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한국당 창당 주시…"1당 지위 무너지는지 검토"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자유한국당이 오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준연동형 비례제 선거법 통과시 '비례 위성정당' 창당 방침을 밝히면서 대응 전략을 찾기 위한 더불어민주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26일 한국당이 제기한 민주당의 맞불 '비례 위성정당 창당 검토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국당의 위성정당 출범 대응 방안으로 거론되는 비례민주당(가칭)에 대해 "현재로선 구체적으로 검토한 내용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비례당 창당은 한국당이 검토할진 몰라도 민주당이 검토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민주당 내부에선 비례성과 대표성을 높여 국회에 다양한 국민 목소리를 전달하자는 취지에서 선거제 개혁을 주도해온 만큼 비례민주당처럼 맞불 위성정당 창당을 통한 대응은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한국당의 위성정당 창당이 현실화될 경우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김재원 한국당 정책위의장이 여당이 검토했다고 주장한 '비례 위성정당 관련 검토자료'에는 "선거법 개정으로 범여권과 범보수의 의석수는 최대치가 각각 145석과 152석이 될 수 있다"며 범여권에 불리해질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원욱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도 외부 전문가로부터 한국당이 비례 위성정당을 만들면 비례대표 의석을 다수 확보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은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기도 했다.
민주당은 비례한국당이 내년 총선에서 실제로 위협할 수준의 의석을 확보할지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더팩트>에 "민주당이 1당 지위를 놓치는 거 아니냐는 우려들이 (내부에서) 나오니 정말 그 정도 파괴력이 있는지는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내년 총선에서 최다 의석을 확보해 정권 재창출을 목표로 하는 민주당으로선 비례 의석 한 석이라도 아쉬운 상황이다.
다만 "(의석수와 관련해) 손익만 따져서 하기엔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공조를 굉장히 견고하게 해왔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라며 "지혜를 모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정치권 일각에선 민주당 지지자들이 자발적으로 창당해 위성정당을 만드는 구상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이 역시 선거제 개혁의 취지와 어긋난다는 여론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대안으로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방안으로 4+1 협의체가 비례한국당 출현을 막기 위해 '비례대표를 공천하지 않은 정당은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를 공천할 수 없다'는 내용을 추가해 공직선거법 재수정안 제출을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거론됐으나 이는 국회법상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회 의안과 관계자는 "의안에 대한 수정 동의는 국회법 95조 1항에 따라 해당 토론 종결 전까지만 접수가 가능하다"며 "어제(25일) 토론(필리버스터)이 종결됐기 때문에 수정안 접수가 안 된다"고 했다.
군소 정당은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선거법 수정안이 우선 처리된 후 4+1 협의체 차원에서 위성정당 관련 추가 협상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박주현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은 "(선거법 수정안에 비례 위성정당 출현을 방지하는 조항 추가가) 어렵다면 향후 비례 위성정당을 막기 위한 추가 입법을 추진하는 건 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 당장 선거법 처리를 앞둔 상황에서 한국당의 4+1 공조 흔들기에 휘둘려선 안 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여영국 정의당 대변인은 "아직까지 4+1 차원에서 그런 문제를 논의할 이유는 없고, 한국당이 그렇게 꼼수를 부리겠다고 하면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했다.
4+1 협의체가 만든 선거법 수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향후 각 정당 간 비례 위성정당을 둘러싼 의석수 셈법 논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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