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15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이 인재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새로운 인재영입은 당 이미지 개선 및 지지층 확대 등을 위한 정치적 포석과 함께 표를 얻기 위한 선거 전략의 일환이다. 지난 20대 총선에선 44.0%, 19대 총선에선 49.3%, 18대 총선에선 44.8%가 초선 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21대 총선도 교체 비율은 40% 중반을 넘어설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 중심에는 이른바 '문재인 키즈'가 있다. 20대 총선 당시 문재인 민주당 대표가 직접 영입했던 '문재인 키즈'들은 총선 승리의 주역이었다. <더팩트>는 21대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키즈의 정치 활동과 명암 등을 조명한다. 나아가 이들이 바라본 21대 총선 인재 영입 키워드 등을 총 4편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국회 안팎서 맹활약…정권교체에도 기여
[더팩트ㅣ국회=박숙현·문혜현 기자] '한 사람이 온다는 것은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인재영입 회견장이었던 더불어민주당 대표실에 걸린 문구다.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에 나온 이 글에는 정치권의 인재영입 의미가 고스란히 담겼다. 당시 민주당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4·13 총선을 앞두고 영입했던 이른바 '문재인 키즈' 다수는 여의도에 입성했고, 지금까지 활약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영입한 19명의 '문재인 키즈'
문 대통령이 직접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아 인재영입에 심혈을 기울이던 시기는 당내 비주류의 흔들기, 안철수 공동대표의 탈당 등 내부 분열이 본격화하며 리더십 위기에 직면한 때였다. 당시 문 대표는 '전문성'과 '사연'이 있는 인물들을 대거 영입해 돌파구를 마련했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를 시작으로 △김병관 웹젠 의장 △이수혁 전 6자회담 수석대표 △김빈 빈컴퍼니 대표 △오기형 법무법인 태평양 중국 상해사무소 수석대표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 △김정우 세종대 교수 △하정렬 전 육군 소장 △박희승 전 수원지법 안양지원장 △유영민 전 포스코 경영연구소 사장 △김민영 전 참여연대 사무처장 △권미혁 여성단체협의회 대표 △김병기 전 국가정보원 인사처장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 △오창석 아나운서 △박주민 민변 사무차장 등 19명을 차례로 당에 데려왔다.
이들 대부분은 '정의의 아이콘', '벤처신화', '동북아 외교의 전설', '동북아 경제통상전문가', '차별의 벽을 뛰어넘은', '국가재정전문가', '세월호 변호사' 등 화려한 수식어와 관심을 받으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40대가 7명, 50대가 6명, 60대가 4명이었고, 20대와 30대는 각각 한 명씩이었다.
전문 분야도 경제·경영·통상·외교·안보·안전·엔지니어·법조·과학기술·벤처 등으로 다양했고, 출신 지역도 호남권 7명, 영남권 8명, 중부·수도권 4명 등 지역별로 고르게 분포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친노(친노무현) 패권', '친노 운동권당'이라는 뼈아픈 비판을 의식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실제 문 대통령은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에 패하면서 '이기는 정당'이 되기 위한 길을 모색했고, 그 중 하나가 인재영입이었다.
◆국회 입성한 문재인 키즈, 정권교체에 앞장
문재인 키즈 19명 가운데 총선 출마 의사를 밝힌 13명이 20대 총선 지역구 출마에 도전했고, 이중 절반인 8명(김병기·김병관·김정우·서형수·손혜원·박주민·조응천·표창원)이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20대 총선에서 친문(친문재인)계를 중심으로 한 범친노 계파가 당내 최대 세력이 됐고, 이들은 정권 재창출을 위한 구심적 역할을 했다.
특히 지난 2017년 대선 때도 문재인 키즈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하며 활약하기도 했다. 손혜원 무소속 의원은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의 '이미지 메이커'였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홍보본부 부본부장을 맡아 브랜드 마케팅 전문가로서 신선한 방식으로 문 대통령을 알렸다. 온화함, 강직함, 여유만만함 등 현재 문 대통령의 다양한 이미지는 손 의원의 손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외에 김병관 의원은 선대위 청년 선거대책본부 위원장을 맡아 청년층의 지지를 모았고, 재정전문가 김정우 의원은 정책본부 부본부장으로서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 공약 밑그림을 그리며 활약했다. 부산 출신인 서형수 의원은 경남 선대위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을 맡으며, 지지세가 약한 경남지역 민심 잡기에 기여했다.
