를 영입하는 일과 영입한 인사를 잘 육성하려는 노력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나아가 스스로 정당 정치의 문을 두드린 가능성 있는 인사들이 잘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