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제3정당' 국회의원의 고백…"낡은 정치한 국민의당, 통합 이후도 실패"

19일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80년대생에게 듣는 한국 정치 이대로는 안 된다 토론회에선 총선을 앞둔 한국 정치에 대한 청년과 전·현직 국회의원의 쓴소리가 이어졌다. /중구=문혜현 기자

민주당 청년당원 "청년은 '오더 정치' 들러리"

[더팩트|중구=문혜현 기자] "수족관에 물은 안 바뀐 채 물고기만 갈아채워지고 있다. 물을 바꾸고 고기를 새로 넣어야 건강하게 생명력을 유지할텐데, 멀쩡한 고기가 국회라는 오염된 물에 들어와 4년 동안 헤엄치다 버려진다."

보건복지부 장관을 역임한 진수희 전 새누리당 의원은 바뀌지 않는 국회의 고착화된 시스템 문제를 지적했다. 최근 총선을 앞두고 불출마 선언이 이어지고, 정치 쇄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인적 물갈이가 다가 아니"라는 성토의 목소리가 나왔다.

청년들은 '오더 정치' 아래 눈치보기에 급급하고, 새 정치를 위해 신당을 들고 나왔지만 결국 낡은 정치의 틀 안에 갇혀 실패했다는 고백과 진단이 이어졌다.

19일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80년대생에게 듣는 한국 정치 이대로는 안 된다' 토론회에선 80년대생 사회인 및 정치인, 현직 국회의원들이 모여 정치 개혁을 위한 의견을 나눴다.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김용태 자유한국당 의원·유성엽 민주평화당 의원이 주관하고 시민을위한정책연구원·사회디자인연구소가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선 현 정치권을 향한 날카로운 비판이 쏟아졌다.

◆정치권 향한 30대의 '쓴소리'…민주당 청년 "오더정치가 문제"

이날 발제에 나선 이수인 고려대 대학원 정치학과 학생은 "저를 포함한 대한민국 30대에게 정치는 우리의 이야기를 대변하고 실제로 제도화시킬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되어주지 못하고 있다"며 "조국 사태 이후에도 여전히 진영 논리에 빠져 내년도 총선을 위한 혐오 문화 조성에만 매진하고 있다. 하지만 30대는 다른 세대를, 다른 구성원들을 혐오할 이유와 여유가 없다"고 꼬집었다.

김성훈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도 현 정치권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진보 진영은 인간의 욕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면, 보수 진영의 문제는 아픔에 대한 공감 능력이 철저하게 부족하다는 점"이라며 "지난 세월호 사태 당시 보수 진영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유족들한테도 하지 못할 말을 하는 걸 봤다. 우리는 부모로서 자식 잃은 부모를 공감하지 못하고 모욕한 세력을 지지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변호사는 "두 진영에서 누구를 혐오하고 적대하는지 분명히 알겠는데, 어떤 걸 만들고 싶은진 모르겠다"며 "음각이 아닌 양각의 정치를 기대하고 싶다. 반대하고 적대하는 가치를 칼로 도려내고 훼손하는 정치가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가치를 더해서 새로운 미래를 갖고 있고 어떤 걸 할수 있다고 말했으면 한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을 역임한 이랑주 전 문재인 대통령후보 청년정책특보는 기성 정치권의 문제를 '기득권 지키기'로 꼽았다. 이 특보는 "기존 양당은 청년들을 미래의 정치 주역, 미래의 대한민국을 이끌 지도자로 보지 않는다"며 "지난 지방선거만 봐도 알 수 있다. 많은 청년들이 민주당에 희망을 걸고 출마했다. 그러나 그들은 기득권 정당의 높은 벽만 실감하고 공천 탈락의 쓴 잔을 마셨다. 저도 그 피해자 중의 하나였다"고 토로했다.

10살 초등학생 아이를 둔 이 특보는 "당시 저는 숨만 쉬어도 욕을 먹었다. 여자가, 초등학생 아이의 육아를 제대로 하지 않는 엄마라는 욕을 먹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함께 지방선거에 나섰던 제 친구는 지금 사퇴하면 지금까지 썼던 선거 비용과 자금을 보전받을 수 있다. 다만 이번 주말을 넘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들었다"고 기득권 정치의 폐해를 지적했다.

