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정치팀과 사진영상기획부는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TF주간 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 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파는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대조국 질문'으로 끝난 대정부 질문…의미심장한 이낙연의 환한 미소
[더팩트ㅣ정리=허주열 기자] -'정기국회의 꽃'이라는 국회 국정감사가 이번 주 시작됐습니다. 야당이 예고한대로 초반 분위기는 지난 두 달간 이어진 '조국 대전'이 그대로 이어진 '조국 국감'으로 진행되는 모양새입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 의혹과 관련한 상임위원회 곳곳에서 조 장관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치열하게 펼쳐졌습니다.
-정기국회 시작에 앞서 이번 주 초반에는 4일간 이어진 국회 대정부 질문이 마무리됐습니다. 역시 조 장관에 초점이 맞춰진 '대조국 질문'에 가까웠습니다. 이 가운데 청와대에선 새로운 트러블메이커(?)로 떠오른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또다시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현직 외교관의 무릎을 꿇게 했다는 이야기가 불거진 겁니다. 먼저 국정감사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교육위 국감, 박경미-김현아 '쓸데없는' 설전?
-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시작됐습니다. 지난 2일 교육부를 상대로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어김없이 조 장관 딸에 대한 의혹이 거론됐는데요. 여야가 서로의 질문을 두고 '쓸데없다'고 비난했다고요?
-네, 맞습니다. 다소 웃픈(?) 상황이었는데요. 이날 교육위 국감장에서 야당은 조 장관의 딸 조민 양에 대한 비판을, 여당은 최근 제기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아들의 입시 의혹을 언급하며 맞불을 놨습니다.
-그 과정에서 김현아 한국당 의원이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를 "쓸데없다"고 표현한 건데요. 박 의원은 질의에서 "한 유력 정치인의 자녀가 과학경진대회 연구를 위해 서울대 윤모 교수에 부탁한 게 밝혀졌다"며 "물론 이 건은 검찰이 전광석화 압수수색하며 수사한 조 장관 딸과 달리 시민단체의 고발에도 움직이지 않고 있으나 이 사건이 발생할 당시 이미 그 정치인은 서울시장 후보이자 다선의원이었고, 조 장관은 교수였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덜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이후 박 의원은 서울대 입학생 쏠림 현상 문제를 교육부에 비판했는데요. 발언 시간의 한계로 질의를 끝까진 할 수 없었습니다. 김 의원은 이를 두고 "앞서 박 의원님께서 아주 이론적이고 또 학구적인 것이 바탕이 된 질문을 잘 들었다. 앞 시간에 쓸데없이 야당 원내대표 아들을 지적하시느라고 고귀한 질문을 다 못 들었다. 이참에 저희 당에서 제시한 대통령, 나 원내대표, 황교안 대표, 조국 딸 특검 빨리 수용하셔서 좋은 질의를 많이 들을 수 있도록 확보해주셨으면 좋겠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자 박 의원은 신상 발언을 요청해 즉각 반박에 나섰습니다. 그는 "서울대 입학생에 대한 제 질의에 대해 이론적이고 의미 있는 내용이라고 평가 해줘서 고맙다. 유력 정치인에 대한 제 질의를 쓸데없다고 폄하하셨는데, 저희가 보기엔 조민 학생에 대한 한국당의 질의가 다 쓸데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박 의원은 "그렇지만 저희는 그렇게 상대 의원에 대한 질의를 평가하지 않는다"며 "제가 무엇을 질의할 건지, 어떻게 시간을 쓸 것인지는 전적으로 제 권한이다. '쓸데없다'는 모독성 발언에 대해 사과를 요청드린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어깨를 으쓱하며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는데요. 박 의원의 신상 발언을 들은 이찬열 교육위원장이 김 의원에게 "사과 안 할 거죠?"라고 묻자 "네 안 해요~"라고 말하면서 장내엔 웃음이 터지기도 했습니다. 과연 어떤 의원의 질문이 더 쓸데없었을까요. 여야 공방이 격해지면서 벌어진 해프닝이었습니다.(웃음)
◆대정부질문 말미 이낙연의 '잇몸 만개' 이유는?
-정기국회 대정부 질문 마지막날이었던 지난 1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처음으로 환한 웃음을 보여 눈길을 끌었습니다. 무엇이 이 총리를 웃게 했나요?
-네, 이 총리가 활짝 웃은 건 4일간 진행된 대정부질문 중 마지막날, 마지막 순서였던 이용득 민주당 의원 질의 때였습니다. 이 의원은 이 총리에게 질의 첫마디로 "4일간 고생 많이했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이 총리는 "이 시간을 기다렸습니다"라고 말하며 정말 활짝 웃었습니다(웃음). 단순히 대정부 질문이 끝나서 좋았다는 의미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고요, 아마도 그만큼 이번 대정부 질문이 이 총리에게 힘든 시간이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추측이 가능합니다.
-그렇죠. 이번 대정부 질문은 조 장관을 둘러싼 여러 논란으로 상당히 시끄러웠죠?
