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장관 지역구에선-고양병] 유은혜가 "뭘 했나" vs "든든한 배경"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더팩트> 취재진이 지난 16일 경기 고양병 지역을 찾아 지역민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유 장관과 그의 지역 사무실이 위치한 3호선 백석역 인근의 한 건물 전경. /이새롬·허주열 기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세균 국무총리(서울 종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서울 광진을),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경기 고양병),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서울 용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경기 고양정),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서울 구로을)이 21대 총선에 불출마한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어쩔 수 없지만, 민주당은 당장 수도권 지역구 6곳이 현역 없이 21대 총선을 치르게 됐다. 일부 장관은 지역민들에 감사를 표하며 눈시울까지 붉혔다. 지역민들도 그럴까. <더팩트>는 최근 지역구 탐방을 다녀온 '종로'와 '고양정'을 제외한 네 지역구를 찾아 장관들에 관한 솔직한 평가와 새 인물에 대한 기대감 등을 직접 들어봤다. <편집자 주>

재선 활동 평가·3기 신도시 놓고 엇갈린 민심

[더팩트ㅣ일산=허주열 기자] "(불출마는) 개인적으로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지난 10년 동안 저를 이렇게 키워주셨고 제 터전이었던 일산을 생각하면 큰 용기가 필요했다. 문재인 정부 첫 번째 여성 사회부총리이자 교육부 장관으로서 제 쓰임이 다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지난 3일 고심 끝에 유 부총리는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유 장관이 19·20대 총선에서 내리 당선된 일산동구 지역(경기 고양병)은 진보색이 짙은 곳이지만, 바로 옆 동네 국회의원(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3기 신도시로 창릉신도시를 발표한 이후 일산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지역이다.

◆재선 혁역의 퇴장…'부동산 이슈' 변수

유 장관은 앞선 두 번의 총선에서 2위 후보를 여유있게 제치고(19대 6423표, 20대 1만4929표 차이)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신도시 문제가 불거진 데다, 지난 8년간 지역구를 책임졌던 현역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며 21대 총선에선 결과를 예상하기 어려운 지역으로 분류된다.

이와 관련해 유 장관 지역 사무실 관계자는 "유 장관이 3선에 도전할 줄 알았는데 큰 결단을 내렸다"며 "아쉬움이 크지만, 민주당에서 새로운 분이 오면 전력을 다해 당선을 도울 방침이다. 유 장관도 중산동에 계속 거주할 예정이어서 든든한 배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유 장관에 대한 지역민들의 평가가 좋다는 것을 전제로 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과연 그럴까. 지난 16일 취재진이 직접 만나본 지역민들의 목소리는 엇갈렸다.

지난 16일 일산동구 백마마을 2단지 아파트 단지에 고양 3기 신도시 건설 철회를 요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는 모습. /허주열 기자

우선 지역 내 아파트 단지 곳곳에 일산신도시연합회에서 게재한 "고양 3기 신도시 건설 철회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이와 관련해 일산신도시연합회에서 주최한 집회에 자주 참여했다는 한 지역민은 "유은혜가 일산동구를 위해 뭘 했는지 모르겠다"며 "하라는 정시 확대는 안 하고, 외고·자사고 폐지 등 미운 짓만 골라서 하고 있다. 이 정부의 3기 신도시 발표도 문제고,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대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파트 상가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A 씨(60대, 남성)는 "최근 유은혜 의정보고서가 집으로 왔다"며 "지역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는데, 그럴 듯한 문구로 포장만 한 것 같아서 보자마자 버렸다"고 했다.

반면 유 장관을 좋게 평가하는 이들도 있었다. 백석역 인근의 한 상가에서 만난 70대 남성 B 씨는 "민주당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사람(유 장관)을 좋아한다"며 "잘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소소한 것이라도 민원처리가 잘됐다"고 했다.