그는 "청년은 그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이슈몰이나 하다 토사구팽 해버리는 것이 그들의 민낯"이라며 이번 총선도 지켜봐야한다"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에서 오래 일하며 전국청년위원회 대변인, 서울시당 청년부위원장 등 활동을 이어온 이 특보는 "당원으로서 정치적 의사형성 결정이나 그 과정에 '민주적이구나'라고 체감해 본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오더 정치'가 만연하다. 지역위원장은 당 대표의 눈치를 보고, 구의원·시의원은 지역위원장 눈치를 본다. 누군가 지지하고 싶은 후보가 생겨도 지역위원장 눈치를 보느라 중립을 지키려 하거나 뒤에서 듣고만 있는다. 이런 식으로 당의 오더가 오는 경우가 많다"고 비판했다.

그는 "제가 간과한 것이 있다. 민주당 당원으로서 밭을 갈고 현 정부를 응원하는 것만으로는 한국 정치의 후퇴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라며 "기득권 정치인이 개혁하지 않고, 내려놓지 않는다면 우리 청년들이 모여 한국 정치와 나라를 위해 새롭게 실험하고 도전해보고자 뜻을 모으고 싶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은 국민의당의 등장과 실패, 바른정당과의 화학적 결합에 이르지 못한 이유를 기성 정치와의 차별화에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문혜현 기자

◆ '준탈당인' 이태규 의원의 자성론 "정치행태 차별화 실패"

이날 토론에 나선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은 국민의당에서 시작한 '제3정당'의 기대와 오류, 바른정당과의 화학적 결합 실패 원인에 대한 분석을 내놨다. 비례대표 초선으로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모임 변혁에 속한 이 의원은 최근 당권파와 각을 세우고 분당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국민의당을 놓고 "새정치와 제3당에 대한 기대에도 국민의당은 기성 정당의 틀과 정치행태의 차별화에 실패했다"며 "궁극적으로 낡은 기성 정치구도 속에 복속됨으로써 총선 이후의 확장성에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이 의원은 그 원인에 대해 △총선 이후 리베이트 의혹으로 인한 안철수 대표의 사퇴 이후 새정치에 대한 체계적 고민과 실행 노력 부재 △안 대표 이후 체제 기성 정치 프레임 당 운영, 소수 제2야당으로 이미지 축소 △한국 사회 개혁 의지와 내용에서 평범함 탈피 실패 △기성 정당 모습 답습, 비생산적 정당의 틀 유지를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당의 한계는 양당 기득권 정치의 공고화를 다시 불러왔고, 제3당의 정치적 왜소화로 연결됐다"며 "대선 패배 이후 당의 새로운 활로를 열고자 바른정당과 통합했으나 내부 반발과 이탈, 그리고 통합 이후의 바른정당과의 화학적 결합에 실패, 국민의당 창당 정신 구현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의당은 실패했으나, 양당 기득권 정치에 반대하고 새로운 정치의 내용과 구도를 원하는 흐름과 기대는 여전히 존재한다"며 "그러나 새로운 정치 지도자와 이에 걸맞는 비전과 콘텐츠, 중도실용적 개혁에 진정성을 갖는 인적자산이 나타지 않는 한 유권자는 '선거 불참'이나 양당 종속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이날 토론회에 불참한 김용태 한국당 의원은 메시지로 의견을 전달했다. 그는 "지금 보수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386세대, 노동조합, 진보시민단체와 싸울 실력도 능력도 없다"며 "지금 진보와 보수의 싸움은 50대 이상과 60대 이상의 자기영역 쟁탈전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맹비난했다.

최근 있었던 김세연 한국당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대한 당 징계를 의논하는 의원총회에 참석한 김 의원은 "40대 이하나 여성, 4차 산업혁명의 산업 분야를 대표하는 당사자들이 직접 나서서 정치하는 주체가 돼야한다"며 "50대 이상 세대가 선의를 가지고 그부분을 대변하겠다는 건 완전 사기다. 나를 포함한 모두는 보수, 진보할 것 없이 깨끗하게 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 대해 "여의도는 철저하게 정책 수요자의 목소리가 단절돼 왔다"며 토론회 개최 취지를 밝혔다. 그는 "현장에서 더 많은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것이다. 앞으로 토론회가 더 이어질 것"이라며 정치권의 경청을 촉구했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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