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주간政談] '피곤했나?' 안철수, 탈당 후 '예측 불허' 장소로 이동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바른미래당을 전격 탈당한 다음 날 바른미래당 의원들과 비공개 회동을 갖고 신당창당을 논의했다. 지난달 28일 바른미래당 의원들과 오찬 회동한 안 전 대표. /남윤호 기자

<더팩트> 정치팀과 사진영상기획부는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TF주간 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 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파는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민주당 놀라게 한 '원종건 사태'…'우한 폐렴' 수습에 정치권 '촉각'

[더팩트|정리=문혜현 기자] -설 연휴가 지나고 정치권은 본격적인 총선 준비에 돌입하는 모습입니다. 각 정당이 속속 인재영입식을 갖고 분위기를 띄우고 있는데요. 야권에선 통합 논의가 한창입니다. 또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귀국 10일 만인 지난달 29일 탈당을 선언했습니다. 보수통합을 추진 중인 야권은 안 전 대표의 탈당 후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구애를 보내고 있습니다.

-민주당에선 2호 인재로 영입됐던 '20대 청년' 원종건 씨의 과거 연인과의 문제가 폭로되면서 파문이 일었습니다. 원 씨는 결국 당을 떠나게 됐습니다.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의 설 인사 사진이 합성사진으로 뒤늦게 알려져 누리꾼들의 관심을 받기도 했는데요. 그뿐만 아니라 정치권은 중국을 시작으로 한국으로까지 번진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두고도 정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모든 사태를 진두지휘하며 우리 국민의 안전과 국내 방역에 총력을 다하며 불안감을 낮추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먼저, 안 전 대표 이야기부터 들어보겠습니다.

지난달 29일 바른미래당을 탈당한 안 전 대표는 다음 날(30일) 오후 여의도 모처에서 비공개 일정으로 바른미래당 내 안철수계 의원들과 회동을 갖고 신당 창당을 논의했다. 안 전 대표와 의원들이 인사하는 모습. /이철영 기자

◆ '총선 D-77' 탈당한 안철수의 여의도 밖 '첫' 목적지는?

-1년 4개월 만에 국내로 돌아온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정치적 선택지는 결국 '탈당'이었습니다. 지난달 29일이죠. 그런데 안 전 대표가 탈당 직후 뜻밖의 목적지로 향했다고요?

-네, 안 전 대표는 이날 오전 11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 선언문'을 읽은 뒤 7분 만에 기자회견을 마치고 별도의 질의응답 없이 곧바로 국회를 떠났습니다. 현장에선 안 전 대표의 다음 일정으로 바른미래당 당사로 가서 당직자들과 인사를 하는 것까지만 공지됐습니다. 국회를 나온 안 전 대표는 당사로 이동해 소속 의원들, 당직자들과 짧은 인사를 나눈 뒤 여의도를 떠났습니다.

-총선이 77일 남은 시점에서 안 전 대표가 바른미래당 재건 대신 '신당 창당'을 예고해, 저희 취재진은 그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웠습니다. 안 전 대표가 구체적 창당 로드맵을 공개하지 않아 그런 부분들에 관해 묻고자 밀착취재를 했는데요, 당사를 떠난 안 전 대표가 향한 곳은 전혀 의외의 장소였습니다. 바로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위치한 자택이었습니다.

-당사를 떠난 시간이 점심 무렵이었던 만큼 취재진은 향후 안 전 대표가 함께할 인사들과 만나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요, 아니었습니다.(웃음) 일반적으로 정치인의 주 업무는 사람 만나는 게 전부라는 얘기도 있는데요. 안 전 대표의 행보는 정말 취재진도 가늠하기 힘듭니다.

-안 전 대표를 자택에 내려주고 떠났던 차량은 약 1시간 만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취재진의 존재를 인지한 안 전 대표 측 한 인사가 현장에 대기하던 취재진에게 먼저 말을 걸어왔습니다.

-뭐라고 하던가요?

-매체와 취재 목적 등을 물었는데요, 취재진은 '안 전 대표의 향후 창당 로드맵'과 '어떤 인사들과 새로운 정치적 미래를 구상하는지' 등을 물으려 한다고 답했습니다. 이에 해당 관계자는 "이후부터는 비공개 일정이고, 관련해 본인이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말한 뒤 안 전 대표 차량으로 돌아갔습니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아 그 전에 안 전 대표가 신당을 만들고, 성과를 내려면 함께할 사람을 모으기 위해 분주히 움직여야 할 것 같은데요, 어떻게 움직이고 있죠?

-탈당 후 첫 공개 일정은 30일 필립 르포르 주한 프랑스 대사와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 면담이었습니다. 프랑스 대사의 경우 정치적 휴식기에 전 대사가 도움을 준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한 방문이었고요, '정치적 멘토' 한 교수는 향후 행보에 대한 조언을 듣는 자리였습니다.

