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소독제 등 자원 공급·방역 체계 미흡 지적…의료계 "방역 집중할 때"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방역과 예방 대책, 지원 논의를 위해 열린 3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선 우한 교민 임시수용시설 지역 변경 논란에 따른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지역을 다시 선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여야를 불문하고 방역체계 미흡에 대한 지적과 보완대책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野 "아마추어 정부" 비판에 與 "입국 신청 인원 늘어서"
이날 복지위에선 첫 질의부터 중국 우한에서 귀국하는 교민의 임시생활 공간 설치 지역 변경과 관련한 물음이 나왔다.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전에 주변 상황이나 자치단체 협의를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전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정부는 31일 전세기 편으로 귀국하는 중국 우한 교민과 유학생들을 기존에 검토한 천안이 아닌 충남 아산과 충북 진천에 있는 공무원 연수 시설에 격리 수용하기로 최종 확정했고 해당 지역 주민들은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이에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정부의 최종 발표 지역 소재와 다른 일차적인 중간 내용이 언론에 공개됐다"며 "지역사회에 상당한 불만과 혼선을 초래했다"고 사과했다.
다만 "교민 입국 이후 임시생활 시설에서의 보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없어 사전에 해당 지역 주민들의 동의와 양해를 구하는 데 소홀했던 한계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 차관은 또, 충북 진천과 충남 아산 지역을 교민 임시생활 공간으로 최종 결정한 이유에 대해 "시설의 운영 주체가 국가 기관이어야 한다는 원칙과 수용 능력과 관리의 용이성, 공항으로부터의 접근성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선정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김 차관의 답변에도 우한 교민 수용지역 지정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질의는 쏟아졌다.
충남 아산시갑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이명수 한국당 의원은 "아산 지역 인재개발원 선정 때 행정안정부 과장이 잠깐 다녀갔다고 한다. 졸속으로 결정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정부의 행정 처리 수준이 아마추어 수준"이라며 "(지역 변경 사유가) 정치나 힘의 논리로 보여진다"며 "지금이라도 다시 선정해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승희 한국당 의원은 '해당 지역 주민들의 항의가 님비(NIMBY) 현상이라고 보느냐'고 질문했고, 이에 대해 김 차관은 "아직은 정확한 치료법과 치료제가 나오지 않은 질병에 대해 지역 주민으로서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다"며 "그분들의 불안을 덜어드릴 조치를 완벽하게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게 정부의 책무"라고 답했다.
여당은 방어에 나섰다.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야당의 지적을 달게 받아야 한다"면서도 외교부에서 신청받은 우한 귀국 인원 수가 늘어났다며 "(언론에 첫 지역으로 보도됐던 천안 연수원은)전세기 희망자가 700명 넘어가는 수준에선 적합하지 않은 것이다. 주민 반발이 심해 아산과 진천으로 옮겨갔다고 하는 건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일 공산이 크다"고 했다.
같은 당 김상희 의원은 '우한 교민들은 무증상자인데 이들의 전파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 물었고 기모란 국립암센터 암관리학과 교수로부터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수용시설에 들어가면 이분들끼리도 접촉을 못하게 하고 있다. 일반 주민에게 전파될 가능성은 없다"며 "사실 자가격리 해도 되는데 숫자 너무 많고 (교민이) 한국에 주거 공간이 없을 수 있어 일단 격리하는 것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답변을 얻었다.
이 과정에서 윤일규 민주당 의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의 위험도가 독감 수준인데도 교민 격리 조치로 오히려 불안을 조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질병의 위험도가 2~3%도 안돼 독감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방역도 완벽한데, (정부의 격리조치로 인해) 전혀 다른 방향으로 사회적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격리도 일본형, 호주형, 미국형이 있다. 일본은 다 귀가조치했고 미국은 이글루에, 호주는 섬에다 격리했는데 한국은 근거가 뭔가"라며 격리 조치에 차이가 있는 이유를 물었다.
