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불붙는 '보수통합론'... 황교안 주도권 잡을까

총선을 앞두고 보수 통합 목소리가 커져가는 가운데 황교안 한국당 대표,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인재영입위원장,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중 누가 야권 정계개편의 주도권을 잡을지 주목된다. /더팩트 DB

안철수 복귀 '변수' 될듯…황·안·유 야권 결합 가능성은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패스트트랙 정국이 끝나고 정치권이 총선 체제로 돌입하고 있는 가운데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 야권에서 '대통합'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당장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인재영입위원장은 신년사부터 '보수 통합'을 언급해 주도권 경쟁에 나선 모습이다.

이에 더해 2일 해외 체류 중이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1년 3개월 만에 정계 복귀를 선언하면서 야권 정계개편에 새로운 변수로 떠오를지 주목된다.

황 대표는 지난 1일 기자단 오찬 간담회에서 "통합과 혁신이 우리의 가장 큰 무기"라면서 "지금부터 통합의 큰 문을 활짝 열고 통합 열차를 출발시키겠다. 모든 자유민주세력이 통합추진위원회라는 통합 열차에 승차해달라"고 밝혔다.

유 위원장도 신년하례회에서 "아무리 늦어도 2월 초까지는 중도보수 세력이 힘을 합쳐 통합이든 연대든 총선에서 이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한국당과의 통합을 두고 "제일 큰 보수정당으로서 지금까지 국민에게 보여준 모습으로는 건전한 보수를 재건하기 어렵다"며 "새로운보수당이 앞장서서 치고 나가면 '보수재건은 이렇게 하는 것이다'라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황 대표와 유 위원장 모두 '보수 통합'을 최우선으로 총선 준비에 돌입할 예정이지만 일각에선 황 대표가 상대적으로 주도권을 차지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패스트트랙 사태와 선거법·공수처법 처리 과정에서 당 의원들이 다수 불구속 기소되고 갈등 상황이 이어졌지만 당 지도부가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불만 등 내부 파열음도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당 내에선 공수처법과 선거법 등을 막지 못한 데 당 지도부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황 대표 등 의원들이 지난달 30일 의원총회에 참석해 공수처법안 통과를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지난 2일 총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한 3선 여상규 의원은 지도부를 향한 거센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밖에도 황 대표의 전 비서실장이었던 김도읍 의원은 돌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고, 황교안 체제 첫 사무총장인 한선교 의원도 출마를 포기했다.

여 의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선거법·공수처법 통과와 관련해 "황 대표나 심재철 원내대표나 당 지도부가 다 책임을 져야 되고, 당 지도부에서 '한 사람이라도 다치면 내가 책임진다. 걱정하지 말고 이 법안을 막아라' 이렇게 나갔어야 된다고 저는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뒤늦게 다 통과된 뒤에 본회의장에서 본 한국당 의원들의 행태는 굉장히 무기력했다. 거기에 대해 굉장히 분노했다"며 "겁을 먹고 뒤로 나앉아서 가만히 쳐다만 보고 있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런 행위를 조장한 책임은 당 지도부에 있다"고 꼬집었다.

당 쇄신·지도부 책임론이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2018년 6·13 지방선거 패배 후 유학길에 올랐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정계 복귀를 선언하면서 안철수계 의원 등 중도 야권의 변화도 이뤄질 전망이다.

안 전 대표는 SNS에 올린 글에서 "우리나라의 정치는 8년 전 저를 불러주셨던 때보다 더 악화되고 있다"며 "이제 돌아가서 어떻게 정치를 바꿔야할지 어떻게 대한민국이 미래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 상의드리겠다"고 밝혔다.

안 전 대표의 귀국과 향방에 따라 안철수계 바른미래당 비례대표 의원들도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설 전망이다. 총선을 앞두고 야권 정계개편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보수 통합'에서 황 대표가 리더십 위기를 극복하고 선두에 나설지 주목된다.

황 대표가 변화와 쇄신을 통해 통합에 나설지 주목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가능성이 적다고 평가했다. 한국당 새해 국민들께 드리는 인사 행사가 2일 오전 국회의사당 본청 계단 앞에서 진행된 가운데 황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이와 관련해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황 대표가 (통합의) 걸림돌이 될 것 같다"며 "황교안·유승민·안철수 세 사람이 삼자 담판에서 이해득실을 내려놓고 대승적인 합의를 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혹평했다.

그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보수 통합의 큰 축이 한국당이고 그 다음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새로운보수당, 나머지 중도와 보수에 걸쳐있는 쪽이 있다. 또 새롭게 나선 안 전 대표가 보수 측에 합류할 건가라는 문제가 복합적으로 엮어 있어 확정된 게 없다"면서도 "제일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세력을 이끌어야 할 황 대표가 결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최 평론가는 "이미 유 의원은 '세 가지 원칙'을 말했다. 이 명제는 보수 대통합의 중요한 조건이 될 것 같다. 황 대표를 기준으로 더 오른쪽인 우리공화당과 전광훈 목사 등 강성 우파는 이미 결집할대로 결집하고 있다. 최대 30%에 달하는데, 이걸로 총선에서 '정권심판론'을 가지고 이기기는 어렵다. 진보 대 보수의 전통적 구도를 짜려면 황 대표가 입장을 바꿔 왼쪽을 보고 안철수·유승민계를 끌어안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하지만 황 대표가 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어 당내에서 비판이 터져나오고 있다. 여 의원도 (당 지도부가) 패스트트랙 과정 격돌 등에서 아무런 조치나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서 자기 계파만 끌어안고 있다고 했다"며 "황 대표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변화의 리더십으로 풀면 되는데, 지금 그런 캐릭터는 아니다. 때문에 바뀔 수 있는가가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황 대표가 당내 비판을 정리하기 위해서라도 보수 통합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통화에서 "총선 전 마지막에 통합할 것"이라며 "시너지 효과는 없을 거다. '도로 새누리당'이 될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보수당에서도 통합하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고 했다.

다만 박 평론가는 "황 대표가 물러나고 비상대책위 체제가 되면 유 위원장에게 오히려 힘이 생길 수 있다"며 "황 대표 사퇴 후 비대위 세력이 공천에서 친박을 다 탈락시키고 극우 진영으로 몰아간 후에 유 위원장을 끌어안으면 바른미래당까지 합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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