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의원 지역구에선] 불출마설 솔솔 김현미, 집값 하락에 '부글부글'(영상)

지난 9일 경기도 고양시 주엽역 인근에 위치한 김현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에 각종 민원이 담긴 글귀가 남겨져 있는 모습. 인근에서 만난 한 주민은 김 의원의 부동산 정책에 불만을 털어놓으며 그의 총선 출마를 결사반대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양=박숙현 기자

여러분의 손으로 직접 뽑은 그 국회의원은 잘하고 있습니까. 2016년 4월 총선을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2020년 21대 총선을 준비할 때가 됐습니다. 하지만 국회는 시간이 가도 여전히 당파싸움에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꼴을 보려고 국회의원을 뽑지는 않았는데 말이지요. 우리를 대신해서 정치를 해달라고 했는데, 민심은 외면한 채 자신의 정치만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으신지요. <더팩트>는 화제와 이슈의 국회의원 지역구를 찾아 '풀뿌리 민심'을 듣는 '그 의원 지역구에선'을 연재합니다. 모든 시민을 만날 수는 없겠지만, 다양한 연령대의 남녀 유권자를 만나 '우리 의원님'에 대한 솔직한 마음을 들어보겠습니다. <편집자 주>

"한 번 속지 두 번 속나"…'총선용 정책'에 뿔난 민심

[더팩트ㅣ고양=박숙현 기자] "일산을 활성화 시키려고 노력하지 않는 한 표 얻기 어려울 것이다."

집값 하락 직격탄을 맞은 지역구(경기 고양시정) 바닥 민심이 심상치 않다. 실제 지역구에선 "출마해도 당선되기 힘들 것"이라는 기류가 곳곳에서 감지됐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향한 민심이 악화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정치권도 김 의원의 내년 총선 출마를 두고 관측이 엇갈린다.

9일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김 의원의 총선 출마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지난 9월 이후부터 총선 불출마설이 나오고 있지만, 김 의원 본인이 출마의 뜻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권 내에서는 김 의원의 불출마를 기정사실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김 의원은 17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이후 19대부터 고양시 정에 출마해 내리 재선에 성공했다.

<더팩트>가 9일 만난 지역사무소 관계자 역시 "(김 의원이) 아직까지는 총선에 출마한다는 뜻이 확고하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최근 집값 하락에 대한 지역 민심에 대해선 "3기 신도시 발표 이후에는 여론이 분명히 안 좋았지만 다시 돌아왔다. 선거까지 시간도 아직 많이 남아있고, 이 지역에 진보 세력이 훨씬 많다"며 선거를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여권에선 김 의원이 총선에 출마했다가 낙선할 경우 입을 정치적 타격을 우려하는 모양새다. 특히 올해 3기 신도시로 고양창릉지구가 지정되면서, 기존 신도시인 일산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정책을 직접 추진한 김 의원에겐 직격탄인 셈이다.

이후 국토교통부가 인천 2호선 일산 연장, 대도시권광역교통대책에 서부권 광역급행열차(GTX) D 신설 계획 등을 연이어 밝혔지만, 민심을 다독이기엔 역부족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취재진이 이날 지역 민심을 취재한 결과, '말뿐인' 정책에 김 의원에 대한 피로감이 최고조에 달한 듯 보였다.

취재진은 이날 김 장관이 거주하는 아파트 인근과 지역 사무실이 있는 일산신도시 대표적 중심지인 주엽역 일대를 찾았다. 아파트 인근에 들어서자마자 '덕이지구 대중교통 즉시 확충하라!', '말뿐인 3호선 즉시 연장 시행하라!' 등 대중교통 불편을 호소하는 현수막을 마주했다.

아파트 편의시설 곳곳에선 '지하철 3호선 대화-덕이-운정1-운정2 직선화 노선으로 조속히 착공해 개통시켜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에 참여를 독려하는 글들이 보였다.

김 의원 지역구 사무소가 위치한 주엽역 일대로 이동하니 주민들 사이에서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만들이 노골적으로 터져 나왔다.

