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한국당 새 원내대표 도전 영남계 향한 '기대'와 '우려'

오는 10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임기가 만료돼 새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경선이 예고된 가운데 영남권 의원인 유기준 의원(왼쪽)과 강석호 의원이 출사표를 던져 주목된다. /더팩트 DB

패스트트랙 협상·쇄신 이미지 강화 등 과제 산적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영남권 인사들이 앞다퉈 출마를 선언해 주목된다. 최근 당 쇄신과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당내 요직 인사가 영남으로 치우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으론 꽉 막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국면에서 새 인물이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당은 오는 10일 나경원 원내대표의 임기가 종료됨에 따라 새 원내사령탑을 뽑는다. 잔여 임기가 6개월 이내일 경우 의원총회에서 재신임 여부를 물어 임기를 연장할 수 있다는 당헌·당규에 따라 당초 4일 의총을 열고 나 원내대표의 유임 여부를 결정하려 했지만, 당 지도부의 '반대'로 원내 선거를 치르게 됐다.

먼저 도전장을 낸 강석호 의원은 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군에 지역구를 둔 3선 의원이다. 한국당 내 비박계 의원으로 분류되며 최고위원, 정보위원장, 외교통일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강 의원은 3일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협상력과 정치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반대와 투쟁이 야당의 특권일 수는 있지만, 야당의 진정한 무기는 기술적이고 전략적인 협상이어야 한다"며 "무너진 원내 협상력을 복원하고, 국민들께 인정받는 수권 야당으로 한국당을 다시 세우는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총선 전 야권의 주요 관심사인 보수 통합과 관련해서도 "원내 보수정당 간 정책 협의체를 구성해 보수 통합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며 "시대흐름과 변화에 맞는 '보수의 재정립', 내부의 특정계층이 아닌 모든 계층을 대변하겠다"고 비전을 제시했다.

강 의원의 라이벌인 유기준 의원은 친박계 핵심 인물로, 부산 서구·동구에서 4선을 지낸 중진이다. 당 대변인, 최고위원, 외교통일위원장, 해양수산부 장관, 사법제도개혁특위 위원장을 역임한 유 의원은 '경륜'을 무기로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4일 경선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한국당의 원내대표가 되어 교착상태에 놓인 국회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일방적으로 여당이 몰아가고 있는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패스트트랙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한국당의 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와 집권 세력의 실정에도 불구하고 한국당이 정국을 주도하는데 한계를 보인 것도 사실"이라며 "한국당에 활력이 필요하다. 황교안 대표와 함께 새로운 날개로 한국당에 활력을 불어넣겠다. 국민의 사랑을 받는 정당으로 거듭나는데 저의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당 새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국면에서 협상과 당 쇄신이라는 커다란 과제를 풀어야 한다. 지난 2일 열린 한국당 의원총회 모습. /허주열 기자

공교롭게도 한국당 원내대표 임기가 만료되는 10일은 정기국회 종료일과 같다. 물리적으로 패스트트랙 법안들이 시한 내에 처리될 가능성이 낮은 만큼 새 원내대표는 국회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다.

특히 현재 국회 본회의가 열리지 않고 대치 상황을 이어가고 있어 원내대표의 정치력과 협상력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두 후보는 다선 의원으로 여당을 비롯한 야 4당과 정치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는 기대를 받는다.

반면 한국당 내 '친박·친황 이미지'에 따른 비판적인 견해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원내대표까지 소위 친박이 되면 이 당은 탄핵 잔당이 되고,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홍 전 대표는 "극심한 내부 분열이 일어나고, 보수 통합은 커녕 분당 사태까지 올수도 있다"며 "균형을 맞춰라. 그게 마지막 남은 희망"이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쇄신은 선수별이 아니라 박근혜 정권이 망한데 대한 책임이 있는 사람들 정리가 바로 국민이 원하는 쇄신"이라며 "쇄신 대상이 쇄신 주체가 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날 비박계로 분류되는 복당파 김영우 의원은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다시 한 번 당내 변화와 쇄신을 촉구하기도 했다. 초선 의원들도 당 혁신과 중진 의원들의 수도권 출마를 요구하는 만큼 새 원내대표는 총선 전 당 분위기를 재정비해야하는 숙제도 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도 새 원내대표의 협상력과 변화 의지에 방점을 찍었다. 김병민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두 후보 모두) 각자의 관점을 바탕으로 선거를 치를 것"이라며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얼마나 슬기롭게 대처하느냐에 따라서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그 조정능력이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황 대표의 변화와 쇄신을 향한 리더십에 따라 원내대표와 함께 외연 확장 등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2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는 황 대표. /남윤호 기자

이어 "강 후보와 같은 경우 협상을 말하지만, 각자의 견해가 다를 것"이라며 "의원들의 총의를 모아서 일사불란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오히려 역으로 한국당이 잃는 게 더 많을 수 있다. 그 총의를 얼마나 잘 이끄는지 리더십과 협상력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남권 의원들의 출마와 관련해선 "황 대표가 당의 쇄신과 혁신을 통해 해결할 문제"라며 "당 분위기가 영남에 치우치고 있다는 세간의 비판은 거둘 수 없는 상황이지만, 황 대표가 통합과 쇄신에서 얼마만큼 국민의 목소리를 담느냐, 중도로 외연확장을 하는지 리더십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박상철 경기대 교수도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그는 통화에서 "두 후보 다 (패스트트랙 국면에서) 출구 전략을 말하긴 할 것"이라며 "향후 정국이 바뀔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다만 박 교수는 "지금 모습은 한국당에게 굉장히 좋지 않다. 첫째 모든 정당이 원내대표와 당 대표 이원화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황 대표가 최고위원회를 통해 원내대표 경선을 좌지우지 하는 것이다. 둘째로는 (두 후보가) 원내전략보다도 정치적 영향력 확보를 위해서 나오는 것으로 보여지는 게 있다. 당 전체로 보면 수도권을 놓지면 안 된다. 한국당이 수도권을 놓치면 진영 논리에 빠지기 쉽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대개 원내대표 경선은 대표를 어느 정도 견제할 수 있다는 걸 말하는 게 중요하다"며 "공천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황 대표를 견제할 수 있는 부분으로 당내 비주류들의 표를 몽땅 얻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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