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지지층 확보에 방점…총선 앞두고 '정권 지키기' 나서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최근 민주당과 조국 법무부 장관, 문재인 정부를 둘러싸고 박지원 무소속 의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여권 인사들의 발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결국, 조 장관 이슈를 놓고 '진영 논리'가 강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 의원의 경우 민주평화당을 나와 '대안정치연대'에서 활동하면서 조 장관과 현 정부의 성공을 지지하는 입장을 밝혀왔다. 조 장관의 국회 청문회에서도 딸의 동양대 표창장 사진이 자기에게도 전달됐다고 말하는 등 정부여당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
지난 15일 그는 "이제야 민주당이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고 한다"며 메시지에 '훈수'를 두기도 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렇게 전략부재, 갈팡질팡하는 집권여당은 처음 경험한다"며 "경험칙상 검찰의 수사는 굴러가면 끝이다. 과거 군사독재정권이나 이명박근혜정권 때 검찰을 조정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어 "저는 처음부터 검찰·사법개혁에 방점을 찍고 증거 없는 구두 의혹에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임명 강행한다 했다"며 검찰의 수사 방향 등을 분석한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또 박 의원은 16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어떻게 됐든(검찰이) 조 장관의 가족들을 옥죄어 간다는 생각을 갖는다"면서 "조 장관은 (사건들과) 관계가 없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 이사장도 점점 목소리를 키워가는 모양새다. 유 이사장은 지난 8월29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언급한 '서울대 마스크 시위' 발언으로 시작해 최근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등을 통해 현 정국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밝히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 장관을 지내면서 문재인 정부와도 밀접한 관계에 있는 유 이사장은 그 정치적 파급력 또한 적지 않다. "현실 정치에 개입하지 않겠다"며 제도권 정치에 발을 들이고 있진 않지만 라디오와 유튜브 방송 등을 통해 내놓는 발언들은 여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유 이사장은 지난 14일 유튜브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해 조 장관을 둘러싼 검찰 수사를 '가족 인질극'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야권의 반발은 거세게 일고 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유시민 작가, 똑똑한 분이 이상해졌다"며 "조국 가족이 인질로 잡혔답니다. 그런데 인질범이 누군지는 밝히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사실상 정치인은 아닌 유 이사장의 발언에 야당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또 박 의원과 같은 여권 인사들의 여당 관련 발언도 강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박 의원 같은 경우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공통 목표가 있고, 곧 총선이 온다. 결국엔 정치지형이 중요한 것"이라며 "범진보진영 대 범보수의 대결이라고 인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유 이사장도 지금 정권이 위기라고 보기 때문에 발언을 하는 거다"라며 "조 장관이 무너지면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세를 면치 못할 거고, 총선에서도 대통령의 후광 효과를 누리지 못할 거다. 유 이사장 발언에 대한 향한 비판이 있지만 그럼에도 (말하는) 이유는 정권과 내년 총선을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배 소장은 두 사람이 결국 김대중 정부(박 의원)와 노무현 정부(유 이사장)의 유산을 물려 받아 그 정신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로, 문 정부의 성공이 진보 진영의 맥과 연관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김대중-노무현-문재인으로 이어지는 민주당 전통, 유산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또 박 의원 같은 경우 대안정치연대가 내년 총선에서 연대하게 될 경우 공천이 보장돼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두 사람이 보여주는 건 진영 논리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박 의원도 최근 조 장관을 향한 발언을 약하게 하지 않나. 소속은 다르지만 진영을 지키기 위해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현실 정치에 나서지 않기로 선언한 유 이사장과 관련해서도 "현정권이 무너지면 (그 영향이) 노무현 정부까지 오고 노무현재단의 위상이 약해질 수도 있다"며 "지금은 이른바 지지층 내에서의 내부단속과 지지층 결집 강화에 나서야 한다. 지금은 중도 싸움이 아니라 핵심 지지층 간의 싸움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조 장관을 놓고 우리 정치권과 여론이 진영으로 나뉘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통화에서 "언론에 많이 노출된 인사는 진영을 위해서 총싸움에 나서는 거다. 유 이사장도 진영 싸움에 갇혀있는 것"이라며 "딱 지금이 조 장관 임명을 놓고 양쪽에서 진영 싸움이 되다 보니, 말이 되든 안 되는 누군가 총대를 매는 거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괜히 머리를 깎았겠나. 다 진영에 잘 보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현 정국을 결국 강대강의 진영 다툼으로 보는 박 평론가는 "민주당 공천을 받고 싶으면 조 장관을 옹호하고 '도덕성은 검찰의 수사를 보자'며 야당을 비난하는 거다. 그렇게 총대를 매면서 내년 총선과 자신의 정치적인 이득을 극대화하려는 일종의 정치행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이사장은 반은 정치인이다. 제도적인 의미에서 정치를 하지 않을 뿐 발언 자체는 정치적이다. 또 본인은 부정하지만 나중에 대선에 나올 수도 있는 거다. 여당에서 만약에 총선 때 선대위원장을 맡아달라고 하면 안 할 건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조 장관을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은 여야를 떠나 범진보와 범보수 간의 대결로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단식·삭발·장외투쟁으로 몸집을 키우는 야권 인사들의 움직임과 더불어 여권 인사들의 발언수위와 영향력도 그에 못지않게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회에서 여야 협상도 난항을 겪으면서 정국은 더욱 극단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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