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혁통추'로 시동 건 '보수·중도통합' 기대와 우려

문재인 정부 심판을 고리로 한 보수·중도대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박형준 혁신통합추진위원회 위원장이 9일 오후 국회 정론관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배정한 기자

안철수까지 아우르는 통합 목표…현실은 합의 후 보수 간 기 싸움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21대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 심판'을 고리로 보수·중도대통합 논의가 첫발을 뗐다. 통합의 대의에는 공감했지만, 방법론을 두고 이견을 보였던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이 9일 재야 시민단체 국민통합연대가 제안한 혁신통합추진위원회(이하 혁통추)에 함께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곧바로 잡음이 흘러나오며, 보수·중도를 아우르는 새로운 빅텐트를 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국당, 새보수당, 국민통합연대, 플랫폼 자유와 공화, 범시민사회단체연합, 미래를 향한 전진 4.0 등은 이날 오전 '중도·보수대통합 제2차 정당-시민사회단체 대표자 연석회의'에서 혁통추 구성에 합의했다.

◆박형준 "'혁신, 확장, 미래' 키워드로 대통합 추진"

구체적으로 △대통합 원칙은 혁신과 통합 △시대적 가치인 자유와 공정 추구 △문재인 정권에 반대하는 중도·보수 등 모든 세력 통합 추구 △세대를 넘어 청년의 마음을 담을 수 있는 통합 추구 △탄핵 문제가 총선 승리에 장애가 되지 않기 △대통합 정신을 담은 새로운 정당 창당 등 6가지 사항에 합의를 이뤘다.

또한 박형준 플랫폼 자유와 공화 공동의장을 혁통추 위원장으로 추대했고, 구체적 혁통추 구성 방식은 박 위원장에 위임하기로 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을 추진하면서 '혁신', '확장', '미래' 세 키워드를 중시하겠다"며 "이번 총선은 대선 같은 총선이다. 나라의 운명이 갈림길에 있는데 대한민국의 미래에 희망을 줄 수 있는 대안세력의 기틀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특히 박 위원장은 중도의 대표적 인사인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관련해 "안 전 대표의 합류야말로 이번 통합의 가장 큰 목표가 아닐까 싶다"며 "한국당이나 새보수당, 안 전 대표가 추구하는 가치가 헌법 가치라는 틀 속에서 다 통합될 수 있다고 보고, 여기에 미래 지향성을 담아내면 훨씬 더 시너지가 있을 것이다. 안 전 대표가 귀국하면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적극적 구애를 펼쳤다.

박형준 혁통추 위원장은 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도·보수 대통합을 위한 세 키워드로 혁신, 확장’, 미래를 제시했다. /허주열 기자

이에 대해 김성원 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혁통추는 문재인 정권의 폭정으로 뿌리째 흔들리는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켜 세울 유일한 희망이자, 진정한 보수의 시대정신을 담는 그릇이 될 것"이라며 "혁통추라는 큰 울타리 안에서 한국당과 새보수당 모두 함께하기로 했다. 이제 우리는 하나의 공동체이자, 한 가족이 됐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국당에선 이날 보수·중도대통합을 위한 사전작업도 일부 진행됐다. 통합 과정에서 가장 논란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공천의 형평성을 위해 전국 당협위원장이 일괄 사퇴했고, 초·재선 의원 71명 전원이 '당 혁신 동참 일임서'를 당 지도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혁통추 구성 합의 후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새보수당 쪽에선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하태경 새보수당 책임대표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확고한 약속과 언급 없이는 통합 대화를 시작하기 어렵다"며 "정당-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에서 발표한 6원칙에 녹아있는 보수재건의 3원칙(탄핵의 강 건너고, 개혁보수로 나아가며, 낡은 집 허물고 새집 짓자)에 황 대표가 동의하는지 공개적인 입장을 밝혀 달라"고 말했다.

또한 하 책임대표는 혁통추의 역할과 관련해 "혁통추가 진행되면 두 개의 당이 없어지게 되는데, 혁통추가 단순한 자문기구인지, 구속력을 부여할 것인지에 대한 양당(한국당·새보수당) 합의가 필요하다"며 "각 당 대표, 부족하면 최고위원회급의 서약이 필요하고, 그것도 부족하면 의원 전원의 서약도 필요하다"고 보다 확실한 약속을 요구했다.

이날 새보수당의 의원총회에선 혁통추 참여 결정에 대해 이따금 고성이 흘러나올 정도로 일부 의원들은 강력히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새보수당은 연석회의의 합의 사항에 대해 황 대표의 공개적 동의 표명 없이는 통합 대화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태경 새로운보수당 책임대표는 9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보수재건 3원칙에 동의하는지 확고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시스

◆중도 실용주의자 안철수 선택은?

이처럼 통합 논의 시작 단계부터 보수의 큰집 한국당과 작은집 새보수당에서 힘겨루기를 이어간 가운데 박 위원장이 통합의 가장 큰 목표로 제시한 안 전 대표 측에 대한 영입이 이뤄지지 않으면, '도로 새누리당'이라는 오명과 함께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안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 '이상휘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안 전 대표 개인은 본인 스스로를 보수라고 생각 안 하고, '중도 실용'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 집권세력이 '좌파다 진보다' 이러니까 '우리가 보수다 우파다 다 모이자' 이런 부분에 대해 안 전 대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최근 정계 복귀를 시사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9일 안철수계 의원들이 개최한 미래정치 토론회에 영상 메시지를 보내 이념과 진영의 정치에서 실용정치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 영상 화면 갈무리

안 전 대표도 이날 권은희·김삼화·김수민·신용현·이동섭·이태규 바른미래당 등 안철수계 의원들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미래정책 토론회'에 영상 메시지를 통해 "지금 대한민국에는 미래 비전이나 미래 담론은 들어볼 수 없다. 문제의 중심에는 편 가르고 국민 분열시켜서 자기들 정치권력을 유지하려는 낡은 정치가 있다"며 "정치 리더십의 교체, 낡은 정치 패러다임의 전환, 정치권 세대교체라는 정치개혁 과제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물리적 일정상 보수·중도대통합을 통한 새로운 통합정치세력의 모습이 한 달 뒤인 2월 10일 전후까지는 확정돼야 한다고 마지노선을 설정했다. 어렵게 통합 열차 운행을 시작한 보수진영이 초반 잡음을 딛고 중도까지 아우르는 대통합을 달성할 수 있을지 정치권의 이목이 쏠린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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