-해당 일정 후에는 바른미래당 내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7인의 의원들과 서울 여의도의 모처에서 비공개 회동을 한 것을 취재진이 단독으로 포착([단독] '탈당' 안철수, 바른미래당 의원들과 비공개 회동 포착(영상))하기도 했는데요, 한 참석자는 "신당 창당과 관련한 논의를 위한 자리였다"고 말했습니다. '실용적 중도정당'을 추진하는 안 전 대표의 행보는 앞으로도 관심을 갖고 계속 취재할 예정입니다.

미투 의혹으로 논란이 된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 2호 원종건 씨가 결국 민주당을 탈당했다. 지난달 28일 미투 의혹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자리를 뜨는 원 씨. /배정한 기자

◆ '원종건' 사태는 구글링을 못 해서?

-이번 주 민주당에선 '이남자' 원종건 씨가 단연 화제였죠?

-그렇습니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달 27일 오후 원 씨의 전 여자친구라고 밝힌 한 누리꾼의 폭로 글이 올라왔었죠. 민주당과 당사자인 원 씨 모두 침묵을 지키다 다음 날 기자회견을 했는데요. 그야말로 '기습'이었습니다. 민주당 공보국에서 9시 20분쯤 출입 기자들에게 '원종건 기자회견 지금 즉시'라고 문자로 통보한 것이죠. '영입인재 2호 원종건'도 아니고 그냥 '원종건'인 것도 의미심장했습니다. 이걸 보고 '민주당이 벌써 원종건 씨와 거리 두는 건가'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웃음)

-원 씨는 회견장인 정론관에 들어서자마자 1분가량 입장문만 읽고 도망치듯 자리를 떴습니다. 통상 발표 뒤 정론관 바로 앞에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는 백브리핑을 하는데요. 앉아서 기다리는 취재기자들 질문을 뒤로 한 채 곧바로 민주당 공보실로 들어가 반대편 문을 통해 국회를 빠져나갔습니다. 일부 취재진은 원 씨가 다시 나올 것을 대비해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떠난 걸 알고 '놓쳤다', '도망갔다'는 반응들이었습니다. 공보실 관계자는 "원 씨가 공보실에 두고 온 외투를 입고 반대편 문으로 나간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원 씨를 향한 기자들의 시선은 더 따가워졌습니다.

-원 씨 발표 이후 곧이어 홍익표 수석대변인이 기자들과 만나 당 입장을 밝혔는데요. 질문들이 쏟아지자 홍 대변인은 '원 씨가 백블에서 답하지 않았냐'라고 물었고, 기자들이 '백블도 안하고 바로 떠나버렸다'라고 이르듯 말하니 홍 대변인도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무응답이 당 방침은 아니었던 듯 합니다.

지난달 28일 원종건 씨가 국회 정론관에서 입장을 밝힌 뒤 차량에 올라 빠져나가던 당시. /배정한 기자

-원 씨 의혹에 대해선 기자들도 이미 알고 있었다고 하던데요?

-공공연한 건 아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제 경우엔 인재영입 발표 당일 이번 의혹 관련 폭로 글 하나가 취재진 단체 대화방에 공유돼 직접 원 씨에 대해 인터넷 검색을 해봤습니다. 다른 글들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기자들 사이에선 '구글링만 해도 나오는데 영입 최종 결정자들이 나이가 많아 검색을 못 하니 알지 못했던 게 아니냐', '젊은 실무진들이 어르신들께 전달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 하는 우스갯소리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사실 당이 몰랐다기보단 당사자가 나서지 않았기 때문에 대응하지 않았다는 해석에 더 무게가 실립니다.

-원 씨 사태 이후 민주당의 인재영입 관리 방식도 돌이켜보게 됐습니다. 현재 민주당에 영입된 인재들의 취재나 인터뷰 요청은 모두 공보국을 통해야 합니다. 취재 내용까지 알려야 합니다. 저도 설 연휴 전 원 씨 대상 전화취재를 요청했다가 당이 '일정이 안 맞아 어렵다'고 거절당했었는데요. 그래서 원 씨가 지역구 출마를 선언했던 지난달 23일 직접 만나 물어야 했습니다. 그때도 질문에 답하는 원 씨의 옆에는 공보국 관계자가 지켜봤습니다. 영입인재들을 '온실 속의 화초'처럼 관리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매너 없이 떠난 원 씨는 결국 지난달 30일 민주당을 탈당했습니다. 청년을 대표해 야심 차게 정치권에 발을 들였던 그의 '한 달간의 꿈'은 무엇이었을지 궁금해지네요.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설 인사를 합성사진으로 한 것이 알려지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이 의원 블로그·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 설 인사를 '합성 사진'으로…? 이은재 의원의 '고급 기술'

- 설 연휴가 지나고 이은재 한국당 의원의 설 인사 사진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죠.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먼저 올라왔다고 하는데 왜 그런 건가요?

