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정치팀과 사진영상기획부는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TF주간 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 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파는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가짜 뉴스' 지적한 문 대통령…인내심 임계점 왔나
[더팩트|정리=문혜현 기자] -8일은 입동(入冬)이었습니다. 계절이 어느새 겨울로 접어들고 있는데요. 정치권은 여전히 공전과 갈등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번 한 주도 많은 일이 있었는데요. 최근 한국당의 인재 영입 대상이 되었던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이 논란의 중심이었죠. 민주당을 비롯한 진보 야권은 거센 비판을 했습니다. 박 전 대장을 너무 많이 지적해서였을까요, 민주당에선 취재진에 브리핑 공지 문자를 보내다 이름을 잘못 적는 해프닝(?)까지 벌어졌습니다.
-취재진 카메라에 찍힌 탈북자 북송 문자도 화제였습니다. 자유한국당은 유출된 보고 내용을 보고 '강제 북송'이라며 꼬집었는데요. 추방 이유는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관련 내용을 지적한 한국당 의원들이 머쓱해질 정도였습니다. 청와대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또다시 '가짜뉴스'를 언급하며 비판적인 견해를 내놨습니다. 끝없이 유포되는 가짜뉴스, 청와대는 강력 대응 방침을 내놨습니다. 먼저 민주당 관련 소식부터 들어보겠습니다.
◆민주당의 '지독한 박찬주 사랑'?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 출입 기자들이 '박찬주 원내대변인, 오전 현안 브리핑'이라는 문자를 받았다고요?
-네, 오전 11시께 이렇게 문자를 받았는데요. 매번 받아온 현안 브리핑 일정 공지라 처음 봤을 땐 그냥 넘겼는데 다시 보니 '박찬주 원내대변인'이었던 겁니다. 이를 알아차린 기자들은 단체 채팅방에서 "박 전 제2 작전사령관을 원내대변인으로 모시는 민주당의 통 큰 결단" "일정 공지는 로봇이 하는 줄 알았는데 사람이 하는 거였군" 등의 이른바 각종 '드립'을 하고, 해당 문자를 캡처해 올리기도 했습니다.
-일정 공지는 공보국에서 발송하는 거죠?
-네, 대변인의 의원실에서 "온마이크로 브리핑을 하겠다"며 공보국에 시간과 장소를 알려주면 공보국이 출입 기자들에게 문자로 보내는 식입니다. 민주당 공보국은 이 같은 문자를 돌린 후 약 3분 뒤에 "박찬대 원내대변인"이라고 수정했습니다.
-당사자인 박 대변인의 반응이 어땠을지 궁금하군요.
-(웃음) 박 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을 취재하러 온 기자들에게 내용을 듣고 알았습니다. 얘기를 전해 듣더니 "저는 찬 자 돌림이긴 한데..."하며 '아하하'하고 웃었습니다. 어떤 기자들은 박 대변인과 악수하며 '아이고 우리 박찬주 대장님'이라거나 '오늘 고생하셨습니다'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박 대변인은 이날 현안이었던 모병제 도입 논의나 무소속 손금주 의원 입당 건에 대한 질문에 답변한 뒤 다시 한번 기자들에게 "나는 (문자를) 못 봤다"며 "이거 긴급 브리핑을 다시 해야 하나. 죄송합니다. 세 글자 중 두 글자가 같아서"라며 웃었습니다. 박 의원실 관계자에게도 물어보니 "실수할 수도 있는 것이니 이름이 잘못나간 것에 대해 공보국에 따로 말을 하진 않았다"며 웃었습니다.
-단순한 실수지만 흥미롭네요. '현안 브리핑' 같은 일정 공지는 대변인 선출 이후 몇십 번은 반복되는 것일 텐데요.
-그렇죠. 출입 기자들 사이에선 문자 해프닝의 배경에 대해 '민주당이 박 전 대장을 애정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왔습니다. 실제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 이후 쇄신론 등으로 소란스러웠던 민주당은 박 전 대장 영입을 계기로 한국당에 쓴소리를 할 수 있었죠. 실제로 여론도 나빠져 한국당 지지율도 떨어졌고요.
-박 대변인은 해프닝이 있던 이날에도 브리핑을 통해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보수통합 움직임에 대해 "황 대표가 인재영입 실패와 당내 잇따른 악재로 인해 이슈 전환이 급한 것은 이해한다"고 꼬집었었죠.
◆ 16명 살인한 북한주민 추방…한국당의 자충수(?)
-우리 정부가 북한 주민 2명을 판문점을 통해 추방했습니다. 이 문제가 국회에서 처음 거론됐다고 하는데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의 휴대전화 메시지가 한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공개된 겁니다. 이 문자 메시지엔 "지난 11월 2일 삼척으로 내려왔던 북한 주민을 오늘 15시 판문점을 통해 송환한다. 자해 위험이 있어 적십자사가 아닌 경찰이 에스코트할 예정. 참고로 이번 송환 관련해 국정원과 통일부 간 입장정리가 안 됐다"는 내용이 적혀있었습니다. 이에, 통일부에서는 바로 오후 4시에 북한 주민 2명 송환에 관련해 긴급 브리핑을 한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당일 외교통일위원회나 국방위원회가 열렸는데, 보수 야당에서 무슨 일이냐고 난리였겠네요?
