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하노이 회담 이후 '빅딜→단계적 방안' 찾기 위한 의도"
[더팩트ㅣ외교부=박재우 기자] 지난 6월 판문점 '깜짝 회동' 이후 묵묵부답이던 북한이 드디어 북미협상에 대해 입을 열었다. 하지만 하루 만인 10일 새벽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를 하면서 앞뒤가 다른 모습을 보였다. 하루 사이에 이 같은 행보를 보인 북한의 의도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북미협상에서의 협상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체제안정을 위해 단거리 발사체는 북한 비핵화 협상에 포함되지 않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미국이 북한에게 체재 보장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셈법을 가져오라는 의미라고도 평가했다.
지난 9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담화를 통해 "9월 하순경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미국 측과 마주 앉아 지금까지 우리가 논의해온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토의할 용의가 있다"고 미국에 제안했다. 이후 북한은 10일 새벽 평안남도 내륙에서 동쪽 방향으로 330km 정도의 단거리 발사체 두발을 쐈다.
앞서 미국은 판문점 회동 이후 북한이 협상에 나오지 않자 강한 압박까지 하면서 협상 테이블로의 복귀를 촉구했다.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지난 8일(현지시간)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협상 테이블로 복귀하지 않거나 미사일 시험을 시행한다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실망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최근 미국 내부에서는 일본과 남한의 '핵무장'을 언급하면서 북한과 중국을 압박하기도 했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6일(현지시간) 미시건대학교의 강연에서 "우리가 오늘날 북한의 핵무기 제거를 위해 일하고 있으나 이런 노력이 실패하면 이후에는 아시아 지역의 핵확산 도전에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미국 의회조사국(CRS) '비전략 핵무기' 보고서에서도 "많은 전문가들이 미국의 동맹이 미국의 핵무기에 대해 신뢰하지 못한다면 자신들이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고 할지도 모른다"며 "중국과 북한에게도 위협을 받기 때문에 이러한 주장은 일본과 한국에서 나올지도 모른다"고 언급됐다.
이에 대해 북한은 협상에 나서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안전보장'과 단계적인 '비핵화' 해법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번 발사를 체제 보장을 위해 '단거리 발사체'는 남겨두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위원은 10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전관용'에서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북미협상 이후)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제거한 이후에도 북한의 체제 안정을 위해서는 단거리 또는 방사포는 계속 보유하겠다는 것"이라며 "(단거리 탄도 미사일은) 비핵화 협상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이 주장하는 새로운 셈법에 대해 "영변 핵시설에 대한 폐기와 상응조치를 교환하자, 적어도 트럼프 1기 동안에는 거기까지 하자는 게 북한의 계산"이라며 "이 부분을 (미국이) 받아들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는 안전보장에 대해 미국에 주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미국이 말로는 북한의 안전보장을 이야기하면서 한미연합훈련과 한국에 전략무기를 수출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홍 실장은 "단순히 북한이 협상을 거부하거나 지연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미국에게 하노이 이후 새로운 셈법을 가져오라는 의도"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