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전환론' 속 수도권 험지 출마 예고…이낙연과 종로 빅매치?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의문이 계속되는 가운데 '황교안 책임론'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목소리가 당 안팎에서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사활을 걸었던 예산안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저지에 실패했고, 4·15 총선에서 보수진영의 승리를 위한 필수조건인 '중도보수 대통합'도 지지부진해서다.
당장 여상규 의원(3선, 경남 사천·남해·하동)과 홍준표 전 대표는 황 대표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총선을 준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당 안팎서 터져 나오는 '황교안 체제' 불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여 의원은 지난 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당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데는 지도부의 리더십 문제가 있다. 또한 총선 승리를 위해선 보수 대통합이 필요한데 지도부는 통합을 위한 발걸음을 한 걸음도 못 떼고 있다"라며 "비대위 체제로 총선 때까지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 전 대표는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무능, 무기력에 쇼만 하는 야당으로는 총선을 치르기 어렵다"라며 "나라의 틀을 바꾸는 잘못된 법 제도(선거법·공수처법)를 도입하는데 지도부가 잘못된 결정을 했으면 총사퇴를 하고 통합 비대위를 구성해서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현 '황교안 체제'로 총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당 안팎에서 나오는 상황에서 황 대표는 뚜렷한 답을 하지 않고 있다.
황 대표는 지난 2일 지도부 총사퇴 및 비대위 체제 전환 요구에 대해 "큰 틀에서 여러 검토가 필요하다"며 "무엇이 나라를 살리는 길인가의 관점에서 검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대신 황 대표는 3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국민과 함께! 희망 대한민국 만들기 국민대회'를 개최하고 새해 초부터 장외투쟁을 이어갔다. 지난해 일 년 내내 보인 행보를 올해도 이어가겠다는 '마이웨이'를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성일종 한국당 원내대변인도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지도부에서 비대위 체제 전환 이야기는 전혀 없다"라고 일축했다.
외부에서도 황 대표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비대위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을 낮게 내다봤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황 대표는 '극우 개신교주의자'라는 이미지가 강해 외연 확장이 어렵다"며 "(총선 승리를 위해선) 변하던지 물러나야 하는데, 둘 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정치평론가는 이어 "이대로는 황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를 수밖에 없어 당내 합리적 개혁파의 탈당 등의 선택이 남았다"며 "황 대표가 몇 달 전부터 말로만 해온 인적 쇄신, 보수 통합 등은 현 상황에선 이루기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기득권 놓지 않고 수도권 험지 출마로 총선 준비
그렇다면 황 대표는 총선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게 될까. '정치 1번지'라는 상징적 의미와 함께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출마가 거론되는 서울 종로 지역구 출마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당초 지역구 출마보다 전국 선거 유세 지원을 위해 비례대표로 출마하는 방안도 거론됐으나, 황 대표는 3일 광화문 장외집회에서 수도권 험지 출마를 예고했다.
황 대표는 이 자리에서 "이 정권이 아무리 악랄해도 우리가 뭉치면 이긴다"며 "통합을 위해 저부터 앞장서겠다. 올해 총선에서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겠다"고 말했다.
종로는 차기 국무총리로 지명된 정세균 의원이 재선을 한 지역구로 이 총리가 정 후보자의 지역 조직을 그대로 물려받아 출마할 경우 보수 후보에게는 매우 어려운 지역으로 손꼽힌다.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1, 2위를 달리는 이 총리와 황 대표의 '종로 빅매치'가 현실화될 경우 승리하는 쪽은 향후 대권가도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지만, 패배하는 쪽은 정치적으로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험지에서 개인의 지역구 승리와 전국 선거에서 당의 총선 승리라는 막중한 과제를 짊어진 황 대표가 총선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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