사무소 앞에서 만난 A 씨(70대·여성)는 "김 장관이 총선에 나온다고 하면 결사반대할 것"이라고 욕설까지 섞으며 불만을 토로했다. 일산 서구에 거주한다는 그는 서울 서초구에 모친이 물려주신 19평 아파트 한 채가 더 있는데, 세금이 지난해 90여 만 원에서 올해 260만 원으로 확 올랐다고 한다. 무직으로 뚜렷한 소득원이 없다는 A 씨는 "수입이 있는지 없는지 봐야 하는데, 덮어놓고 세금을 때리면 어쩌자는 거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일산 일대의 집값 하락에 대한 쓴소리도 이어졌다. 사무소 인근 부동산 공인중개사 B 씨(60대·여성)는 김 의원에 대해 "정책을 밤낮 선거용으로만 내놓는다. 지난번에도 작년에 곧 GTX A 착공한다고 하면서 테이프만 끊고 안 했다. 1년이 다 됐는데 공사가 진행된 게 뭐가 있나. 한 번 속지 두 번 세 번 속겠는가"라고 했다.

이어 "이곳 아파트는 다른 지역에 비해 계속 떨어지고, 전세도 거래가 안 되고, 월세도 안 나오고, 비어있는 집이 곳곳에서 나타나니 일산 주민들이 얼마나 경제적으로 힘들겠나. 말도 못하게 심각하다"고 했다.

지난 5월 3차 3기 신도시 발표 후 김 의원 지역구 사무실에 지역주민들이 뽑지 말자, 정신차려라 등의 비판 글을 적어 놓은 모습. /허주열 기자

B 씨는 최근 국토부가 야심차게 발표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조정지역 대상 해제 조치에 대해서도 "반짝 움직였지만 부산 등에서 올라온 갭투자자들이 5000만 원 미만 시세차익 나는 것들만 싹쓸이 거래하고 나가버린다"고 했다. 조정대상지역은 주택담보대출 등이 제한된다. 이 규제를 풀면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는 효과가 나지만, 하락세를 잡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부동산을 찾은 손님 C 씨(60대·여성)도 "나도 김현미 (의원)를 좋아하고 찍었던 사람인데, 창릉 신도시 발표를 너무 빨리 시작했다. 갖고 있는 집이 안 팔려 죽어 나간다"고 호소했다.

B 씨는 총선 전망에 대해선 "일산을 살릴 수 있는 묘안이 있어야 회복이 된다. 목숨 걸고 재도전해서 일산을 활성화 시키려고 노력하지 않는 한 표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사무소 인근 상가를 운영하는 D 씨(50대·여성)는 "서울 집값을 잡는 데 왜 고양시가 피해를 봐야 하느냐"며 "지금 후곡마을 집값이 오른다곤 하지만 그쪽만 오르고, 중산동·탄현동 이런 곳은 집값이 완전 바닥"이라며 "이 지역은 60~80대들이 박근혜 탄핵 때 민주당 쪽으로 조금 넘어왔는데 다시 한국당 쪽으로 돌아섰다. 그쪽으로 가는 걸 피부로 너무 많이 느끼고 있다"고 달라진 지역 분위기를 전했다.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비례대표·초선)은 최근 김현미 의원 지역구 바로 앞에 사무소를 차리며 고양시 정에 출마할 뜻을 밝혔다. 김 의원의 출마 여부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일산=박숙현 기자

고양시 정을 포함해 고양시 4개 선거구는 20대 총선에서 모두 범여권 주자가 당선될 만큼 진보색이 강한 곳이다. 일산신도시와 화정지구 개발이 완료된 이후 16대 총선부터 민주당쪽으로 기울었다. 18대와 19대 대선에서도 문재인 당시 후보가 이 지역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창릉신도시 지정 영향으로 여론이 급속히 악화하면서 21대 총선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수도권 지역구로 떠오르고 있다. 자유한국당에선 이 지역구에 당 원내대변인을 지내 인지도가 높은 김현아 의원이 최근 김 의원 사무소 바로 맞은편에 사무소를 열어 총선 출마 뜻을 밝혔다. 조대원 한국당 고양시정 지역위원장도 "김 의원이 불출마하지 않고 꼭 나오길 바란다"며 맞붙을 채비를 갖추고 있다.

민주당이 빨간불이 켜진 고양시 정을 지키기 위해 김 의원의 출마를 독려할지, 새로운 인물을 내세울지 주목된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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