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영의 정사신] 'I`ll be back'은 이제 그만, 영화로 족하다

정치권이 내년 선거를 앞두고 인재영입 등 총선을 대비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이철희·표창원(오른쪽) 초선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뤄질지 이목이 쏠린다. 지난달 28일 본회의에 참석한 두 의원. /이선화 기자

아름다운 은퇴 후 '청출어람' 지켜볼 필요도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35년 동안 늘 함께했다. 더는 볼 수 없을 것 같다. 언제나 다시 돌아올 것만 같았던 그는 이번에 'I`ll be back(아윌 비 백)'이라는 말이 없었다. 직감적으로 이제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지난 주말 늦은 밤 짬을 내 영화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를 보았다. '터미네이터=아널드 슈워제네거'였다. 'I`ll be back.' 터미네이터의 명대사다. 이번 영화에서는 사라 코너(린다 해밀턴)가 이 대사를 한다. 영화는 1대 터미네이터 아널드 슈워제네거의 35년 여정을 끝내고, 새로운 시리즈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다시 나올 '터미네이터'에서 그의 모습을 더는 볼 수 없을 것 같아 아쉽지만, T-800이 그랬듯 쿨 하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야 할 것 같다. 나이 70을 넘긴 그를 계속해서 CG로 보는 게 구질구질할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수로 1세대 터미네이터를 보내고 싶다.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위)를 마지막으로 배우 아널드 슈워제네거의 모습을 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터미네이터 2편(아래) 심판의 날 명대사 I`ll be back을 더는 듣지 못 할 것 같다. /영화 터미네이터 스틸 컷 갈무리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이 있는데 아널드 슈워제네거의 선택이 꼭 그렇다. 물론,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컴백은 본인의 결정보다 여론에 따라 좌우된다. 대중의 인기로 사는 이들이 그런데 그런 면에서 연예인과 정치인은 참 많이 닮았다.

1세대 터미네이터의 퇴장(?)을 보면서 정치권을 떠올려 본다. 그런데 현재 우리 정치는 시쳇말로 '노답' 상태다. 정치권 스스로 달라지겠지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다. 그동안 그래왔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을 위해 인재영입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모양인데, 딱히 신선하고 참신하다는 의외의 인물은 없는 것 같다.

그나마 가장 눈에 띄는 점이라면 이철희·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의 내년 선거 불출마 선언이다. 이들은 정치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 대중적 인지도로 볼 때 두 사람은 재출마해도 당선 가능성이 상당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두 사람은 재출마를 포기했다. 개인적으로 '정치는 마약과 같다'고 했는데, 중독되지 않은 것 같아 다행으로 생각한다.

정치권이 내년 선거에서 대대적인 물갈이를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배정한 기자

여전히 '나 아니면 안 돼'라는 정치인들도 있다. 장은 묵을수록 좋지만, 어떤 자리나 물은 고일수록 부패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그 지역구에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보다는 이제는 다른 당에 자리를 내줄지라도 주민들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비켜줄 필요도 있다. 국회의원으로 상당한 위치까지 올랐다면 더더욱 그렇다. 선배에 대한 예의상 물러나주기를 기다리는 그들의 마음도 헤아려볼 필요도 있다.

정치인에게 퇴장은 곧 은퇴가 아니다. 정당정치에서 노련한 정치 선배들의 고언은 젊은 정치인들의 경거망동을 다잡고 올바르게 가는 데 큰 버팀목이 된다. DJ와 YS, JP를 지나 민주화운동 세대의 정치로 또, 내년 선거는 새로운 세대에게 기회를 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선거 때마다 'I`ll be back'을 외쳤다면 이제는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한발 물러나 '청출어람'을 지켜보는 것은 어떨까.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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