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 않는 한국당의 '습관성 막말'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환호가 비난으로 바뀌었다. 환호의 대상자 스스로 재를 뿌리고 말았다. 박인숙 자유한국당 의원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난 11일 한국당 인사 중에선 처음으로 삭발한 박 의원을 향한 긍정적 평가가 쏟아졌다. 삭발 정치가 구태인 것은 사실이나 여성 의원으로서 절대 쉽지 않았을 결정에 '대단한 용기'라는 평가가 나왔다. 지금까지도 한국당 현역 여성 의원 중에서 삭발한 의원은 박 의원이 유일하다.
박 의원의 삭발은 결국 황교안 대표의 삭발로 이어졌고, 한국당에선 '릴레이 삭발'에 불이 붙은 상태다. 강효상·심재철·이주영 의원을 비롯해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도 삭발 투쟁에 동참했다. 여러 비판도 쏟아지지만, 한국당으로선 지지층을 결집하는 좋은 기회가 됐다.
'쇼'라는 여당과 일부 의원들의 지적이 나왔지만, 대여 투쟁의 시발점이었다는 데는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 같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였다. 박 의원은 이 좋은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한국당의 삭발 투쟁에 재를 뿌렸다. 황 대표가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삭발한 그날(16일) 박 의원은 마이크를 잡았다. 조국 법무부 장관을 향한 비판을 쏟아냈다. 문제의 발언이 나왔다.
"제가 의사인데 조국 이 사람은 정신병이 있다. 성격 장애, 이런 사람들은 자기가 거짓말을 하는 걸 죽어도 모른다. 정신병 환자가 자기가 병이 있다는 것을 알면 정신병이 아니다. 이 사람 가족과 이 사람은 거짓말한 걸 전혀 모른다."
그는 조 장관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황 대표의 삭발로 분위기가 한창 고조됐을 때 나온 박 의원의 발언에 몇몇 한국당 관계자들은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박 의원의 '정신병' 발언은 장애인 비하 막말 논란으로 번졌다. 비판이 쏟아졌다. 장애인 인권 단체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은 "국회의원이며 의료 전문가로서 장애인들이 듣고 상처를 받을 수 있는 발언을 하면서 평등과 정의를 외칠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박 의원은 18일 "제 잘못된 발언으로 인해 정신적인 충격과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사과했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당은 '막말'로 논란의 중심에 자주 섰다. 박 의원이 사과한 이날도 의사 출신이자 같은 당 중진인 신상진 의원은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하루 빨리 정신건강의학과에 가서 정신감정을 받으시고 나라가 더이상 불행하지 않도록 하시길 바란다"고 했다. 박 의원이 조 장관을 향해 '정신병'이라고 말한 것과 도긴개긴 발언이다.
사기를 끓어 올리는 것은 무척 어렵다. 그러나 사기가 꺾이는 것은 순간이다. 삭발을 감행하며 대여 투쟁 사기를 끌어 올렸던 박 의원이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도 갚는다는 말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말의 중요성을 강조한 속담이다. 정치인에게 말은 국민을 설득하는 도구이자 수단이지만, 박 의원처럼 '독'이 될 수도 있다. 여성으로서 쉽지 않았을 삭발, 그러나 세 치 혀에 결국 그의 결단은 의미를 잃어버리게 됐다. 당의 투쟁 동력 상실은 두말할 것도 없다. 한번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 이미 잘려 나간 머리카락을 다시 붙일 수 없듯이 말이다.
최근 조 장관 사태로 여권의 지지도가 하락하고 무당층이 대폭 증가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당으로서는 반전을 위한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 한국당도 이 무당층을 흡수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그러나 습관적인 막말부터 버리지 못한다면 무당층이 한국당을 향해 움직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한국당은 알아야 한다. '무당층'이 왜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지 말이다. 지금 상황이라면 무당층 흡수는 언감생심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