-네, 그렇습니다. 문자메시지 내용을 두고, 야당 의원들은 '귀순 의사가 있는 탈북민을 몰래 강제 북송한 것 아니냐'며 반발했습니다. 또, '당장 북송을 멈춰야 한다'는 해프닝도 벌어졌습니다. 정진석 한국당 의원은 "주민이 자해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라며 "강제송환으로 보인다는 합리적 의심을 하고 질의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예상치 못한 정보 유출로 얼굴까지 붉어지며 당황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김 장관은 메뉴얼에 따라야 한다면서 '비공개' 회의를 열어도 이에 대한 언급을 하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고성까지 지르며 "너무 북한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며 통일부를 비판했습니다.
-회의가 잠시 정회된 후 3시 40분 통일부가 북한 주민 추방에 대한 발표를 앞당겨서 발표했죠? 그 이후 국회 외통위는 어떤 모습이었습니까?
-네, 통일부의 발표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추방된 20대 남성 두 명은 지난 2일 동해상에서 조업 중인 오징어잡이 배에서 16명의 동료 승선원을 살해하고 도주한 것으로 파악됐고, 정부는 5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북측에 이들의 추방 의사를 전달하자 북측은 6일 인수 의사를 확인해 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통일부는 "이들이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로 북한이탈주민법상 보호 대상이 아니다. 우리 사회 편입 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되고 흉악범죄자로서 국제법상 난민으로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해 정부 부처 협의 결과에 따라 추방을 결정했다"고 추방 이유를 밝혔습니다.
-자신들의 예상과는 다른 발표 내용이 나오자, 야당 의원들은 머쓱해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박병석 민주당 의원이 통일부 발표 전에 "문자 하나로 '강제북송'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올바르지 못하다"고 발언했었는데, 그 말이 맞는 말이 된 셈입니다. 야당 의원들은 고성을 지르는 태도와는 달리 "비공개회의를 열어 공개할 수 있지 않았느냐"며 섭섭함을 표하기도 했고, "사진이 찍히지 않았다면 공개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실망감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북한의 거짓말이다', '대한민국 법으로 처벌했어야 했다', '살인자들을 대한민국에 받을 수는 없다'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 文의 '가짜뉴스' 경계…靑 번개 같은 '몸 조크'
-문재인 대통령이 '가짜뉴스'를 또 언급했습니다. 요즘 심각한 문제이기도 하죠.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속이 쓰리기도 하고요.
-격하게 공감이 되는군요.(웃음) 우리 사회에 미디어 영역이 넓어지면서 근거 없는 가짜뉴스가 유통되는 게 사실입니다. 우리 언론이 심각하게 고민하는 문제이기도 하지요. 문 대통령의 생각도 비슷한 듯합니다. 7일 청와대에서 '아시아-태평양 통신사기구(OANA) 대표단'과 접견 자리에서 "가짜뉴스는 언론의 공정성과 자유를 해친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지요.
-문 대통령이 가짜뉴스를 언급한 것이 처음은 아닌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따금 가짜뉴스에 대해 우려를 표했습니다. 일본이 수출 규제를 시행한 8월 "근거 없는 가짜뉴스나 허위 정보, 과장된 전망으로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고요. 문 대통령이 가짜뉴스를 직접 언급한 것은 지난해 1월입니다. 당시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 "정부의 정책을 부당하게 또는 사실과 다르게 왜곡하고 폄훼하는 가짜뉴스 등의 허위정보가 제기됐을 때는 초기부터 국민께 적극 설명해 오해를 풀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문 대통령이 지난 4월 강원 산불 화재가 있던 당일 '신문의 날' 행사를 마치고 언론사 사장과 술을 마셨다는 등 터무니없는 가짜뉴스가 시중에 떠돌았고 청와대가 강력 대응하겠다고 한 사례도 있습니다. 청와대가 직접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혀 가짜뉴스에 대해 임계점이 온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죠.
-결국은 이러한 가짜뉴스 등으로 문재인 정부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습니다. 근거가 없거나 검증되지 않는 정보를 그대로 믿는 이들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문 대통령은 가짜뉴스가 국민들 간 신뢰를 떨어트려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요소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청와대는 언론의 주요 보도를 모니터링하는데요, 사실관계가 맞지 않거나 오보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또한 가짜뉴스도 모으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짜뉴스를 근절합시다!(웃음)
-이번에는 화제를 바꿔서, 청와대 관계자가 재밌는 장면을 연출했다면서요?
-사실 별일은 아닌데, 개인적으로 재밌었습니다.(웃음) 지난 6일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기자들과 만났습니다. 현안과 관련해 질의응답을 하기 위해서였죠. 이 관계자가 질문 있으면 받겠다고 말했는데, 순간적으로 손을 든 기자들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곧바로 "없으시죠? 그럼 (가보겠습니다)"이라며 살짝 가려는 움직임을 보이더라고요. 다른 기자들의 반응은 안 보였는데, 개인적으로 번개 같았던 관계자의 태도에 작은 웃음이 나더군요.
-가끔 비슷한 일이 있곤 합니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에 안 좋은, 곤란한 현안이 있으면 답하기가 어렵겠죠. 기자들의 집요한 질문이 이어질 테고요. 상식적으로 서둘러 기자들과 만남을 끝내는 게 속이 편할 겁니다. 하지만 기자 인원이 많아 제 때(?) 끝내기가 어려워요.(웃음) 이 관계자에게도 남다른 고충이 분명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대체로 기자들 질문을 다 받아줍니다. 아무튼 "어서 질문하라"는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은연중 속내도 보이는 듯해 인상적이었습니다.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이원석 기자, 박재우 기자, 박숙현 기자, 문혜현 기자, 한건우 인턴기자(이상 정치팀), 장우성 정치사회 에디터, 임영무 기자, 배정한 기자, 이새롬 기자, 남윤호 기자, 임세준 기자, 김세정 기자(이상 사진영상기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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