김병기 의원은 상황본부 제1부실장을 맡았다. 이에 대해 김 의원실 관계자는 "야당 시절 국회에 들어와 정권 창출에 상당히 많은 일을 했다"며 "초선 의원으로선 이벤트(중요한 성과)였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의정활동에서도 돋보인 문재인 키즈
문재인 키즈의 활약은 의정활동에서도 돋보였다. <더팩트>취재진이 20대 국회 대표법안 발의 현황(11월 22일 기준)을 확인한 결과 지역구 의원 가운데 박주민 의원이 127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김정우(105건) △김병기(80건) △조응천(79건) △서형수(68건) △김병관·표창원(57건) △손혜원 (37건) 의원 순이었다.
발의된 법안 중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 수는 김정우 의원이 1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손혜원(17건) △박주민(15건) △김병관·서형수(11건) △김병기(10건) △표창원(8건) △조응천(3건) 순으로 확인됐다.
이들 중 일부는 국민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형 입법 성과를 내기도 했다. 20대 국회 전반기 기획재정위원회 민주당 간사이자 조세소위원장을 맡았던 김정우 의원은 고소득자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을 과세표준 '3억 원 초과·세율 42%'로 조정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주도했다. 고소득자 과세 강화는 문 대통령의 공약사항으로 복지정책 늘리기에도 영향을 끼쳤다.
김 의원은 지난달에는 공업지역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각종 지원과 사업 절차 간소화를 담은 '공업지역 활성화 지원법'도 대표발의했다. 이에 발맞춰 국토교통부는 지난 21일 경기 군포를 포함해 5곳을 '공업지역 활성화 시범사업 지구'로 잠정 선정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관련 사업들을 시행하게 된다.
이에 대해 김 의원실 관계자는 "지역구인 군포시를 비롯해 과거 공업지역이었으나 낙후된 곳에 지역경제 활력을 위한 새로운 전략을 만들자는 차원"이라며 이를 "임기 말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청년 인재로 국회에 들어온 김병관 의원은 벤처창업과 청년을 주요 관심사로 두고 이에 대한 입법활동에 집중했다. 20대 국회 전반기에 이른바 '창업 날개법'을 발의했다. '대표이사 연대보증제'를 폐지해 중소·벤처기업 대표가 사업에 실패해도 다시 살아남는 구조를 만들어주자는 취지였다.
청년부문 최고위원으로 전반기 민주당 지도부에도 합류했던 김 의원은 청년 의제에도 관심이 많았다. 전반기에는 국회 청년특위 민주당 간사로 활동했고, 후반기에는 홍영표 원내대표 체제에서 청년 연석회의 당 간사를 맡으며 청년기본법 처리에 힘썼다.
국정원 출신인 김병기 의원은 권력기관 개혁안 마련에 앞장섰다. 그는 지난해 국정원의 명칭을 안보정보원으로 변경하고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하며 직무에 대해 국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등 외부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국정원법 전면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다만 이 법은 여야 이견이 커 통과되지 못 했다. 김 의원은 국정원 개혁법안을 보완해 20대 국회 내 처리를 중점 목표로 삼고 있다.
표창원 의원은 20대 국회를 대표하는 경찰통으로 관련한 다양한 법안들을 내놨다. 수사는 경찰이, 기소는 검찰이 맡도록 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검찰청법 개정안을 발의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법안에 반영했다.
'세월호 변호사'로 불리는 박주민 의원은 '사회적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박근혜 정부 때 활동한 1기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에서 다 하지 못했던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을 분명히 하도록 2기 세월호 특조위 출범을 핵심으로 한다.
