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갈등 근본 요인 견해차…"한꺼번에 해결 어려워"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4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다. 양 정상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과 한국을 상대로 한 일본의 수출규제, 강제징용 배상 문제 등과 관련해 논의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일 관계 갈등의 돌파구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오는 23일부터 이틀간 제8차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중국 쓰촨성 청두를 방문하는 것을 계기로 24일 한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지난 20일 브리핑을 열고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15개월 만에 개최되는 양자 정상회담으로, 그간 양국 관계의 어려움에 비추어 개최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김 차장은 "지난달 태국에서 아세안+3 정상회의 계기 양국 정상 간 환담에 이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간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고, 한일관계 개선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일 정상회담은 지난해 9월 25일(현지시간) 뉴욕 유엔총회를 계기로 성사된 이후 1년 3개월 만이다. 지난달 4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3 정상회의 직전 문 대통령의 즉석 제안으로 양 정상이 11분 동안 만나긴 했지만, 정식 회담은 아니었다.
이번 회담에서 한일 정상은 양국 간 실질 협력 방안을 중점 협의하고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에도 의견을 나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문제에서 비롯된 수출 규제와 지소미아 연장 문제가 최대 의제로 꼽힌다.
따라서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한일 갈등을 둘러싼 수출규제와 강제징용 배상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 등을 을 마련할지 여부에 더 관심이 쏠린다. 정상 간 '톱다운' 방식인 만큼 냉랭해진 한일관계를 개선할 가능성에 기대감이 크다.
앞서 우리 정부는 지난 7월 일본이 무역 보복 조치에 이어 8월에도 아무 근거 없이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한 것에 대해 '우리 경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대한 문제'라고 인식하고 지소미아 종료라는 초강수를 뒀다.
이로 인해 한일 갈등이 고조됐지만, 우리 정부는 지난달 22일 지소미아 종료를 6시간 앞두고 조건부 유예 결정을 내리면서 한일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지는 않았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양국 간 갈등 상황은 풀리지 않은 상황이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일 관계 경색의 근본적 요인인 강제 징용 배상 문제에 대해서 해법을 찾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다. 한일 양국 간 견해차가 크기 때문이다.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체결을 통해 한국 내 징용자 피해 문제는 모두 해결됐다는 게 일본 측 주장이다.
일본 측이 지난 18일 한일 양국 기업과 국민들의 자발적 성금으로 재단을 만들어 일제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위로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문희상안(案)'이 발의된 것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만, 피해자와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지 미지수다.
청와대도 문희상안에 부정적인 인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20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일 중요한 것은 2018년 10월 대법원 판결이 존중이 돼야 되는 것이다. 일본의 가해 기업이 기금에 참여하지 않으면 (강제징용) 문제가 해결이 안 될 수도 있는 것이고, 그러면 대법원 판결 이행이 무효가 될 수 있는 구조가 된다"며 "피해자들의 의견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 이번 한 번의 정상회담으로 얽히고설킨 한일 갈등의 문제들을 단번에 풀기는 어렵고, 양국이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가자는 정도의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언근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초빙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된 자체로 보면 (한일 관계가) 조금 진전된 것으로 보이지만, 서로 입장이 다르다는 점에서 한일 정상이 양국 간 갈등 요인을 한꺼번에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앞으로 더 협상하자는 선에서 그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