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의 성격 변화 가능성 높아"
[더팩트ㅣ외교부=박재우 기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이 23일 0시 종료를 앞둔 가운데, 향후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정세에 벌어질 영향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우리 정부에 방위비분담금 증액 및 주한미군 성격 변화 등의 압박 수단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나와 주목된다.
우리 정부는 일본이 경제제재 조치를 먼저 취한다면 지소미아 종료를 고려해본다는 입장이었지만, 일본 측에서 아무런 움직임이 없어 결국 지소미아는 종료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과 동북아 패권을 두고 기 싸움을 벌이고 있는 미국 관료들은 우리 정부를 연이어 찾아 '종료 유예' 메시지를 보냈지만 역부족이었다.
청와대는 종료 전날인 21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보실(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한일 간 현안 해결을 위한 정부의 외교적 노력을 검토하고 관계국과의 긴밀한 협의를 지속해 나가기로 했으며, 이와 관련한 다양한 상황에 대비할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상원은 20일(현지시간) 지소미아 종료 결정 취소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상정하기도 했다. 결의안에는 "한국이 역내 안보 협력을 저해할 수 있는 잠재적 조치의 해결 방법을 고려할 것을 촉구한다"며 "일본과 한국이 신뢰를 회복하고 양국 간 균열의 근원을 해소하며, 두 나라의 다른 도전 과제들로부터 중요한 방어와 안보 관계를 격리시킬 것을 권고한다"고 당부했다.
미국의 방위비분담금 협상 압박도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맞물려 미국이 주한미군 주둔을 축소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그러나 미국 국방부 조너선 호프먼 국방부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미 국방부가 현재 한반도에서 미군을 철수한다는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또, 19일 한국에서 열린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정이 이례적으로 결렬된 바 있는데 일각에서는 지소미아 종료(22일) 유예를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왔다.
지소미아를 대체할 수 있는 한·미·일 정보공유약정(티사·TISA)가 거론되고 있지만, 지소미아 종료에 불만을 갖는 미국이 과연 협조적으로 나올지 미지수라는 해석도 있다. 지난 2014년 12월 체결된 티사는 미국을 통해 한국과 일본이 북한의 핵·미사일 정보를 공유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현재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진전을 보이고 있지 않은 가운데, 방위비 분담 증액, 주한미군 철수 등으로 이어져 한미동맹이 균열로 비칠지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관점에서 지소미아 종료로 인해 주한미군의 성격 변화 가능성을 높게 봤다. 신범철 아산연구소 통일안보센터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지소미아 종료는 한미동맹 신뢰에 금이 가는 것"이라며 "지소미아가 당연히 (방위비와 주한미군에) 영향은 있지만 당장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당장 주한미군 철수나 축소 문제는 아니"라며 "방위비 분담금 문제 또는 북한 제재문제 등 여러가지에서 한미가 충돌되면 그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지소미아 종료 문제에 미국이 많은 불만을 갖고 있다면서 "지소미아는 한국도 일본도 아닌 미국이 원했기 때문에 체결했던 것"이라며 "종료되면 가장 불만을 갖을 나라가 바로 미국"이라고 강조했다.
박재적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지소미아 종료가 주한미군의 성격 변화에는 관련이 있지만 방위비 분담금과는 관련이 없을 거라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미국의 현재 정책은 한미·미일·미필리핀 등 동맹들을 연계시키는 것"이라며 "지소미아가 깨지면 이러한 연계전략이 깨지니 전체적인 틀 안에서 주한미군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근본적인 고민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