문재인 키즈로 여론의 집중 관심을 받으며 활동한 20대 국회를 마무리하는 소감은 어떨까. 박 의원은 "일을 많이 할 줄 알고 들어왔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박 의원은 "국민 눈치를 보고 일을 열심히 하도록 '일하는 국회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빠른 속도로 나라가 바뀌어야 하는데, 그 속도를 국회가 못 맞추는 것 같다"며 "그게 안 되니까 초선 의원들 중에 일하고 바꿔보려고 들어왔던 분들이 지치는 것이다. 지금 바꾸지 않으면 21대 국회도 똑같을 것"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현재 민주당 내 국회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의사 일정·안건 결정 과정 자동화, 의원 의사 일정 출석 강화 등을 담은 '국회 혁신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문재인 키즈에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다만 외부 인재영입이 당의 쇄신과 발전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박상철 경기대 교수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그때 선수들이 다 괜찮다"며 "많은 숫자는 아니었지만 신선했고, 당을 위해서도 그들의 역할이 좋았다"고 평가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통화에서 "박주민·표창원 의원 등이 활약을 많이 했다"면서도 "결국 인재영입은 새로운 인재를 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치개혁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박주민 의원만해도 '조국 사태' 때 진영 논리에 묻히지 않았나"라며 "정당에서 오랫동안 훈련된 사람이 오는 게 좋은데, 그게 한국 정치에선 취약하다. 우리나라는 늘 주변에서 성공한 사람을 영입하는 풍토가 있다. 정당에서 교육을 통해 충원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신율 명지대 교수는 "문재인 키즈가 그다지 유별나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신 교수는 "당시 새누리당에선 탈북자도 영입하고, 우리나라에 귀화했던 외국인도 영입하지 않았나. 그것과 비교하면 사실 그렇게 특별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국회 밖 문재인 키즈도 존재감 '뿜뿜'
문재인 키즈의 존재감은 원외에서도 드러난다. 문 대통령이 2016년 영입한 박희승·유영민·오기형·이용빈·천준호 등은 현재 각각 지역위원장을 맡아 활동 중이다.
오기형 서울 도봉을 지역위원장은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도 참여했으며, 민주연구원 부원장, 추미애 대표 특보, 지방선거 시기 시당 공심위원,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캠프 클린선거본부장으로 일했다.
2018년엔 홍영표 원내대표 비서실장으로 일하며 국회 원내 실무 업무를 수행했다. 그는 "특히 패스트트랙 법안 협상과정을 지원했다"며 "이후엔 일본경제침략대책특위 간사로 활동했다"고 이력을 설명했다.
이용빈 광주 광산갑 지역위원장도 문재인 키즈로 영입돼 4년 동안 꾸준히 정치권에서 활동하고 있다. 의사 출신인 이 위원장은 독거노인과 외국인 노동자, 빈곤층 청소년들을 진료하며 광주외국인노동자건강센터 이사장로 활약했다.
20대 총선 당시 지역에 깊이 뿌리내렸던 김동철 국민의당 후보에 패배했던 이 위원장은 "당시 민주당은 이곳 광주에서 8곳의 지역구 모두 국민의당 후보들에 의해 패배하는 뼈아픈 결과를 얻었다"며 "이후 저는 정당이 기존의 정당 구조와 같이 하향식의 의사결정 구조와 소수 지도부 중심의 정책 결정의 방법으로는 결코 정당 스스로 변화하여 지역민들의 열망을 충족시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는 "지역위원장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정당과 지역에 대한 고민을 활동 안에 녹여내기 위해 노력했다"며 "당원 정치학당, 당원 총회, 정책 토론회 등의 개최를 통해 당원들 스스로가 당론 결정의 과정에 일부나마 참여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장려했다. 또 찾아가는 정책 당사 운영 등의 사업을 통해 지역민들에게 당의 정책을 알리고 의견을 청취하는 데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기획보좌관이자 비서실장, 정무보좌관을 맡아 시정을 도운 천준호 서울 강북갑 지역위원장은 지난 총선에서 정양석 한국당 의원에게 불과 4.8% 차이로 아깝게 낙선한 바 있다.
강북갑 지역위원장으로 꾸준히 활동해온 그는 2017년 대선 이후 당 정당발전위원, 추미애 대표 특보로도 일했다. 그는 최근 근황과 관련해 "(낙선 후) 제가 청와대나 공기업에 가지 않고, 지역활동에 몰입했기 때문에 지역에선 많은 지역민과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진 게 좋았다. 지역민들과 많이 대화하고 미래를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②>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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