B 씨는 이어 다음 총선에서 됐으면 하는 인사에 대해 "유 장관이 추천하는 사람이 해야 한다고 본다"며 "유 장관이 추천하는 인사면 찍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산동구 지역을 거점으로 대리운전을 하는 60대 남성 C 씨도 "탄핵 사태에 책임지지 않고, 반대만 하는 자유한국당보다는 민주당이 낫지 않냐"며 "주변 지인들도 대체로 한국당보다는 민주당을 좋아한다. 유 장관도 (지역구) 활동을 잘했다고 본다"고 했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70대 남성 D 씨도 "의원들을 보면 욕을 얻어먹는 사람이 매우 많은데 우리 지역은 좀 다르다"며 "서구는 김현미 장관 안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은데, 동구는 분위기가 좀 다르다. (민주당에서) 시시한 사람이 와도 유 장관 쪽이 적극 지원하면 무임승차할 수도 있다"고 했다.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는 지역민들도 적지 않았다.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50대 남성 E 씨는 "유은혜도 관심 없고, 여야 모두 다 안 좋게 본다"며 "그들을 판단하고 싶지도 않다"고 일축했다.

알미공원에서 운동을 하던 80대 남성과 강촌마을 2단지 경로당에서 만난 한 80대 여성은 '유은혜'라는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다고 했다.

3호선 백석역 인근에 위치한 유은혜 장관의 지역구 사무실 입구. /허주열 기자

개인택시를 운전하는 60대 남성 F 씨는 "여긴 원래 진보 진영의 세가 강한 지역인데, 요즘엔 중도, 중립 쪽으로 옮겨간 이들이 많은 것 같다"며 "집권당이면 야당을 설득하고, 아량도 베풀면서 정치를 해야 하는데 양보도 안 하고 그냥 밀고 나가는 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그렇다고 민주당이 싫다고 다른 곳을 찍을 곳도 없다"며 "정말 살기가 어려운데, 한국당은 너무 고집스럽게 반대만 한다. 중간이 없이 극단적으로 갈라진 좌우만 있는 정치만 남아서 지금 마음 같아선 투표를 할 마음도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총선이 다가오면 공약을 봐야겠지만 가급적 젊은 사람이면 좋겠다"며 "이래도 개판 그래도 개판이면 때가 덜 묻은 젊은 사람이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은 있다"고 했다.

다른 개인택시 운전사 G 씨도 "밤에 지역으로 들어오는 손님들과 대화를 해보면 지금 집권당은 운용의 묘를 못 살려서 중립으로 간 분들이 많다"며 "민주당이 싫다고 한국당을 찍겠다고는 하지 않고, 한발 물러서서 지켜보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G 씨는 신도시 정책이 유 장관 지역에도 영향이 있다고 봤다. 그는 "일산동구뿐 아니라 파주까지도 영향이 있다"며 "젊은이들이 연합회를 조직해서 대대적으로 민주당과 일산 지역 장관들을 비판하는 지라시를 돌리고, 집회를 하고 있다. 집값 문제로 그런 거라 생각하지만, 사람이 그렇지 않나, 살기도 안 좋은데 한쪽에 대한 나쁜 이야기가 자꾸 들리고 보이면, 별 생각이 없다가도 '그런가'하고 생각할 수 있다"고 했다.

◆'무관심-중도층' 증가

이 가운데 지역에서 유 장관에 밀려 두 번 연속 2위로 낙선한 한국당 쪽에선 이동환 고양병 당협위원이 지난해 12월 23일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선거운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예비후보는 통화에서 "고양시 전체에서 시장과 국회의원이 거의 10년간 민주당 쪽에서 하고 바뀌지 않았다"며 "그 기간 지역을 위해 어떤 활동을 했는지 아는 시민들이 거의 없다"고 했다.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경기 고양병에 21대 총선 예비후보로 등록한 이상성 전 경기도의원(민주당), 이동환 한국당 고양병 지역위원장, 최성권 전 고양시의원, 최국진 전 고양시의원(한국당), 정재우 건설업 종사자(국가혁명배당금당). /중앙선관위 제공

이어 특히 "3기 신도시 발표 후 시민들의 배신감이 아주 큰 상황"이라며 "일선서구뿐 아니라 일산동구도 영향을 같이 받는다. 유 장관의 자사고·특목고 폐지 교육 정책 등에 대한 불만도 만만찮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고양시는 베드타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며 "교통망 확충, 경의중앙선 배차간격 늘리기 등으로 서울과의 접근성을 높이면서 기업을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다. 테크노밸리에 중견기업 이상인 기업들을 유치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19일 기준 고양병 지역에는 민주당 이상성 후보(전 경기도의원), 한국당 이동환(지역위원장)·최성권(전 고양시의원)·최국진(전 고양시의원) 후보, 국가혁명배당금당 정재우 후보(건설업 종사자)가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총선을 향해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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