이에 김 차관은 "정부의 책임 하에 모시고 오는 분들이기 때문에 좀 더 강력한 보호조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라며 "미국이나 호주의 방식을 채택하기에는 현실적 여건이 허락되지 않기 때문에 저희가 실행할 수 있는 한에서 결정을 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각국 사정이나 방역당국의 판단에 따라 상이한 방식으로 실행하고 있다. 질환이 말씀한 수준의 위험률을 갖고 있지만 정확한 원인이나 감염 분석이 이뤄지지 못하기 때문에 그 불안도 같이 고려해야 한다는 판단에서 이런 조치를 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 중국 마스크 지원 논란에 복지부 "결과적으로 우리 국민 위한 것"
야당 의원들은 우리 정부가 중국에 마스크 등 물자를 지원한다는 방침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김승희 의원은 중국 물자 지원에 부정적 여론이 강하다며 "너무 성급한 정부 발표"라고 했다. 이어 "중국을 도와주고 싶으면 민간 차원에서 할 수 있는데 왜 정부가 자국민을 보호 안하고 중국 눈치보기 급급하냐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라며 중국 지원에 환영의 뜻을 내비친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를 겨냥한 것이다.
이 원내대표는 앞서 이날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도 일각의 지적에 대해 "민주당은 정부가 국민이 느끼는 불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도 평소 준비하고 훈련하며 확립한 방역시스템을 흔들림 없이 완벽하게 총력 가동하는데 집중하는 담대함을 지켜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차관은 "염려를 깊이 챙기겠다"면서도 "중국의 감염병 대응 상황이 우리의 앞으로의 감염병 확산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변수다. 그래서 물자 중에 일부 가능한 걸 지원해서 일정 부분 중국 우한시에 대한 대응 어려운 상황에 도움되겠다는 취지로 지원하는 것이다. 정치적 목적보단 결과적으로 우리 국민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추진하고 있다. 이것이 국내에 필수적으로 비축해야 하는 물자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검토했다"고 했다.
◆방역 체계 미흡 지적 이어져
여야를 불문하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초기 방역이 미흡했다고 지적하며 정부의 보완 대책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김 차관은 검사 키트 물량 부족 우려에 대해 "현재 저희가 갖고 있는 검사 키트 물량은 오늘까지 3000 케이스를 확보하고 있고 내일부턴 7000 케이스 이상 확보하기 때문에 1만 케이스 이상 검사할 물량을 갖추게 된다. 2월 초가 되면 민간 의료기간에서 검사할 정도로 검사 키트 확보하기 때문에 확산 되더라도 검사 키트 부족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유증상자에 대한 개인정보를 공개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내부적 고민 있었는데 공개에 따른 부작용도 예상된다. 낙인효과나 지역사회 차별 문제가 있어서 어떻게 하는 게 합리적일지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신속 검사를 위한 이동형 병원 활용 건의에 대해서도 "이동형 병원은 재난 상황 발생시 현장에서 수술이나 응급상황 대처를 위해 사용되는 시설이라 감염병에도 적합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 있다"며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의료 인력 양성 지원 평소에도 관심 가져달라" 쓴소리도
의료계와 전문가의 방역체계 지원에 대한 쓴소리도 나왔다.
김 교수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대비에 대한 물음에 "이 바이러스가 어떻게 어떤 결과를 보일지 몰라 여러 플랜을 가정해야 한다. 그래서 당국에선 무증상자도 감염을 전파할 것에 대해 준비는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전과 후로 (인력 확충이) 달라졌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한 부분도 있다"며 "역학조사관 인력 양성에 평소에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의원 질의에서) 질병관리본부가 컨트롤타워로서 최전선에서 모든 현장을 주도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렇게 되고 있는지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며 "방역은 골든타임이 있기 때문에 뚫리면 손실이다. (질병 명칭을) 어떻게 쓸지, 외교적으로 어떻게 할지는 질병관리본부가 할 문제는 아니다. 질병관리본부는 방역에만 집중하고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차관도 "검역법 개정이 이뤄진다면 현재 권역별로 검역을 강화할 수 있는 체계가 이뤄지고 검역 내용이 과거 프레임에서 벗어나 신종 감염에 긴밀하게 대응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갖춰진다"며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검역법 개정안을 신속 처리해줄 것을 호소했다.
한편 김세연 복지위 위원장은 이날 복지위에서 "다른 나라는 학교에서부터 기침할 때 휴지나 수건으로 막거나 옷에 하도록 하는 게 보편화 돼 있는데 우리는 미흡하다"며 기침 예절을 선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