-네, 이 의원이 분홍색 한복을 입고 설 인사를 하는 사진인데요. 이 사진이 '합성 사진'임이 알려지면서 수면 위로 떠 올랐습니다. 해당 사진만 볼 때는 합성한 티가 거의 나지 않는데요. 원본을 보면 이 의원의 사진이 매끄럽게 합성된 사진임을 한 눈에도 알 수 있습니다.

-취재진이 사진의 출처를 파악해보니 한 한복업체에서 제공한 것이었는데요. 공교롭게도 이 사진은 회원제 이미지 공유 사이트에도 올라와 있었습니다. 한복업체 업주는 "사진을 사이트에 공유한 적은 없다"면서도 "(이 의원이) 사용해도 괜찮다. 크게 상관없다. 애들(자녀)이 사진을 (사이트에) 올려서 그런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때문에 사진을 무단 도용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데요. 하지만 명절에 앞서 설 민심 잡기에 나선 국회의원이 인사 사진을 합성으로 했다는 점에 취재진 사이에선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움으로 '재미있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실제로 일부 의원실에선 의원의 사진을 찍기 위해 배부받은 카메라 외에도 좋은 장비를 구입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더 좋은 모습을 국민께 보여드리기 위해 이미지나 영상에 신경을 쓰는 의원들도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보좌진들 사이에선 '너무 성의가 없는 것 아니냐'는 반응부터 시작해서 '오죽 바빴으면 그랬겠나, 사진 찍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라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웃음)

-새롭기는 하네요. 그런데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고요?

-네, 그렇습니다. 해당 사진과 관련한 내용을 들여다보던 중 이 의원의 '합성 사진 사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란 걸 알게됐습니다. 이 의원은 지난 2016년 20대 총선 당시 예비후보 시절에도 설 인사를 전하며 합성 사진을 사용했습니다. 당시 사진은 합성한 흔적이 다소 보이는데요. 그때에 비하면 지금 합성기술이 조금 더 좋아졌네요.(웃음)

우한 폐렴 공보가 확산하는 가운데 청와대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종합 점검회의에 참석하기 전 손 소독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 손 소독제는 필수…기승전 '우한 폐렴'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진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덩달아 국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죠. 요즘 청와대 분위기는 어떤가요?

-최근 기자들이 상주하는 춘추관 분위기는 전염병 사태가 불거지기 전과 크게 다를 게 없습니다. 모두 맡은 업무에 충실히 하고 있습니다. '개인 위생을 좀 더 철저히 지키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긴 합니다. 춘추관 출입문에 알코올 성분의 손 소독제가 있는데요, 전보다 사용 빈도가 부쩍 늘었습니다. 또 대화할 때 신종 코로나와 관련된 얘기가 빠지질 않습니다. 기승전 '우한 폐렴'이랄까요?

-춘추관 경내 안팎을 지키는 경찰분들은 항상 마스크를 쓰고 경계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기자들과 만나도 마스크를 쓴 채 인사하고요. 외부인과 접촉할 일이 상대적으로 잦기 때문에 마스크는 필수겠지요. 이처럼 대체로 질병 예방을 위한 기본적인 것들은 지키고 있는 상황입니다. 자신과 타인의 안전을 위해서 좋은 현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손 소독제, 하니까 문재인 대통령이 떠오르는군요. 악수도 생략하고 말이죠.

-그렇습니까? (웃음) 문 대통령이 사실상 신종 코로나 사태 수습을 위해 진두지휘하고 있습니다. 지난 설 연휴가 끝나기 전 국정에 복귀해 정부에 강력하고 신속하게 대처하라고 지시하기도 했고요. 거의 매일 신종 코로나와 관련해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지난달 26일 대국민 메시지를 낸 이후 27일 28일 30일 전염병 사태와 관련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문 대통령은 정부서울청사를 방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책 종합점검회의를 주재했는데요. 회의에 앞서 노란색 민방위 점퍼를 입은 문 대통령은 비치된 손 소독제를 사용해 손을 닦았습니다.

-지난달 28일에는 두 번째 확진자가 입원한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을 찾아 대응 체계를 점검하기도 했습니다. 의료원 관계자들을 만나기 위해 임시 천막에 들어가기 전 소독제로 손을 소독하고 마스크도 쓰고요. 눈길을 끄는 것은 악수를 생략했다는 점입니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행동은 아마도 신종 코로나 감염 예방을 위한 필수조치를 직접 국민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모쪼록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사태가 최대한 빨리 진정되고 수습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재우 기자, 박숙현 기자, 문혜현 기자, 한건우 인턴기자(이상 정치팀), 장우성 정치사회 에디터, 임영무 기자, 배정한 기자, 이새롬 기자, 남윤호 기자, 임세준 기자, 김세정 기자(이상 사진영상기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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