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규탄대회'서 이인영 "스스로 무덤 팠다"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어린이 교통안전을 강화한 '민식이법'과 청년기본법 등 처리를 예고했던 29일 국회 본회의 개최가 무산됐다. 자유한국당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를 신청,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대안신당 등이 본회의 불참을 밝히면서 의결 정족수가 충족되지 못해 사실상 연기된 것이다.
이날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신청 이후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만났지만, 본회의 개최를 위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한민수 국회 대변인은 "문 의장은 오늘 안건이 200건 가까이 되는데 의결정족수가 필요한 안건들"이라면서 "여야 3당 원내대표가 협의해 의결정족수가 되면 언제든 본회의를 열고 사회를 볼 생각"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국회법에 따르면 법안을 의결하려면 148명 이상(재적의원의 과반 출석)이 필요하다. 민주당(129석)과 정의당(5석)과 민주평화당(5석) 대안신당(8석)은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신청 이후 본회의 불참 방침을 통보했다.
문 의장은 이날 본회의 일정 확정 당시 여야가 비쟁점 민생법안 처리에 합의한 점을 들며 "그 합의를 지키는 것이 맞고 그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했다.
앞서 회동 장소를 먼저 빠져나온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할 말이 없어서 말을 할 수 없다"며 자리를 떴다.
한국당은 오히려 민주당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본회의 파행 상황에 대해 "민주당이 우리의 적법한 요구인 필리버스터를 철회하지 않으면 본회의를 열지 못하겠다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한국당은 안건 200여건에 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신청했다. 다음주 상정될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처리를 막는다는 차원이었다.
나 원내대표는 민생입법을 막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저희는 민생법안을 볼모로 잡는 것이 아니라 급한 민생법안에 대해선 먼저 처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답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민식이법'이나 유치원 3법을 포함해 모든 법안을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것은 사실상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고 했다. 오 원내대표는 또 "제1야당 한국당을 반개혁세력으로 몰아붙이는 민주당에도 큰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본회의 불참 방침을 정하고 '한국당 규탄대회'를 열었다. 한국당의 필리버스터를 중단하려면 국회 재적인원의5분의 3(177명)이 서명해야 하는데 이를 충족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규탄대회에서 "30여 년간 정치를 해왔지만, 이런 건 처음 본다.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졌다"며 "선거법과 검찰개혁법을 반드시 통과시켜서 나라를 바로잡겠다. 이제 참을만큼 참았다"고 강조했다.
이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오늘 스스로 무덤을 팠다. 한국당의 국민 거역행위는 혹독한 국민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