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는 '총선 필승', 행동은 승리와 거리가 먼 한국당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친박(친박근혜)이 친황(친황교안)으로 말을 갈아타면서 박근혜 때 하던 주류 행세를 다시 하고 비박은 뭉칠 곳이 없어 눈치나 보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어버렸다. 이런 레밍(들쥐)정치, 계파정치를 타파하지 않고 국민들에게 표를 달라고 할 수 있겠나."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최근 당을 향해 날린 일침이다. 당 내부에서도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당 운영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비박(비박근혜)계와 복당파를 중심으로 황 대표를 겨냥한 리더십 흔들기도 계속되고 있다. 이는 황 대표가 자초한 면이 크다.
황 대표가 야심차게 추진한 내년 총선을 겨냥한 인재영입은 '공관병 갑질' 의혹의 주인공 박찬주 전 육군 대장 영입 타진으로 색이 바랬다. 박 전 대장은 4일 기자회견을 자처해 자신에 대한 각종 의혹을 해명하려 했지만, 어설픈 해명과 전두환 군부 독재시절 인권탄압의 상징인 '삼청교육대'를 운운함으로써 역풍을 맞고 있다.
이외에도 청년대표로 영입한 백경훈 청사진 대표는 이미 2016년 입당해 지난 지방선거에 서울 은평구 구의원 예비후보로 등록한 '옛 인사'이자, 신보라 의원과 가까운 사이라는 것도 뒤늦게 밝혀졌다. '세습 영입'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평이다.
1차 인재영입부터 꼬이며, 2차 인재영입 발표 시점도 기약없이 미뤄졌다. 내년 총선이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참신하고, 혁신적 인물 영입이 절실한 한국당에서 들려오는 건 홍준표 전 대표, 김태호 전 경남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이인제 전 의원 등 '올드보이'들의 대거 국회 복귀 도전 소식뿐이다.
'조국 사태' 이후 '공정'과 '혁신'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지만, 한국당은 이와 거리가 있는 행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새 인물이 필요하지만 옛 인물만 몰리고, 공정과 혁신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그런 모습을 찾기 어려운 게 현재의 한국당 모습이다.
여당의 잇단 실정에도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의 지지율이 좁혀지지 않는 것은 결국 '한국당이 민주당의 대안'이라는 인식을 중도층에 심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 주요 인사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내년 총선 필승'을 외치고 있지만, 이대로는 승리는커녕 지난 총선보다 더 큰 실패를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정치권 일각에서 나온다.
위기감을 느낀 황 대표는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을 위한 많은 질책과 고언들이 있는데,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앞으로 혁신과 통합을 통해서 새 정치를 국민 여러분들에게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이제라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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