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확대경] 朴정부보다 더한 文정부 '국회의원-국무위원 겸직' 사례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국무위원 겸직을 비판한 가운데 문재인 정부의 의원-국무위원 겸직 인사는 현재까지 12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임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겸직 인사가 9명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박근혜 전 대통령. /더팩트 DB

박근혜 정부 '9명', 문재인 정부 '12명'…잠자는 '겸직 금지법'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문재인 정권에서 의원직을 가진 장관(국무위원)은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를 포함해 6명으로 선거관리 중책을 맡은 법무부 장관(추미애), 행정안전부 장관(진영), 18세에 선거권이 부여된 상황에서 교육부를 책임지는 장관(유은혜) 등이 포진하고 있다. 이런 내각에 무슨 선거 중립 내각을 기대할 수 있겠나."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8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의원직을 겸임한 장관들의 사례를 열거하며 "이 정권이 진정 선거 중립 의지가 있다면 정 후보자를 비롯해 민주당 장관 6명 모두 의원직을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심재철 "선거 중립 위해 겸직 장관 6명 의원직 사퇴해야"

정부·여당의 국정운영을 비판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하는 야당의 일상적 비판이라 치부하기에는 문재인 정권의 의원-국무위원 겸직 사례가 많은 게 사실이다.

전임 박근혜 정부에선 의원-국무위원 겸직 인사가 △이완구 국무총리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 △유일호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 장관 △황우여 교육부 장관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등 9명이었다.

반면 문재인 정부에선 앞서 언급한 네 명(정세균·추미애·진영·유은혜) 외에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김부겸 전 행안부 장관 △이개호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김영주 전 고용노동부 장관 △진선미 전 여성가족부 장관 △도종환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 등 12명에 달한다.

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은 현행법상으로는 문제가 없다. 국회법 제29조 겸직 금지 조항에는 '의원은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직 외 다른 직을 겸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은 최상위 법인 헌법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헌법 제43조에는 '국회의원은 법률이 정하는 직을 겸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삼권분립의 원칙과도 상충하는 면이 있다. 장관으로서 행정부처의 수장이면서 동시에 의원으로 행정부를 감시·견제하는 입법부 일원으로서의 권한 행사까지 가능해 입법부의 행정부 견제 기능이 유명무실해질 수 있어서다.

국회도 이런 비판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6년 8월 대표발의한 국회법 일부개정안을 살펴보면 "삼권분립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은 의원이 총리, 국무위원 등의 직을 겸직하면서 국회 상임위원회와 본회의 등에서의 활동을 제한 없이 허용하고 있다"며 "이는 헌법 정신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로, 행정부를 견제해야 할 국회의 권한을 근본적으로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유 의원은 이 법을 제안한 이유에 대해 "실제 국무위원을 겸직하고 있는 의원이 민감한 안건에 대해 국무위원으로서 공무를 수행하면서 동시에 의원으로서의 권한을 행사해 논란이 된 사례도 없지 않다"며 "의원이 총리나 국무위원 등의 직을 겸직하는 경우, 국회 본회의에서의 의결권 행사와 상임위원회 등에서의 활동에 제한을 두어 국회의 행정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하고 삼권분립이라는 헌법 정신이 완전하게 구현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8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주당 의원 6명이 내각에 포진한 상황에서 선거 중립을 기대할 수 없다며 즉각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뉴시스

◆계속된 겸직 논란에도 국회는 '쉬쉬'

유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에는 국무위원 등 기타 국가공무원의 직을 겸한 의원은 상임위원, 특별위원, 예산결산특별위원, 윤리특별위원을 각각 사임하도록 하고, 표결에 참여할 수 없으며, 재적의원 수에 산입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개정안은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아직까지 잠자고 있다. 이와 관련해 주성훈 입법조사관은 개정안 검토보고서에서 "의원이 국무위원을 겸하는 경우 국회의 행정부 견제 기능이 약화되고, 삼권분립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그동안 일각에서 제기돼 왔다"면서도 "위원회중심주의를 택하고 있는 우리나라 국회에서 위원회의 위원직을 사임하고, 의원의 본질적인 권한인 표결권을 제한하는 것은 사실상 의원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할 수 없도록 하는 것으로 국회법 제29조가 명시한 입법취지와 상충될 소지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정안은 국회법 제29조 입법취지를 함께 고려해 검토될 필요가 있고, 의원이 국무위원을 겸직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대정부 통제 기능에서의 입법부 기능 저해, 다른 주요국의 입법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통령제를 채택한 국가인 미국은 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고, 혼합형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프랑스에서도 의원이 장관을 겸직할 경우 '직무정지'를 통해 의원 활동을 일시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또한 대표적 의원내각제 국가인 영국도 장관을 겸직할 경우 법률안 발의를 제한하는 등의 방식으로 의원으로서의 권한을 축소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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