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예상되는 북미협상 '모멘텀' 살리기
[더팩트ㅣ외교부=박재우 기자] 북미 간 비핵화 실무협상이 곧 재개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우리 정부의 '중재자·촉진자' 역할이 북미협상을 앞당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앞서, 지난해 5월 북미 실무협상이 난항에 빠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원포인트 정상회담을 진행해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 성사에 기여한 바 있다.
최근 북한 외무성 담당자들이 이달 말 실무협상을 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고, 트럼프 대통령도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북한과의 관계는 좋다"라고 말하면서 북미 간 실무협상 성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이 언급한 이달 말 실무협상이 열흘가량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주요 인사들은 '모멘텀'을 살리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우선 문 대통령은 22일 출국해 뉴욕 유엔 총회에 참석한다. 이번 방미에서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뉴욕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 특히, 문 대통령은 유엔 총회 연설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성과를 설명하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요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우리 측 실무 담당자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9일 방미했다. 이번 방미에서 카운터 파트너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정부 관계자, 싱크탱크 및 학계 관계자들을 만나 적극 실무협상에 대해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이들뿐 아니라 서훈 국가정보원장도 지난 17일 극비리에 미국 출장을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비핵화 협상에서의 의제를 조율하기 위해 미국을 찾은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서 원장은 주요 시점에 미국을 방문하거나 판문점에서 북한 인사들과 접촉해왔다. 지난해 3월 한반도 평화무드가 시작되기 전 서 원장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워싱턴 D.C.를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한 바 있다. 이후 북미정상회담 추진은 속도가 붙었고 결국 싱가포르에서 1차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됐다.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북미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북미 간 셈법을 조정하는 데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가 중간에서 묘안을 던질 수도 있다는 분석도 했다.
고유환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시작 자체를 남북이 시작했다"면서 "이제 결실을 맺을 것이냐, 새로운 길로 갈 것이냐의 갈림길에 있으니 우리 정부로서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이 미국에게 타협 가능한 셈법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3차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지려면 북미 간 상호 이익에 맞는 셈법이 필요한데, 우리 정부가 중간에서 조정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측의 상응조치에 대해서는 "대북제재 완화가 시급하기 때문에 북한에서는 예외적으로 적용받는 것을 원할 것"이라면서도 "미국도 국내정치 상황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요구한다고 해서 받는다는 보장은 없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놨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우리 정부가 미국에 제안할 수 있는 딜에 대해 "미국이 체재 안전을 보장해주고 남한이 경협을 통해 제재를 벗어나지 않고 북한에게 신뢰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라며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재개, 인도적 지원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경제 보상은 남한의 역할로 해 놓고 정치적으로 안전 보장은 미국이 하라는 뜻"이라며 "연내에 약속만 한다면 (영변 등 비핵화 과정이) 내년 초가 돼도 큰 상관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