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북미협상 교착 국면 지속, 韓 호르무즈 파병 압박"
[더팩트ㅣ외교부=박재우 기자] 미국이 이란 군부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를 사살하면서 중동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란이 이에 대한 보복을 선언하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강경 대응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가 일제히 오르면서 우리 경제에 영향을 주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 정세에도 미칠 영향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먼저, 북미회담에 밀려난 북한은 관영매체를 통해 불편한 심기를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6일 "중국과 러시아는 국제관계에서 무력을 남용하는 것을 반대할 뿐 아니라 모험적인 군사적 행위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며 "그들은 미국의 위법 행위로 지역 정세가 심히 악화한 데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고 전했다.
또한, 우리 정부에게는 난감한 상황이 벌어졌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 결정이 앞당겨졌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해상 석유 물동량의 3분의 1이 지나는 물길로 이란이 해협 봉쇄를 위협해 온 지역이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일본 등 우방국에게 파병 요청을 해왔다.
외교부는 6일 오전 아프리카중동국장 주재로 외교부와 산업부, 국토부, 국방부, 해수부 등이 참석한 관계부처 실무 대책회의를 개최했다.
◆ "북미회담 뒷전으로 밀려날 듯"
전문가들은 이란 문제 등 중동에 미국정부의 이목이 집중되면 북한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북미협상의 교착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북미회담이) 뒷전으로 밀려날 가능성 있다"면서도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여 북핵위기가 고조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미국이 중동 수렁에 빠지면 북한이 이미 '새로운 길'을 나선다고 했으니 핵 보유로 굳힐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미국의 참수작전의 위력을 봤기 때문에 김정은이 신중하게 관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도 통화에서 "이란과의 중동문제가 본격화된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한반도에 신경을 쓸 여지가 줄어든다"며 "그렇게 되면 북한 입장에서도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 입장에서 중동 문제가 길어진다면 미국을 한반도 문제에 끌어들이기 위해서 도발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며 "위기는 2월 말, 3월 초에 예정된 한미군사훈련 시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를 의식했는지 북한은 대외선전매체 '군사전문가들 중동지역은 미국의 무덤이 될 것으로 전망'이라는 기사를 통해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북한 매체 '메아리'는 5일 "최근 세계 군사 전문가들이 미국이 중동 지역 전쟁이라는 수렁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친미 국가들도 내부의 정치, 경제적 위기를 핑계로 미군의 파병 요청에 소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하여 미국을 절망에 빠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 韓 호르무즈 파병 논의 가속도
미국이 지난 5월 이후 실제로 이란의 원유 수출을 차단하자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며 위협해왔다. 결국 물리적 충돌로 이어지기도 했다. 충돌이 계속되자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 호위 연합체에 우리 정부에도 동참을 요구해 왔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우리 정부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동시에 이란과의 관계 악화에 대해 우려했다. 한국은 이란의 세 번째 교역 대상국이고, 제재가 완화됐을 당시에는 약 160억 달러(약 18조8000억 원)에 달하는 큰 교역량을 차지한 바 있다.
신범철 센터장은 "파병을 하지 않는다면 한미공조에 문제가 생기고, 파병을 한다면 우리와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는 이란이 돌아설 수 있다"면서도 "시간을 두면서 파병 결정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원곤 교수는 호르무즈 파병에 대해 "이란에 대한 군사 적대시 정책"이라며 "호르무즈 해역을 이란이 통제하는데 우리 함정을 파견한다면 매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파견을 철회할 수는 없다"며 "한국이 이 옵션을 철회한다면 동맹에 대해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방부는 6일 브리핑에서 청해부대의 '호르무즈 해협 호위연합체' 파병 여부에 대해서 "우리 선박과 국민 보호에 기여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