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범보수 '조국 반대' 광화문 집회… "조국이 적임자? 어불성설"

날이 어두워졌지만 3일 오후 여전히 광화문 일대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인파. /이효균 기자

날 저문 뒤로도 휴대전화 불빛 켠 채 시위 이어가

[더팩트ㅣ광화문·시청=박숙현 기자] 개천절인 3일 서울 광화문 일대 도로 한복판이 인파로 들어찼다. 사람 한 명이 지나가기 어려울 정도였다. 지난 2016년과 2017년 촛불 집회를 가진 이후 최대 인파가 다시 광화문과 세종로,시청 일대를 가득 메웠다.

집회를 주도한 자유한국당과 보수단체들은 이날 인파가 300만 명을 넘는다고 주장했다. 서초동 촛불 집회 참가자가 200만이라는 주장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됐다. 이들 대부분은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를 요구했다. 태극기 혹은 손 피켓을 든 참가자들은 한목소리로 "조 장관은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이날 오후 1시쯤부터 광화문 광장에서 서울시청 앞을 거쳐 서울역 일대까지 서울 도심 곳곳에서 '조국 반대' 집회가 열렸다. 도로가 통제됐고, 몰린 인파가 빌딩과 빌딩 사이 도로를 가득 메웠다.

3일 오후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운 집회 참가자들./더팩트 독자 제공

집회를 주도한 것은 보수 정치권이었다. 참가자들 대부분은 연령대가 높았고, 한국당, 우리공화당 등 보수 정당 당원들이 많아 보였다. 그러나 정파적 입장을 떠나 그저 조 장관을 반대해 나왔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20~30대 참가자도 약 30%가량 돼 보였다.

<더팩트>와 만난 집회 참가자들은 검찰개혁과 조 장관 수사는 별개로 봐야 한다고 입을 모아 주장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이영우(가명·65세)씨는 "이번에 처음 집회에 나왔다"며 "문 대통령이 취임사 때 과정은 정의롭고 결과는 공정할 것이라고 했지만 지금 공약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며 "많은 의혹이 있는 조국을 국민들이 임명시키면 안 된다고 했는데도 강행해 실망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태극기를 들고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광화문 네거리 일대를 가득 메우고 있다./더팩트 독자 제공

한 손에는 어린 딸아이 손을 잡고 다른 손에는 태극기를 들고 집회에 나선 김진환(가명·43세)씨는 "지금 문 정부가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 말로만 정의를 외치고 실제로 정의로워야 할 땐 오히려 하지 않으면서 사법개혁을 외치고 있다"며 목소리를 내기 위해 집회에 참석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금은 검찰은 잘하고 있다. 이만큼만 하면 무슨 개혁할 게 있나"고도 했다.

인파가 가득 몰린 광화문 일대. /박숙현 기자

진보진영을 지지했다고 밝힌 송건우(가명·39세)씨는 "평등이나 인권이란 말은 참 좋다. 젊은 마음에 이상적인 나라가 될 것 같아 지지했는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 아니라는 걸 알았다"며 "예전만 해도 민주당이 사회주의 국가를 지향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생각 이상으로 사회주의 세력이 들어와 있는 것 같다"며 "위기감을 느껴 나왔다"고 했다. 송 씨는 여권에서 주장하는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개혁을 조국만 할 수 있나. 조국만이 적임자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그는 검찰 개혁은 해야 한다면서도 "정부는 어떤 식으로 개혁하겠다는 구체적인 방향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조국 수사와 검찰 개혁은 완전 별개"라고 주장했다.

광화문 일대를 가득 메운 집회 참석자들./더팩트 독자 제공

집회 참석이 목적은 아니었으나 이런 저런 이유로 집회를 지켜본 젊은층도 있었다. 우연히 광화문 광장을 지나며 집회를 지켜본 20대 여성은 "규모가 생각보다 많아서 놀랐다"며 이날 집회에 대해선 "이번 사태를 기회로 삼아서 과하게 시위를 하는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역시 광화문 광장에 앉아있던 30대 직장인 남성은 집회 분위기가 궁금해 나왔다고 했다. 남성은 "저번주에 조국 찬성 집회에서 규모가 많았다는 방송이 많아 이번에 규모가 궁금해서 구경 나왔다"면서 "규모가 많고 젊은 사람들도 많아서 놀랐다"고 소감을 밝혔다.

개천절인 3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고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가 열린 가운데 집회 참가자들이 날이 저문 이후로도 핸드폰에 불을 켜고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효균 기자

광화문 일대에선 날이 저문 이후로도 집회가 계속됐다. 해가 지고 날이 어두워지자 참가자들은 동시에 핸드폰 불빛을 켜고 흔들었다. 낮보다 사람은 줄었으나 여전히 50% 이상의 사람들이 남아 시위를 이어갔다.

이날 광화문엔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한국당 지도부와 국회의원도 대거 참석했다. 한국당은 이날 집회를 '문재인 정권의 헌정 유린 중단과 위선자 조국 파면 촉구 광화문 규탄대회'로 규정했다. 황 대표는 "저런 사람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하는 게 제정신인가"라며 조 장관 사퇴를 강도 높게 요구했다.

한국당은 "오늘(3일) 문재인정권의 헌정유린 중단과 위선자 조국 파면촉구 광화문 규탄대회 참석 인원은 국민과 당원을 포함해 총 300만 명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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