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세균 국무총리(서울 종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서울 광진을),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경기 고양병),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서울 용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경기 고양정),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서울 구로을)이 21대 총선에 불출마한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어쩔 수 없지만, 민주당은 당장 수도권 지역구 6곳이 현역 없이 21대 총선을 치르게 됐다. 일부 장관은 지역민들에 감사를 표하며 눈시울까지 붉혔다. 지역민들도 그럴까. <더팩트>는 최근 지역구 탐방을 다녀온 '종로'와 '고양정'을 제외한 네 지역구를 찾아 장관들에 관한 솔직한 평가와 새 인물에 대한 기대감 등을 직접 들어봤다. <편집자 주>
권혁기 전 춘추관장 도전장…구민들의 엇갈린 평가로 결과 예측 불허
[더팩트|용산=문혜현 기자] "용산구에서 진영 그분 모르는 사람이 어디있어요? 불만 없어요~" vs "당적을 바꾸지 않으셨나. 진영 국회의원을 아주 좋아했었는데, 마음이 돌아섰다."
4·15 총선에서 각당의 전략공천지로 떠오를 만큼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용산 지역구민들의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평가는 긍정과 부정이 팽팽히 맞섰다.
진 장관은 용산에서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시절부터 3선을 지내고, 지난 20대 총선에선 더불어민주당으로 당적을 바꿔 4선에 성공했다. 용산은 보수색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론 보수와 진보 표심이 비슷하게 분포돼 있다. 20대 총선에서 진 장관은 황춘자 새누리당 후보에 약 2.8%포인트 차이로 승리했다.
2019년 4월 행안부 장관으로 취임한 진 장관은 지난 3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진 장관 취임으로 공석이된 이 지역은 문재인 정부 초대 춘추관장을 역임한 권혁기 전 관장이 도전장을 내밀었고, 지난해부터 선거 준비에 나서고 있다. 최근 강태웅 전 서울시 행정1부시장도 용산 출마를 결심했다. 한국당에서도 서울 영등포구에서 3선을 지낸 권영세 전 의원을 비롯해 5명의 예비후보가 등록을 마친 상태다.
때문에 용산은 각당의 공천 경쟁은 물론 진영 간 대립까지 벌어져 이번 총선 최대 격전지가 될 거라는 전망도 나오는 가운데 <더팩트> 취재진은 지역민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진 장관 향한 엇갈린 평가…"당적 잘 옮겼다" vs "소신 없어"
용산 용문시장에서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A 씨(50대 남성)는 진 장관에 대해 "좋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역구에서 평판이) 좋다. 진 장관에 대해 나쁜 말은 안 했다"며 "다 좋아했다. 자주 (시장에) 들르고 인사도 잘 한다"고 했다.
시장에서 옷 가게를 운영하는 B 씨(60대 여성)도 "용산구에서 진영 그분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나"라며 "우리는 잘봤다. 불만 없다"고 밝혔다. 신발가게 상인 C 씨도 "좌우지간 (진 장관이) 잘 했다"며 "의원 때도 잘 했다. 지금은 동네 일을 못하지만 현재까지 아무 탈 없이, 아무 말 없이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구민들은 진 장관이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으로 당적을 변경한 데 대한 불만이 드러내기도 했다. 시장 상인 D 씨(70대 여성)는 "진영 바꾸는 바람에 별로라고 생각했다"며 "지조가 없다"고 했다. 평소 보수 지지 성향이라고 밝힌 그는 "(새누리당 시절) 공천에서 배제되더라도 자기가 유지를 했어야 한다"면서도 "그런데 뭐 장관까지 다 하셨으니까 잘 한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 진영 지지 성향의 구민들은 진 장관의 이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F 씨(50대 여성)는 "옮긴 게 더 좋았다"며 "그때 상황은 그분이 맡을 수 있는 직책이 아닌 걸 하라고 해서 변경한 걸로 알고 있다. 본인이 알아서 잘 하셨겠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해방촌 신흥시장에서 국수집을 운영하는 G 씨도 "(당적 옮긴 건)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원래 소신 있는 사람이니까 괜찮다고 본다"고 했다.
시장 인근을 자주 온다는 택시기사 H 씨는 "(진 장관이) 소신 없다고 본다"며 "그 사람이 정파를 옮겨가면서 정치를 했잖나. 전 정부에서도 요직에 있었고, 현 정부에서도 요직에 있었다"며 "나는 그건 아니라고 본다. 신념이 뚜렷하지 못한 사람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혹평했다.
해방촌에서 만난 수선집 상인 I 씨도 진 장관을 향해 "당적 바꿨잖나. 나 그런 사람 싫다"며 "나 아주 진영 국회의원을 좋아했었는데, 마음이 돌아섰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진 장관이) 처음 나왔을 때 진영밖에 몰랐다. 그런데 당을 바꾸고 나선 좀 별로다. 그냥 당이 어려워도 같이 있었으면 이번에도 나온다면 또 찍었을 지 모르는데 당 바꿔서 (좀 그렇다)"고 밝혔다.
