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부대의 독자적 '호르무즈' 이동 가능성
[더팩트ㅣ외교부=박재우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5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을 만나 북핵 문제, 호르무즈 해협 파병,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에 대해 논의한다. 그중에서 한국군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여부가 가장 주목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좁은 해협으로 중요한 원유 수송로이다. 현재 미국과 이란의 위기로 이란이 이 해협을 봉쇄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은 우리를 포함한 동맹국들에게 수차례 '파병'요청 해왔다. 최근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 대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도 중동에서 많은 에너지 자원을 얻고 있다. 한국이 그곳에 병력을 보내길 희망한다"고 직접적으로 파병을 요구하기도 했다.
리얼미터가 13일 YTN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동 호르무즈 해협파병에 반대하는 답변이 48.4%, 찬성하는 답변이 40.3%로 나왔다. (이번 여론조사는 지난 10일 전국 성인 남녀 50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고,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4.4%포인트이다)
파병에 대한 여론조사는 부정적이지만, 일각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피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신중하게 결정한다는 방침이지만, 구체적인 방안을 두고 조율 중인 것으로 보인다.
◆ 청해부대의 '호르무즈 해협' 이동?
강 장관은 13일 방미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호르무즈 파병과 관련한 질문에 "(이번 방미에서)우리가 검토하는 내용, 미측의 생각들을 좀 들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미국 요청에 따라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 파견하는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호르무즈 해협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다음 달 청해부대 강감찬함과 임무 교대하는 '왕건함'의 작전지역을 아덴만에서 호르무즈 해협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구체적인 방안으로 알려졌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청해부대를 파병한다는 것이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을 들러 우리 교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방안"이라며 "파병으로 내세우지 않으면서 이란과의 갈등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회 야당 의원들은 이를 '편법'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9일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주선 바른미래당 의원은 "아덴만에 파견된 부대와 호르무즈 해협의 상황은 180도 다르다"며 "국회에 파병 동의안을 승인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 독자적 파견 가능성 높아
호르무즈 해협 파병의 가장 큰 걸림돌은 '이란'과의 외교적 관계이다. 한국은 이란의 세 번째 교역 대상국이고, 제재가 완화됐을 당시에는 약 160억 달러(약 18조8000억 원)에 달하는 큰 교역량을 차지한 바 있다.
이렇기 때문에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을 한다면 이란과의 관계 악화 가능성에 대해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사이드 바담치 샤베스타리 주한 이란 대사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 파병 시 이란이 한국과 단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란과의 관계를 고려해 일본과 같이 독자적인 파병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과 연합하는 대신 한국 선박 보호를 명분으로 작전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일본은 다음 달 2일부터 호르무즈해협 주변에 해상자위대 호위함 1척과 P-3C 초계기를 파견한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미국하고 연합해서 파병을 한다면 우리 파병 군인들이 위험할 수 있다"며 "이란의 입장에서는 미국하고 정면대결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미국을 돕는 나라에 위협을 가하면서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굳이 총알받이가 될 필요는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독립적으로 보내서 한미동맹에 성의를 보내는 것이 방안으로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14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에 대해"현지에 진출한 교민과 기업의 안전, 에너지 수송, 한미동맹, 이란과의 외교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현실적인 방안을 찾겠다"고 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