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정치팀과 사진영상기획부는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TF주간 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 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파는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황교안·나경원, '일반시민' 자격으로 광화문 집회 나간 까닭
[더팩트ㅣ정리=허주열 기자] -'조국 사태'로 인한 국론분열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휴일이면 서울 광화문(보수진영)과 서초동(진보진영)으로 대변되는 지역에서 양 진영 세력이 결집해 대규모 집회를 여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한글날엔 광화문에서 또 다시 보수진영의 조국 법무부 장관, 문재인 대통령 규탄 집회가 대규모로 열렸습니다.
-이 가운데 이번 주 국회 국정감사도 '조국 국감'으로 진행됐습니다. 마침 조 장관 딸의 입시 특혜 의혹이 제기된 서울대학교에 대한 교육위원회 국감도 열려 여야의 뜨거운 공방전이 펼쳐졌습니다. 청와대에선 문재인 대통령의 삼성 공장 방문에서 눈길을 끄는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먼저 집회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황교안 "장외집회 여는데 돈 많이 들어요"
-개천절에 이어 한글날에도 광화문에서 조 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는데요, 이번에 자유한국당은 전면에 나서진 않았습니다. 다만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가 참석을 하긴 했습니다. 이들은 '일반 시민' 자격으로 참석을 했다고 강조를 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네,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는 한글날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으나 무대에 나서거나 공개 발언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들뿐 아니라 다수 현역 의원들이 참석했는데요, 당 차원의 참석은 아니라는 게 공식 입장입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먼저 '정치적 부담'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최근 광화문과 서초동에서 과열된 집회로 인해 정치권을 향한 비판이 굉장히 거셌죠. "정치가 실종됐기 때문에 광장으로 국민들이 모이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권이 오히려 이를 부추겼다" 이런 비판이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당이 이번에도 집회를 주도할 경우 그런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부분이 있는데요, 바로 '돈'입니다. 정말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죠(웃음). 집회를 할 때 돈이 어마어마하게 들거든요. 게다가 보통 당에서 집회를 열면 전국에서 당원들이 올라오기 때문에 교통비, 식비 등이 정말 많이 든다고 합니다. 따라서 최근 한국당이 좀 재정난이 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때문에 이번 집회를 주도하지 못하는 거 아니냐 이런 추측도 있었습니다.
-실제 황 대표는 집회 다음날이었던 10일 당 재정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에서 "그동안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해 당의 활동이 많은 제약을 받았다", "장외집회를 한 번 여는 것도 굉장히 돈이 많이 들어 재정적 부담이 있었던 건 사실"이라고 토로했습니다. 한국당은 애초 12일 토요일에도 집회를 예정했으나 '9일 많은 국민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취소하기도 했는데요, 황 대표의 말대로 이러한 선택들이 모두 재정적 부담 때문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한국당과 별개로 이번 집회는 '돈' 때문에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한글날 집회를 주최한 곳이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라는 보수단체인데요, 많은 논란의 주역인 전광훈 목사가 대표를 맡고 있는 곳입니다. 전 목사는 이날 집회에서 직접 마이크를 잡고 진행을 하기도 했는데요, 집회 도중 헌금을 걷어 일부 언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전 목사는 "지난 3일 국민대회에서 헌금할 때가 가장 기쁜 시간이라고 했더니 특정 언론사가 불법 모금을 한다고 하더라. 공부 좀 하시길 바란다"고 충고(?)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당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한국당의 한 당직자와 이번 광화문 집회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었는데요, "헌금을 걷거나 하는 행위가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 있고, 그런 것들이 집회의 목적, 조국 반대 목소리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걱정이다", "이럴 바엔 차라리 당이 주도하는 게 정치적으로는 부담이 돼도 훨씬 나을 것 같다"고 속내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플루티스트' 윤수연, 집회서 '좌파'로 몰린 '황당' 사연
-한글날에 열린 집회와 그 전에 열린 개천절 집회가 다른 부분도 있었다고요?
-네, 먼저 개천절 행사는 광화문에서 하지 않았는데, 한글날 집회는 광화문에서 기념행사가 열려 한글날을 기념하러 오신 분들과 뒤섞여서 더 복잡했습니다. 또한 집회 주최 측과 행사 진행 측의 충돌(?)도 발생했습니다.
