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 심판론' 만으로 뭉치기엔 아직 먼 분열된 보수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보수 통합'의 시계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제안에 유승민 바른미래당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대표가 "대화하겠다"고 화답한 것이다. 하지만 내년 총선이 5개월 남은 시점에 나온 보수 통합 논의가 해피엔딩일지는 미지수다.
황 대표는 "문재인 정권 심판을 위해 헌법 가치를 존중하는 모든 자유민주 세력들이 뭉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통합의 주요 대상인 변혁, 우리공화당 모두 시큰둥한 반응이다.
유 대표는 △탄핵의 강 건너기 △개혁보수 지향 △낡은 집 허물고 새집 짓기 등 3원칙을 제시하며 "대화에는 응하지만, 통합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부정하는 우리공화당은 "탄핵에 대한 속죄 없이는 탄핵의 강을 건널 수 없다"며 유 대표 측과 상반된 입장을 밝혔다.
세 정치 세력의 통합을 위한 필요조건인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은 세력끼리 또 각 세력 내부에서도 의견들이 달라 하나로 정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드러난 문제 외에 총선 공천, 문재인 정권 심판 이후 나아갈 정치적 방향성 등 쉽지 않은 숨은 과제도 있다.
이에 타 정당들은 황 대표의 내용 없는 보수 대통합 제시를 "정치적 입신과 이득에 따른 '이합집산'에 불과하다"며 "총선을 앞두고 간판만 바꿔 표를 호소하려는 발악에 가깝다"고 본다.
일각에선 내년 총선을 겨냥해 황 대표가 야심 차게 추진한 인재영입이 박찬주 전 육군 대장 논란으로 시작부터 꼬이며, 당내에서 지도부를 향한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을 무마하기 위한 준비되지 않은 성급한 발표라는 주장도 있다.
실제 황 대표는 '헌법 가치를 존중하는 모든 자유 우파 세력 대통합', '문재인 정권 심판' 등 대의만 제시했을 뿐 구체적 내용 없이 "앞으로 통합을 잘 논의하자"는 원론적 방향성만 제시했다.
이에 대해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황 대표가 추진하는 보수 대통합은 TK 통합에 불과", "불편한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내용도 없는 보수 대통합", "황 대표는 친박에서 말을 갈아탄 친황들이 벌이는 정치쇼를 제압하고 물갈이할 힘이 없다" 등 혹평을 쏟아냈다.
안팎에서 비판과 우려가 쏟아지는 가운데 보수 통합에 실패하면 차기 대권을 노리는 황 대표는 상당한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흔들리는 리더십을 다잡고, 전체 보수 세력을 아우르는 리더가 되기 위해 던진 황 대표의 제안이 본인에게 족쇄를 채우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일부에선 어려운 과정을 뚫고 통합에 성공하더라도 너무 일찍 보수 통합론이 나오며 그 효과가 반감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총선을 목전에 둔 내년 1~2월께까지는 물밑 협상을 이어가다, 큰 틀에서 조율을 마친 후 발표해야 보수 통합의 최대 효과가 나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우려의 목소리가 크지만, 황 대표가 진정성을 갖고 보수 통합을 주도하며 예상 밖 성공을 거둘 가능성도 있다. 그러기 위해선 통합을 위해 기득권을 포기하는 희생과 혁신하는 보수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절대 쉽지 않은 과제를 던진 황 대표가 보수 통합 정국에서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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