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2020년 '경자년' 신년사에서 '새로운 길' 밝힐 듯
[더팩트ㅣ통일부=박재우 기자] 지난달 30일 북한은 4일째 당 전원회의를 열고 2020년 '신년사' 발표를 위한 준비에 나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는 국정 운영 방향과 목표를 제시하는 자리로 향후 남북관계를 가늠해 볼 수 있다.
2017년 신년사에서는 핵무기 개발 의지를 천명했고, 2018년 신년사에서는 '평화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인민복'을 벗고 '정장'에 넥타이를 한 김 위원장은 2019년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천명하며 "지난해는 70여 년 민족 분열 사에서 격동적인 해였다. 조선반도의 비정상적 상황을 끝내고 민족적 화해와 평화번영 결심 밑에 정초부터 북남관계에서 과감한 조치를 취했다"라며 "2019년에 북남관계 발전과 평화번영, 조국통일 위한 투쟁에서 더 큰 전진 이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2019년은 김 위원장의 뜻대로 굴러가지 않았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로 인해 급격하게 경색국면에 들어섰다. 무슨일이 있었던 것이고 또 2020년에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는 또 어떻게 흘러갈까. <더팩트>는 통일부 '북한정보포털' 자료를 분석해 북한 지도자 김 위원장의 한해를 되짚어봤다.
'북한정보포털' 자료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총 공개행보는 집권 2년 차인 2013년 212회 최고점을 찍은 뒤 2014년 172회, 2015년 153회 등 서서히 줄어 2018년 97회, 2019년에는 85회를 기록했다.
◆北 김정은 대외활동 줄이고 내부결속?
김 위원장은 2018년 '신년사'에서 북측의 '평창동계올림픽' 참석 의사를 시사했다. 이후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남북 특사 파견을 거쳐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한반도의 평화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이후 김 위원장은 5차례 북중정상회담,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 2번의 북미정상회담, 북·싱가포르 정상회담, 북·베트남 정상회담 등 외교 광폭행보를 걸었다. 김 위원장의 2018년 대외 행보는 26회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는 2019년 2월 북미 하노이 회담까지 이어졌다.
김 위원장은 하노이 회담을 위해 베트남 동당역까지 열차를 타고 이동하는 등 파격행보를 보였다. 이는 김 위원장의 하노이 회담 성공에 대한 기대를 나타내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기대와 다르게 북미회담이 결렬되면서 이후에는 대외 행보보다는 내부 결속을 위한 정치행보를 보였다.
2019년 김 위원장의 대외활동은 2018년보다 두 배 적은 9회였고, 백두산 혁명전적지 시찰 및 등정(12월 4일, 10월 16일), 당 전원회의(12월 29일~31일)로 대표되는 내부 정치행사 참석은 지난해(14회)보다 11회 많은 26회를 기록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 센터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이에 대해 "하노이 결렬로 대외 환경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체제 안정을 위해서는 정치 사상적 통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는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정치 관련행사가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하노이 회담 이후에도 4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 6월에는 북중 수교 70주년을 맞아 시 주석과 평양에서 북중정상회담 등 대외활동을 진행하기도 했다.
◆두 배 가까운 차이… 군사↑ 경제↓
그뿐만 아니라 2019년 김 위원장의 군사·경제 공개 활동도 전년도와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먼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시작된 지난 2018년에는 평화 분위기를 의식하듯 군 비중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김 위원장의 2018년 공개활동(총 98회) 중 군 분야 현지지도는 8회에 불과했다. 2012년 49회, 2013년 62회, 2014년 56회, 2015년 46회, 2016년 47회, 2017년 42회였던 점에서 한 자릿수로 크게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김 위원장의 군사 공개행보는 19회였다. 전년도의 두 배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한미군사훈련을 빌미로 13차례의 발사체 발사를 진행했는데, 이 가운데 김 위원장은 현장에서 시험 발사를 11차례나 지켜봤다.
특히, 지난해 11월 북한은 서부전선 접경지역 북방한계선(NLL) 인근 창린도 방어부대에서 해안포를 발사해 남북 9.19 군사합의를 위반했다는 논란도 일었다.
반면, 김 위원장의 민생 경제행보는 올해에도 높은 비율을 기록했지만, 41회(2018)에서 23회(2019)로 두 배 가까이 줄었다.
◆金의 '새로운 길'은 관광산업 육성?
민생 경제행보에서 두드러진 부분도 있었다. 김 위원장의 2019년 23개의 경제활동 중 11개가 관광지구 시찰이었다. 김 위원장이 추진하고 있는 역점 사업인 양덕온천관광지구(평안남도),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삼지연군(백두산), 금강산 관광지구의 현지지도가 중심이었다.
최근 김 위원장의 관광지구 시찰은 2018년 10건, 2019년 11건으로 늘어나 김 위원장은 자신이 추진하고 있는 관광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북한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삼지연군'은 '삼지연시'로 승격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직접 금강산을 찾아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남측의 관계 부문과 합의하여 싹 들어내도록 하고 우리 식으로 새로 건설하여야 한다"고 북한의 독자적인 금강산 개발을 천명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ICBM 발사' 등의 군사 도발행보, 경제 '자력갱생'을 북한의 '새로운 길'로 해석하고 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서 멀어지면서 제제해제 안에서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는 통로인 관광산업을 중점 육성할 것이라는 ‘쿠바모델’이 유력한 해석으로 떠올랐다.
지난달 3일 열린 ‘제36차 세종국가전략포럼’에서 조성렬 북한전문대학원 교수는 "관광 사업에 눈을 돌려 외화를 확보하고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이른바 ‘쿠바모델’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며 "북한은 미국이 핵무기, 중장거리·대륙간 탄도미사일 신고 및 폐기를 요구하는 한 대북제재의 완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대북제재에 걸리지 않는 인도적 지원이나 관광사업 등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7월 시진핑 중국국가 주석은 방북 당시 김 위원장에게 "북한 관광 중국인을 200만명으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