-특히 한글날 행사 무대 위에 올라 플루트를 연주하시는 분을 '좌파'라고 단정하면서 욕도 하고, 손가락질을 하는 집회 참가자들도 있었는데요, 정작 이분은 한글날 행사 주최 측에서 초대한 연주자가 아니었기에 더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분은 왜 한글날 행사에 초대를 안 받았는데 무대 위에 올라가서 플루트를 연주하신 거죠?
-네, 안 그래도 궁금증이 생겨 직접 인터뷰를 했는데요, 2016년 '긍정의 아이콘'으로 KBS1 시사·교양프로그램 <인간극장>에 출연했던 윤수연 씨였습니다. 이분은 피겨스케이팅을 하면서 플루트를 연주하는 '피겨 플루티스트'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분입니다. 윤 씨 말에 의하면 한글날 행사가 갑자기 취소돼서 본인 의사로 '그냥' 무대로 올라가 플루트를 연주했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윤 씨 공연을 보고 집회 참가자 분들이 왜 비판을 한 건가요?
-집회로 인한 피해자로 보이기 위한 정부의 의도적인 계획이라고 의심했기 때문입니다. 현장에 있던 기자에게 집회 참가자분들은 "한쪽 말만 듣고 기사 쓰지 말아요", "저 사람(윤 씨) 서울시에서 박원순이 심은 사람이야" 등의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일부 인사들의 심한 비판에 윤 씨는 마스카라가 번질 정도로 울면서 연주를 했습니다. 이에 집회에 참가한 다른 분들은 "우리가 저분한테 뭐라고 하는 게 아녜요. 조국과 문 대통령한테 뭐라고 하는 거지. 저분 울지 마시라고 잘 다독여주세요"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연주하기에 아주 척박(?)한 환경이었는데, 그럼에도 윤 씨가 연주를 강행한 다른 이유는 없었나요?
-윤 씨의 의도는 정말 순수했습니다. 이날 아침 일찍 와서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혼자 연주를 하기도 했다는데요, "위대한 한글날인데 나라가 분열되는 것 같아 아쉬워서 음악으로라도 통합의 의미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윤 씨는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 때도 올림픽 서포터즈로 참여했었는데, 자원봉사자들이 어떤 이유로 둘로 나뉘어 '싸우지 말자'며 플루트를 연주했더니 싸우던 분들이 '미안하다'며 화해하기도 했다"고 과거 연주로 화해를 시킨 경험을 덧붙이기도 했습니다(웃음).
-윤 씨가 연주한 곡은 뭐였나요?
-사실 한글날 행사 무대 바로 왼편에 위치한 한국기독교총연맹 주도 집회 앰프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가 너무 커서 현장에서 연주는 하~나도 안 들렸습니다. 나중에 인터뷰를 통해서 윤 씨가 '아리랑'을 연주했다는 걸 알았습니다(웃음).
◆논란의 '서울대 국감장'에 울려퍼진 '꽹과리 소리'
-지난 10일 국회 교육위원회의 서울대를 비롯한 국립대학법인 및 수도권 국립대학에 대한 국정감사가 화제였죠. 조 장관이 교수로 있었고, 자녀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인턴십을 했던 것 등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쏟아지는 의원들의 질의에 진땀을 빼야 했는데요. 그런데 이날 국감장에서 난데없이 '꽹과리 소리'가 들렸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교육위 국감이 진행되던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는 학교 시설관리직(청소·경비·기계·전기) 노동자들이 농성 중이었습니다. 이들은 지난달부터 행정관 앞에 천막을 치고 대학 측에 열악한 근로 여건과 처우 개선을 요구해왔는데요. 특히 대학이 법인 직원과 시설관리직 직원 간에 복지 수당을 차별적으로 지급한다고 비판해왔습니다.
