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우리 정부 비판은 "국내정치적 이유"
[더팩트ㅣ외교부=박재우 기자] 우리 정부가 청해부대의 파견지역을 호르무즈 해협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독자적 파견을 발표하면서 미국과 이란에 전달했다고 발표했지만, 이란 측에서는 우리 정부를 향한 비난이 나온다.
21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우리 정부의 이같은 결정에 "미국은 청해부대의 임무를 호르무즈 해협으로 확대하는 한국의 결정을 환영하고 고맙게 여긴다"며 "이번 결정은 한미동맹의 힘과 국제적 안보우려에 협력하겠다는 우리의 약속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발표과정에서 이란이 우리 측에 '이해한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지만, 이후 이란은 기본적으로 외국군의 중동 파병을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외교부 관계자는 21일 기자들과 만나 "지난 주말께 이란 측에 외교경로를 통해 정부의 결정을 사전에 알렸다"면서 "이란 측 입장은 그 지역(호르무즈 해협)에 외국 군대나 선박이 오는 것에 대해 기본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우려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세예드 압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21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 국방부는 페르시아만의 역사적인 명칭조차 알지 못하면서 무슨 지식과 정당성으로 군대를 보내는가"라고 비판의 글을 게재했다. 전문가들은 이란의 갑작스러운 비판에 국내정치적 상황이라고 설명하면서, 호르무즈에 파견된 청해부대의 안전을 위해 우리 정부가 최선을 다해야한다고 당부했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소 중동센터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이란에서 입장을 바꾼 것 같다"며 "몇 주 전만 하더라도 일본식 독자 파병이라면 이해한다고 얘기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기류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란 정부가 우리의 독단적인 파견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에 대해 국내정치적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는 "이란 정부는 일본의 독자파병에 대해 환영한 바 있다"며 "이제 와서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음 달 이란에 총선이 예정돼 있는데, 외교적 해법을 주장하는 온건 개혁파가 설 자리를 잃었다고 설명하면서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강해지면서 나온 목소리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중동 전문가인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도 "그동안 외국 군대에 대한 파병에 불편함을 표현해왔다"면서도 "이란에서 '노 코멘트'로 있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정부의 호르무즈파병에 대해 "이란이 국가 단위로서 우리에게 위협하거나 행동을 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염려되는 것은 이라크 등 친 이란 무장세력등이 도발할 가능성이 있어 이에 대한 주의와 이란과의 체널가동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여당 외통위 소속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정부가 호르무즈해협 파병 결정에 대해 "미리 이란과 상의를 했다"고 밝혔다.
이란이 공식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 것에 대해선 "이란은 공식적으로 그렇게 이야기를 하겠지만, 실제 파병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