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갑작스런 조국 '의혹 해명' 기자간담회… 취재진은 '황당'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국회=남윤호 기자

인사청문회 대신할 기자간담회 열리기까진 불과 '3시간'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국회 인사청문회를 받아야 할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의혹 해명' 기자간담회가 열린 건 본인의 의사 표시 직후 약 3시간 뒤였다. 제대로 준비되지 못한 채 사실상 인사청문회를 대신할 기자간담회에 참여할 취재진 대부분의 표정은 황당한 표정이 역력했다.

이날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파행 등의 과정을 통해 2~3일 예정됐던 청문회가 무산되자 조 후보자는 이날 오전 11시 50분께 적선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들께 직접 진실이 무엇인지를 판단하실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게 장관 후보자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오늘 중이라도 국민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려고 한다"고 알렸다. 이후 기자간담회 개최까진 '일사천리'였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조 후보자로부터 해당 요청을 받았으며, 약 3시간 뒤인 오후 3시 국회에서 '대국민 기자간담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알렸다. 당의 개입 등은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조 후보자가 '어떤 질문도 받겠고, 무제한으로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도 전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이러한 내용을 전달 받은 여러 취재진은 "준비가 안 된 상황인데 왜 하필 오늘이냐"고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갑작스러운 기자간담회로 인해 중계차가 급히 준비되고, 취재진이 몰리는 등 국회는 크게 분주해졌다.

이후 곧 국회 본청에 기자간담회 장이 마련됐고, 일부 기자들과 논의했다는 민주당은 기자간담회 '룰'에 대해 통보했다. 그러나 앞서 설명과 달리 여러 제약이 존재했고, 모순되는 룰들이 있다는 불만이 나왔다. 우선 민주당은 좌석이 협소하니, 1사1인만 현장 취재가 가능하다고 했다. 다만 약 4분의 1의 좌석을 당직자 들을 위해 비워달라고 했다.

또 당은 '민주당 출입 매체'만 현장 취재가 가능하다고 알렸다. 민주당은 민주당 출입 기자들 중 1사1인 취재 비표를 배포한 뒤 수시로 확인했다. 이는 곧 소란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한 보수 성향의 유튜브 채널 관계자들에 대해 민주당은 취재가 불가하다고 알렸고, 이들은 퇴장하며 "이게 민주주의냐. 언론 자유가 있다"며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나. 대한민국 만세"라고 소리쳤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모두발언에서 본인 의혹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누군가는 서슬퍼런 칼날을 감당해야 한다. 제 스스로 존재를 증명하고 법무부 장관으로서 책임을 다 해야 한다고 임명 당위성을 강조했다. /남윤호 기자

이어 조 후보자가 회의장에 도착했다. 그는 담담한 표정으로 가방을 푼 뒤, 허리 숙여 인사했다. 이후 조 후보자는 "개혁과 진보를 주창했지만 불철저했고, 젊은 세대에 큰 상처를 줬다. 법적 논란을 별개로 국민들과 학생들에게 죄송하다"면서도 "누군가는 서슬퍼런 칼날을 감당해야 한다. 제 스스로 존재를 증명하고 법무부 장관으로서 책임을 다 해야 한다"고 본인 임명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조 후보자는 "감히 국민 여러분께 요청드린다. 과분한 이 자리 이외에 어떤 공직도 탐하지 않을 것"이라며 "제가 이번 일로 여러 번 초라한 순간을 맞는다 해도 부당한 사실로 제 아이들을 공격하는 일을 멈춰 달라. 허물도 제게 물어 달라. 책임도 제게 물어 달라. 허물도 저의 것이고 책임도 저의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조 후보자와 취재진은 비슷한 질문과 답변을 반복했다. 조 후보자는 자신의 여러 의혹에 대해 해명이 가능한 부분에 대해선 강한 어조로 답변을 내놨지만, 일부에 대해선 "모른다"는 등 답변을 피했다. 특히 검찰이 수사 중인 사모 펀드 의혹, 딸 입시 특혜 의혹 등에 대해선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답하기 어렵다"고 했다.

조 후보자는 딸과 관련해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조 후보자는 허위 보도 주장과 관련 "그것이 저희 딸아이와 관련됐을 때는 너무 힘들다"며 "지금 혼자 사는 딸에게, 밤 10시 심야에 오피스텔 앞에서 (기자들이) 문을 두드린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 후보자는 울먹이며 "그럴 필요가 어디 있느냐. 그래야 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에 취재진 사이에선 "자료 요청 권한이 없는 취재진에게 준비 시간도 주지 않고 기습적으로 청문회 정도의 기자간담회를 하라는 게 어딨냐 ", "본인에게만 유리한 자리를 만든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lws209@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