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흔들리는 황교안·나경원 리더십

자유한국당 안팎에서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의 리더십에 의문을 표하는 시선이 늘고 있다. 두 대표가 잇달아 자충수를 두며 스스로를 어렵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용희 기자, 국회사진취재단

잇단 자충수에 한국당 지도부 향한 비판↑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자유한국당 투톱인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황 대표는 야심차게 추진했던 '박찬주 전 육군 대장 영입 보류'가, 나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수사 대상 의원들에 대한 '공천 가산점 제안'이 직접적 역풍의 계기가 됐다.

당초 황 대표는 '공관병 갑질' 논란이 제기됐던 박 전 대장을 1차 인재영입 대상자로 고려했다. 하지만 최고위원들의 반발로 한 발 물러서며 영입을 보류했다. 이 가운데 박 전 대장이 기자회견을 자처한 자리에서 '삼청교육대 발언' 등 새로운 논란거리를 제공하며 '박찬주는 안 된다'는 당 내 기류가 더욱 확산됐다.

나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사건에 대한 대처에서 미숙함을 드러냈다.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하는 소속 의원들에게 "공천 가산점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황 대표는 엇박자를 냈다. 또 수사를 기피하면서 시간을 끄는 이들에게 혜택을 주는 게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는 비판도 나왔다.

김태흠 한국당 의원은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선 텃밭인 영남권, 서울 강남 3구 등의 3선 이상 의원들의 용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7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는 김 의원. /남윤호 기자

◆지도부 대신 비판 목소리 높이는 초·재선

이에 내부에선 중진용퇴론, 당 혁신·쇄신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태흠 한국당 의원은 지난 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남권, 서울 강남 3구 등 3선 이상 의원들은 정치에서 용퇴를 하든가 당의 결정에 따라 수도권 험지에서 출마해 주길 바란다"며 "원외 전·현직 당 지도부, 지도자를 자처하는 인사들도 예의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 의원은 "지금 한국당에 절실히 필요한 것은 '나를 버려 나라를 구하고 당을 구하겠다'는 결기와 희생정신"이라며 "당 대표부터 희생하는 솔선수범을 보이고 현역 의원을 포함한 당 구성원 모두가 기득권을 버리고 환골탈태하겠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례대표 초선인 유민봉 한국당 의원은 6일 국회에서 '총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하며 "지금 한국당은 국민들의 답답함과 절박함을 담아낼 그릇의 크기가 못되고, 유연성과 확장성도 부족하다"며 "그 공간을 만들려면 우리 스스로 자리를 좀 비워야 할 때"라고 쇄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특히 유 의원은 당 지도부를 향해 "지지층에 안주하지 말고 우리 당에 대한 지지를 유보하고 있는 중도 개혁층의 마음을 끌어들일 수 있도록 쇄신과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며 "기존의 생각 틀과 인맥을 깨고 완전히 열린 마음으로 당을 이끌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당 지도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위기감이 커진 초·재선 의원들이 나서서 당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지난 6일 오후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보수 대통합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황교안, '보수 통합론' 카드로 리더십 논란 정면돌파

이에 황 대표는 '보수 통합론' 카드로 리더십 논란을 정면 돌파할 뜻을 내비쳤다. 그는 유 의원 불출마 기자회견 직후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년 총선에서 확실한 승리를 이루고 미래 대안이 될 수 있는 강력한 정치세력을 구축해야한다"며 "자유민주세력의 대통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황 대표는 당 내 통합 논의기구를 설치하는 한편 자유 우파의 모든 뜻있는 이들과 구체적 논의를 위한 협의기구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통합의 주요 대상인 유승민 바른미래당 변혁(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대표는 7일 기자간담회에서 "대화에는 임하겠지만, 통합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유 대표는 '탄핵 강을 건너자, 개혁보수로 나아가자, 낡은 집을 허물고 새 집을 짓자'는 3원칙이 통합의 명분이라 했다.

유 대표는 "보수 대통합은 대화가 시작된 것에 불과하다"며 "3원칙을 너무 쉽게 생각하거나 말로만, 속임수를 쓰면 이뤄지지 않는다"고 회의적 시선을 내비쳤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페이스북을 통해 (황 대표가) 불편한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내용도 없는 보수 대통합을 발표했다며 당 대표를 누가 자문하는지 참 안타깝다고 질타했다. /이새롬 기자

◆홍준표 "당 대표 누가 자문하는지 참 안타까워"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도 페이스북을 통해 "(황 대표가) 불편한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내용도 없는 보수 대통합을 발표하기 보다는 보다 진심을 갖고 열정으로 난국을 헤쳐 나가야 한다"며 "그것이 야당이 살 길이고,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길이다. 당 대표를 누가 자문하는지 참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황 대표가 제안한 보수 통합론은 지금 나올게 아니라 내년 1~2월쯤 나왔어야 했다"며 "리더십 논란을 수습하기 위한 방법으로 성급하게 제시했는데,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혹평했다.

나 원내대표를 향한 직접적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유기준 한국당 의원은 최근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에 출연해 "패스트트랙 과정에서 나 원내대표의 전략적 판단 미스가 있었다"며 "'조국 사태' 이후 조국 청문회 TF에 관여한 이들에게 표창장과 상품권을 준 것도 실책을 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이어 "우리 의원들이 패스스트랙 수사 때문에 위축돼 있는데, 표창장을 주고 가산점을 준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라며 "투쟁이면 투쟁, 협상이면 협상을 해서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나 원내대표의 원내 운영과 관련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음 달 임기가 만료되는데, 총선을 네 달 정도 앞두고 바꿀 이유는 없고, 지금으로선 다른 사람이 된다고 해도 달라질 게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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