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회복세' 성과 발표에 야당 '야유'…여당은 '박수'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최근 다양한 의견 속에서도 국민의 뜻이 하나로 수렴하는 부분은 검찰 개혁이 시급하다는 점이다. 어떠한 권력기관도 ‘국민’ 위에 존재할 수는 없다. (중략) 국회도 검찰 개혁을 위해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아주시기 바란다. '공수처법'과 '수사권 조정법안' 등 검찰 개혁과 관련된 법안들을 조속히 처리해 주시길 당부드린다."
야당 의원들은 양팔로 엑스자를 표시하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 개혁과 관련한 법안들을 조속히 처리해주길 당부드린다"고 하자 여당은 큰 박수를 보냈지만,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여전히 항의의 목소리를 내며 엑스자 표시를 들어 보였다.
22일 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재정 확대와 공정 사회, 검찰 개혁 등을 주문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국회의 협치가 사라지고 처리할 민생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여야는 문 대통령의 입에 주목했다.
특히 이날 얼마 전 사퇴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관련한 언급이 나올지 관심을 모았다. 문 대통령이 '공정 이슈'를 꺼내들자 야당 쪽에서는 '조국'을 언급하며 "사과하시라"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날 오전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 본회의장으로 입장한 문 대통령은 여당 의원석 쪽으로 들어왔다. 전원 기립한 상태로 여당 의원들과 국무위원들의 박수가 이어지는 가운데 문 대통령이 통로에 서 있는 의원들과 악수를 나누고 연단에 서는 동안 한국당 의원들은 가만히 서 있었다. 이후에도 한국당 의원들은 연설이 이어지는 동안 박수를 단 한 차례도 치지 않았다. 여당 의원들과 국무위원, 평화당, 정의당 의원 등이 총 29차례의 박수를 쳤다.
이날도 문 대통령은 PPT를 이용해 연설을 이어갔다. 다만 지난 연설들과는 다르게 어두운 바탕에 강조할 키워드만 띄우고, 간단한 그래프 등을 사용해 간결하되 분명한 메시지 전달에 초점을 맞췄다.
문 대통령은 이날 '건전한 재정'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재정과 경제력은 더 많은 국민이 더 높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데 충분할 정도로 성장했고, 매우 건전하다"며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도 한국은 141개국 가운데 13위를 기록했다. 2016년 26위에서 크게 올라갔고, 우리 정부 출범 이후 2017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연속해서 17위, 15위, 13위로 상승하고 있다"고 성과를 설명했다.
야당은 간간히 야유를 보내거나 한숨을 쉬는 등 반발의 표시를 보냈다. 몇몇 의원들은 휴대폰을 사용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문 대통령이 "일자리 회복세가 지속하고 있다. 올해 9월까지의 평균 고용률이 66.7%로 역대 최고 수준이고, 청년 고용률도 12년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고 하자 한국당 의석 쪽에선 "에이~"라며 야유했다.
그러자 여당 쪽에서는 "8월과 9월 취업자 수가 45만 명과 34만 명 넘게증가하여 연간 취업자 증가 수가 목표치 15만 명을 크게 웃도는 20만명대 중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문 대통령의 연설에 맞추어 더욱큰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조 전 장관에 대한 언급과 사과 요구도 있었다. 문 대통령이 "정부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 만연한 특권과 반칙, 불공정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국민의 요구는 그보다 훨씬 높았다. 국민의 요구는 제도에 내재된 합법적인 불공정과 특권까지 근본적으로 바꿔내자는 것이었다"고 하자 야당 쪽에선 "조국, 조국"이라며 웅성웅성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어 문 대통령이 "사회지도층일수록 더 높은 공정성을 발휘하라는 것이었다. 대통령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갖겠다"고 말하자 한국당 의석쪽에선 "사과하세요!"라는 외침이 들려왔다.
문 대통령은 "'공정'이 바탕이 되어야 '혁신'도 있고 '포용'도 있고 '평화'도 있을 수 있다. 경제뿐 아니라 사회·교육·문화 전반에서, '공정'이 새롭게 구축되어야 한다"며 "국민의 요구를 깊이 받들어 '공정'을 위한 '개혁'을 더욱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이날 공수처 설치 등을 골자로 하는 '검찰개혁'을 강조하면서 국회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에 한국당 의원들은 대부분 손을 들어 '엑스자'를 표시하며 반대의 뜻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지난주 정부는 법 개정 없이 정부가 할 수 있는 검찰 개혁방안을 국민께 이미 보고드렸다"며 "심야조사와 부당한 별건수사 금지 등을 포함한 '인권보호 수사규칙'과 수사 과정에서의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형사사건 공개금지에 관한 규정'도 10월 안에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문 대통령이 "공수처는 대통령의 친인척과 특수 관계자를 비롯한 권력형 비리에 대한 특별사정 기구로서도 의미가 매우 크다. 권력형 비리에 대한 엄정한 사정기능이 작동하고 있었다면 국정농단사건은 없었을 것"이라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를 언급하자 야당은 더욱 크게 반발했다.
문 대통령은 "'공수처법'은 우리 정부부터 시작해서 고위공직자들을 더 긴장시키고, 보다 청렴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검찰개혁 의지를 더욱 확고히 했다.
끝으로 문 대통령은 여야의 '협치'를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민생'과 '안전'에 대한 국민의 요구도 미룰 수 없다"며 탄력근로제 보완 입법, 유치원 3법, 소방공무원국가직전환법 등 민생과 안전 관련 법이 국회 계류중임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생과 안전이라는 국민의 요구에 국회가 더 큰 관심을 기울여주시길 바란다"고 말하자 야당 쪽에선 "협치를 하셔야 한다"는 외침이 들려왔다.
문 대통령은 "얽힌 국정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를 약속대로 가동하고 '여야 정당대표들과 회동'도 활성화해 협치를 복원하고 20대 국회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되길 바란다"면서 "정치는 항상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믿는다. 저 자신부터,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과 함께 스스로를 성찰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연설은 "'함께 잘 사는 나라', '아무도 흔들 수 없는 강한 경제'가 민의의 전당 국회에서부터 실현되길 희망한다"는 마무리 발언으로 끝이 났다.
35분 간의 연설을 마친 문 대통령은 이번엔 한국당 의석 쪽으로 향해 의원들과 악수를 나눴다. 여당 의원들과 국무위원들의 박수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당 의원들은 다소 빠른 속도로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문 대통령은 서둘러 쫓아가 야당 지도부와 악수한 뒤 이해찬 민주당 대표, 이인영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와 인사하고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의 배웅과 함께 국회를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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