진 장관 지역구 사무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새누리당에서 민주당으로 넘어오면서 사실 (주변에서) 크게 저항이 있거나 그러지 않았다"며 "어떻든 보수 쪽에서 '배신자'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의원님을 개인적으로 아시는 분들은 '넘어간 게 아니라 당에서 버렸는데, 공천을 배제시켜 버리면 어떻게 하나'라고 하시며 넘어간 부분을 이해해주는 분들이 계신다"고 설명했다.
진 장관은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용천 공천에 배제되자 당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손을 잡고 민주당에 입당했다.
해당 관계자는 "민주당에서도 어느 정도는 저항이 있긴 했다"면서도 "그간의 관계가 워낙 좋았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없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 다음 용산 의원은 누구?…지역구민들의 '성장현 사랑'
여권에선 중량급 인사들이 용산 출마를 선언하면서 공천 경쟁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차기 총선과 관련해 A 씨는 "원래 우리는 성장현(현 용산구청장) 팬인데, 원래 진 장관이 계실 때 구청장은 성장현 씨가 하고 다음으로 밀어줄 줄로 았다"며 "그런데 공천을 못 받아버리니까 서운했다"고 밝혔다.
성 청장은 용산구청장을 3번 지냈다. 당초 오는 총선에 출마할 예정이었지만, 민주당이 재보궐 선거 등을 이유로 '단체장 총선 불출마 방침'을 결정하면서 벽에 부딪혔다. 또, 장정호 용산구의회 부의장 등 민주당 소속 구의원 6명은 성 청장의 출마에 강한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성 청장은 결국 '21대 총선 불출마 입장문'을 배포하며 총선 의지를 접었다.
성 청장은 주민들로부터 높은 인기와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었다. 이날 만난 진보 지지 성향 구민들은 대체로 성 청장의 불출마에 대한 아쉬움을 강하게 드러냈다.
A 씨는 "원래 성 청장을 국회로 밀어줘야하는데 민주당 쪽에서 권혁기(전 춘추관장)를 밀어줘버렸다. 그게 조금 서운하다"며 "권 전 의원이 나온다는 건 좀 불안하다. 권(전 의원) 씨가 충청도 표가 워낙 많다. 용문시장이 충정도와 호남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또 "권 전 관장은 조금 새롭다"며 "사람들이 잘 모른다. 지금 좋아하는 후보(성 청장) 공천을 못 받게 내려 앉혀서 변수가 생길 지 모른다"고도 했다.
G 씨도 "우리는 성 청장을 좋아한다. 그 사람이 나온다고 했는데 바뀌었나"라며 "한 가지 의문인 건, 성 청장을 중앙에서 찍어내렸다는 말이 나오는 데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왜냐하면 경선을 시켜서 국민들한테 표를 얻은 사람을 내세워야 하는데, 중앙에서 찍는다는 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 입장에선 잘못된 것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한편 권 전 관장에 대한 지역구민들의 인지도는 낮거나 '지켜보겠다'는 입장이 대다수였다.
F 씨는 "그 양반을 잘 모른다"며 "나오면 보고서 선택할 것이다. 문자로 인사는 받은 것 같다"고 했다. B 씨는 "글쎄 선거에 닥치고 나서 봐야 한다"며 "선거운동 하는 건 봤다"고 말했다.
다만 권 전 관장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용산 출마와 관련해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후보로서 바닥을 다니며 인사해보면 느끼는 게 있다"며 "아침·저녁으로 많은 시민들에게 출퇴근 인사를 건네다 보면 야당이 주장하는 정권 심판론은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기본적으로 총선이란 게 야당 지지자의 입장에서 보면 정부 견제 심리가 있는 것"이라며 "여론조사로선 (당 지지율이) 나쁘지 않은 민심인데, 총선 치르는 날까지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역 내 인지도와 관련해 "정치 신인은 인지도가 올라갈수록 지지율이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며 "시작할 때는 아무래도 낮을 수 있지만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성 청장의 총선 불출마와 관련해 권 전 관장은 "보궐선거가 발생하는 부담감이 있어서 출마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며 "저를 공천 주기 위해 그런 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지도부가 일반적인 경선을 할지, 한국당 후보를 보면서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낼 지 지켜봐야 한다"며 "지금 용산 예비후보로 있는데, 작년부터 활동해서 제가 제일 오래 있었다. 다른 후보들은 최근 사무실을 내고 활동하고 계셔서 그런 측면에서 제가 잘 활동했다고 볼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현재까지 권 전 관장을 가장 유력한 후보로 보고 있다. 다만 최근 강 전 부시장의 출마 선언으로 민주당의 전략이 달라질 지 주목된다.
지역구 사무실 관계자는 용산이 총선 전략지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와 관련해 "제 생각엔 의원님께서 여기 오래 계셨고, 불출마 선언을 했기 때문에 여든 야든 '그러면 용산 정도는 한 번'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사실 이곳이 특별히 보수·진보가 확연히 차이나는 지역이 아니다. 그래서 많은 분이 (출마를)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그는 "보수와 진보를 나눠서 많이 보면 53:47, 적게 보면 51:49"라며 "그 정도면 후보자의 역량에 따라서 (당선자가) 바뀔 수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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