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정기국회, 과제 쌓인 민주당 "협치는 결국 여당 몫"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야당이 정쟁의 구렁텅이로 끌고 가려고 해도 의연하게, 꿋꿋하게, 단호하게 민생 국회로 만들어야 한다. 그게 우리의 능력이고 성숙함임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입증해야 한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의원들에게 당부했다. 20대 마지막 정기국회를 앞둔 정부여당은 문재인 정부 집권 3년차 입법 성과 내기에 부진하고 있다는 지적을 의식한 발언이다. 20대 국회는 지속된 정쟁과 국회 파행으로 본회의법안 처리율은 30%대에 그치고 있다. 산적한 법안 처리가 시급한 상황이다.
18일 오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민주당 국회의원 워크숍에선 집권 중반기 성과내기와 예산 심사 방향이 주요 논제가 됐다. 이날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 이정동 청와대 경제과학특보가 현 경제상황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날 워크숍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모두발언에 나선 당대표·원내대표는 총선 승리와 경제 활력 제고 방안 등을 중심으로 의원들의 노력을 주문하면서도 의사일정 합의에서 이견을 보인 자유한국당을 거세게 비판했다. 특히 이날 보도된 일부 장관들의 불출마설과 현역 의원 물갈이 등 총선을 앞둔 당 현안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먼저 이해찬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제가 맡은 소임은 세 가지"라며 "당을 현대화 하고 민주적으로 소통하는 당을 만들어 내년 총선에서 압승하는 것"이라며 "그 힘을 몰아서 문재인 정권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고 2022년에 정권 재창출의 역할을 우리 당이 잘 해야 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날 미뤄진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했다. 여야는 대정부질문과 국정감사 일정에는 합의했지만 조국 법무부장관 출석에 이견을 보여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을 확정짓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국정감사 일정에도 한국당은 "합의한 바 없다"는 입장을 내면서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할 전망이다.
그는 "여기 대표 연설문이 아직 잠자고 있다. 열심히 준비했는데, 프롬프터까지 다 연습했는데 지금 잠자고 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잠자고 있는 연설문이 살아나서 다른 당 대표하고 비교될 날이 오기를 반드시 만들어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여야의 일정 합의를 촉구했다.
이 대표는 오는 총선을 앞두고 당 운영 방침을 재차 밝히기도 했다. 특히 이날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된 장관 겸직 의원들의 불출마 선언을 간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앞서 중앙일보는 유은혜 사회부총리·김현미 국토부 장관·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21대 총선에 불출마한다며 민주당이 현역 물갈이에 들어갔다는 등의 내용을 보도했지만 민주당 측은 "유은혜·김현미 장관불출마 관련 기사는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했다.
그는 "이제는 당도 정기국회에 대응하면서 총선 준비를 철저하게 하는 태세를 가질 것"이라며 "요즘 언론에 보도되는 이상한 뉴스가 있는데 흔들리지 마시고 당은 아주 민주적으로 객관적으로 총선까지 잘 운영하겠다고 약속드린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한국당이 몽니를 부린다고 비판했다. 그는 다소 늦게 개최된 워크샵을 두고 "정쟁의 악순환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며 "보름 넘는 시간 동안 한국당은 불필요한 장외투쟁과 무책임한 정치공세로 일관했다"고 일침했다.
그는 "정기국회의 시작을 알리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조 장관의 출석에 동의할 수 없다는 앞뒤 맞지 않는 이유로 파행할 수밖에 없었다"며 "6월 국회 정상화를 위해 합의를 시도한 후로 벌써 4번째 합의가 번복됐다. 상임위별 보이콧까지 하면 참 정상적인 국회 일정 진행이 너무너무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이 원내대표는 발언 내내 한국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모두 알겠지만 지금이 바로 국회에서 정치와 사법, 국회에서 개혁을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그런데 한국당은 정기국회 시작부터 장관 해임건의안, 국정조사, 특검 이런 것들을 운운하면서 모든 정쟁의 카드를 뽑아들고 있다. (국회를) 조 장관의 제 2차 청문회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대화와 공존의 정치를 무력화하고 국회 파행을 스스로 조장하고 있다고 고백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성숙한 여당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협상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이 원내대표는 "수많은 난맥상이 있지만 결국 협치의 미를 최종적으로 완성하는 것은 여당의 몫이라고 생각한다"며 "끝없이 유연하게 협상에 임하는 정기국회를, 여당답게 성숙한 모습으로 민생국회로 전환하기 위해서 함께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번 정기국회는 사실상 20대 마지막 국회로 총선 전 집권여당은 산적한 민생 법안을 처리해야 하는 큰 과제를 안고 있다. 지난 2·4·6월국회에서도 여야는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놓지 못한 채 정쟁을 반복했다.
이 원내대표는 "국민은 정쟁보다는 민생, 정략보다는 정책 경쟁으로 국회가 일하라고 분명하게 말씀한다"며 "그중 중요한 게 입법 성과를 만드는 것"이라며 "빛을 보지 못하고 쌓여있는 민생 법안들이 있다. 비상하게 노력해서 수많은 법안들을 처리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주요입법과제 설명과 내년도 예산안 심사 방향 발표에서는 조정식 정책위의장과 이철희 예결위 부간사가 설명에 나섰다.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결과 브리핑에서 "2019년도 상반기 법안처리 현황이 51개밖에안 된다. 아직도 1만 6천 개 이상의 법안이 계류중이기 때문에 여러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지만 법안처리를 잘 진행하고자 한다"며 "일본수출규제 대응과 경제활성화 법안을 최우선적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야당과 협의해서 (법안) 통과 가능성 제고에 주력하고자 한다"며"문재인 정부 정체성과 관련한 개혁 쟁점법안에 대해선 처리 가능성은많지 않겠지만 당위성과 개혁 의지를 지속적으로 표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당의 국정감사 일정 미합의 입장과 관련해 "그게 정확히 나경원 원내대표가 한 말인지는 모르겠다"며 "이 원내대표한테 물어봤더니 10월22일 예산과 관련한 시정연설이 합의됐기 때문에 그 전으로 20일간 국정감사를 한다고 계산하면 2일 부터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다시 한 번 대표들간 합의될 것이고 19일에 만나기로 했기 때문에 17일에 한 합의가 그대로 되는지 봐야 될 거다. 저희는 분명히 합의가 된 걸로 알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후 민주당은 국무위원 참석 하에 각 상임위별 분임 토론에 나서기도 했다. 국회엔 조 장관을 비롯해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 등 다수 장관이 참석했다. 박 원내대변인에 따르면 김현수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각각 아프리카 돼지 열병 관련 현안 논의와 유엔 회의 참석 준비로 불참했다.
moone@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