-네, 그렇습니다. 이번 대정부 질문은 '대조국 질문'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대부분의 질의가 조 장관 관련 주제들이었습니다. 다른 장관들은 거의 답변 기회가 없었고, 야당 의원들은 조 장관과 이 총리를 대상으로 집중 질의를 했거든요.
-당사자인 조 장관 만큼이나 이 총리에게도 정말 괴로운 시간이었을 거라고 예상이 되는데요, 지금까지 있었던 다른 어떤 대정부 질문보다도 이 총리도 답변에 있어 조심스러웠던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 총리는 조 장관 자택 압수수색에 대한 질의에 답변을 하다가 거짓말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는데요, 지난달 27일 대정부질문에서 "여성만 두 분 있는 집에서 많은 남성이 11시간 동안 뒤지고 식사를 배달해 먹고 하는 것은 아무리 봐도 과도했다"며 검찰 수사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했지만, 사실 그 당시 아들과 변호인 등이 함께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거짓말을 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 총리는 이번 대정부 질문에서 조 장관과 관련해 부정적 평가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이 총리는 "국민들 사이에 우리 사회가 공정한가에 대한 깊은 회의가 싹텄다", "가진 사람들이 자기에게 유리하게 제도를 활용하는 일들이 많이 번지는 것에 분노하고 있다고 짐작한다" 등 냉정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또 '법무부 장관이 도덕적 불신을 받고, 장관 배우자는 범죄에 연루된 의혹이 크다면 정부가 신뢰를 가질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의엔 "많은 부담을 지게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이 총리의 답변들을 종합할 때 그가 개인적 견해와 정부 입장 사이에서 상당히 큰 갈등이 있지 않았겠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합니다. 대정부 질문 중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이 총리의 밝은 웃음은 이와 관련한 '해방의 웃음'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논란만 두 번째…'트러블메이커' 김현종?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또다시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이번에는 지난달 말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당시 의전 실수를 한 현직 외교관이 김 차장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는데요, 어찌된 일인가요?
-정진석 한국당 의원은 지난 3일(현지시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유엔 주재 대한민국대표부재외공관 감사 과정에서 "유엔총회 때 김 차장이 의전 실수를 문제 삼아 외교관을 무릎 꿇게 한 사실이 있느냐"며 당사자를 찾았는데요. 그러자 주유엔대표부 소속 A 서기관이 자리에서 일어나 "숙소로 갔다"며 "구체적인 것에 대해 심하게 질책한 건 아니었지만 지적이 있었다"고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일은 지난달 23일 유엔본부에서 열린 한-폴란드 정상회담에서 김 차장이 의전 실수로 배석하지 못하면서 발생한 일이라고 합니다. 김 차장은 A 서기관을 자신의 숙소로 불러 경위를 추궁했고 이 과정에서 A 서기관이 무릎을 꿇었다는 것입니다. 다만 A 서기관은 "부당하다거나 불편하다고 느끼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김 차장이 강압을 행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외교관이 무릎을 꿇을 정도면 심각한 분위기였을 것이고, 이는 김 차장의 매서운 질책이 동반되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울러 다른 부처의 직원을 직접 혼낸 것은 적절치 않은 행동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반대로 문 대통령의 정상외교에 외교관의 실수로 김 차장이 배석하지 못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는 점에서 직접 주의를 시킬 수 있다는 여론도 있습니다.
-김 차장의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잖습니까?
-네, 앞서 김 차장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충돌'한 일이 알려지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었죠. 김 차장은 지난 4월 문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 당시 강 장관과 언쟁을 벌였습니다. 김 차장이 외교부 작성 문건의 내용 등을 지적하며 외교부 직원에게 언성을 높이자 강 장관이 "우리 직원들에게 소리치지 말라"고 맞받아쳤다고 하는데요. 이후 강 장관과 김 차장은 영어로 한참 설전을 벌였다고 하죠. 특히 차관급인 김 차장이 "It's my style(이게 내 방식)"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논란이 확산하자 김 차장은 지난달 "외교안보라인 간 이견에 대한 우려들이 있는데, 제 덕이 부족했던 것 같다"면서 "앞으로 제 자신을 더욱 낮추고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로써 해당 논란 및 강 장관과 김 차장 간 갈등설 우려도 잦아들었는데요, 이번 일로 김 차장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김 차장과 관련한 불미스러운 일들이 생겨나면서 청와대에 불똥이 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야당은 4일 김 차장을 트러블메이커라고 칭하며 경질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외교라인에서 자꾸 잡음이 새어 나오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외교 전문가로 꼽히는 김 차장은 특유의 카리스마와 일의 완벽함을 추구하는 성격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에도 사실상 '반성문'을 내놓을지 궁금하네요. 청와대는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이원석 기자, 박재우 기자, 문혜현 기자,박숙현 기자(이상 정치팀), 장우성 정치사회 에디터, 임영무 기자, 배정한 기자, 이새롬 기자, 남윤호 기자, 임세준 기자, 김세정 기자(이상 사진영상기획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