-삭발식과 단식 농성 등을 전개해온 서울대 단식기계·전기 분회 조합원 140여 명과 청소·경비 분회 조합원 290명이 이날도 역시 임금 인상, 정년 연장, 차별 금지, 근무 환경 개선 등을 요구하며 파업 출정식을 연 건데요, 이날 오후 3시 30분 의원들의 보충 질의가 진행되던 도중 힘찬 꽹과리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행정관 4층에서 진행되고 있던 국감장은 의원들의 질의 내용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소란해졌는데요. 이찬열 교육위원장은 "아침에 오면서 수고한다고 다 악수까지 하고 왔는데, 왜 저러느냐"라며 오 총장에게 정리를 요구했습니다.
-이 위원장은 "저 꽹과리 소리, 안 할 수 없나"라며 "자꾸 저러면 저쪽에 우리가 응원을 해주고 싶어도 못한다. 확실히 전달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서울대 관계자들은 이후 농성장 노동자들에게 협조를 부탁했고, 꽹과리 소리는 줄어들었습니다.
-취재진이 확인해본 결과 지난 8월 서울대 청소노동자 A 씨(67)가 서울대 공과대학 제2공학관 지하 1층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되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습니다. 때문에 노동자들은 서울대 측에 낙후된 휴게시설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국감에서 노동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질의는 많지 않았습니다. 여영국 정의당 의원만이 오 총장에게 "노동 존중은 고사하고 '기타 인간' 취급하는 환경에서 성장한 학생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사회생활을 하겠나"라면서 "복리후생에 해당하는 것은 차별하지 말라는 정부 가이드라인이 있다"고 지적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파란 넥타이' 맨 文대통령 "우리 삼성…"
-문 대통령이 지난 10일 충남 아산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을 찾아 삼성디스플레이 신규 투자 및 상생협력 협약식을 축하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대기업의 과감한 투자가 이뤄지면 직접 현장을 방문하는 것 같네요.
-네, 삼성디스플레이가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에 2025년까지 13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했으니, 대통령이 직접 찾을 만해 보입니다(웃음). 문 대통령은 최근 LG화학과 구미시·경상북도 일자리 투자 협약식(7월 25일), 효성과 전라북도 탄소섬유 신규 투자 협약식(8월 20일), 현대모비스 친환경차 부품 울산공장 기공식(8월 28일)에 방문했습니다. 아마도 대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면 일자리가 늘어나고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죠. 더 크게 보면 우리나라 경제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 축하하고 격려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기업의 위상과 기를 살리는 측면도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문 대통령은 삼성에 친근감을 나타내며 고마움을 나타냈죠?
-그렇습니다. 문 대통령이 이날 파란색 계열의 넥타이를 맸던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삼성을 상징하는 색이 파란색이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문 대통령이 넥타이 색에 나름의 '의미'를 담은 것 같습니다. 또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름을 언급하면서 삼성의 과감한 투자에 "감사하다"라고 했습니다. 또 "우리 삼성이 가전에 이어 반도체, 휴대폰, 디스플레이 이런 분야에서 늘 언제나 세계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면서 감사의 뜻을 전했는데요. 여기서 "우리 삼성"이라며 친근감 있게 칭한 점이 눈길을 끕니다. 문 대통령은 모두 여섯 차례나 '감사하다'와 '고맙다'고 언급했습니다.
-사실 글로벌 경제 침체와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으로 우리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대기업이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한다면 당연히 반가울 수밖에 없겠죠. 일본이 7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정에서 꼭 필요한 핵심 소재 세 가지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를 시행한 이후 문 대통령은 '경제 독립'을 외치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기조를 세웠고요. 여러 측면에서 삼성의 대규모 투자 방침은 현 정부에 큰 선물과도 같지 않을까 싶습니다. 문 대통령이 고맙다는 말을 여러 차례 할 수밖에 없었겠지요(웃음).
-삼성 직원들은 문 대통령을 아주 환영했다고 합니다. 행사가 끝난 이후 건물 밖으로 나서는 문 대통령에게 환호를 보내면서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기도 했는데요, 문 대통령은 손을 들어 화답하면서 일부 직원들과 악수하며 스킨십도 잊지 않았습니다.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이원석 기자, 박재우 기자, 박숙현 기자, 문혜현 기자(이상 정치팀), 장우성 정치사회 에디터, 임영무 기자, 배정한 기자, 이새롬 기자, 남윤호 기자, 임세준 기자, 김세정 기자(이상 사진영상기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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