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언론 변호 이유로 '편향성 문제' 지적·사퇴 촉구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방송통신위원장으로서 자격이 없다. 이달의 좋은 보도를 꼽으면서 친정부성향 43건, 이달의 나쁜 보도로 조선, 중앙, 동아, 한국경제 등 18건. 민언련(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 12년 4개월. 그냥 특정 진영에 몸담아왔다. 그 성향이 하루아침에 바뀔 수 없다. 지금까지 좌파 언론을 위한 변호사 활동을 해온 거다. 연목구어인 것. 콩 심은데 팥이 날 수가 없다."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정치 성향'을 거론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후보자를 향해 "좌파 진영의 선수로 뛰다가 갑자기 방통위라는 심판이 되겠다는 건가"라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그 자리는 앉아있을 자리가 아니다. 이효승 (전) 위원장이 왜 중도 퇴진한 줄 아나? 가짜뉴스를 정복하라는 청와대의 지시를 따르지 않아서 그렇다. 방통위원장이 그렇게 하고 싶나"라고 따져 물었다. 한 후보자는 "그건 평가의 문제"라고 답했다.
30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청문회가 열린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정보위원회 오후 질의에서 야당 의원들은 후보자의 과거 활동을 근거로 "방송계의 조국"이라며 '정치 편향성'을 문제 삼았다. 또한 최근 대두되고 있는 가짜뉴스 문제와 관련해 후보자와 일부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한 후보자는 민언련 출신 변호사로 MBC 등 진보 성향 언론사들의 소송을 수임하기도 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이를 두고 "자격 미달"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박 의원은 "그대로 가면 좌파 인사로 정권 거수기가 되는 것"이라며 "문빠 언론을 위한 방통위원장이 될 건가"라며 힐난했다.
이를 두고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엄호 사격에 나서기도 했다. 이 의원은 한 후보자에게 "변호사 윤리강령을 보면 사건이 비난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수임을 거부하면 안 된다고 되어 있다. 후보자가 조중동의 수임을 받아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한 후보자가 "그런 바 없다"고 말하자 이 의원은 "그렇다면 진보 언론 수임을 맡아온 게 그들에게 영업해서 그런 것이냐"고 재차 물었다. '아니다'는 후보자의 답에 이 의원은 "조중동에서 의뢰 자체를 하지 않아서 원천적으로 변론을 해줄 수 없는 건데, 그 데이터를 가지고 정치적 편향성을 말하는 건 잘못된 논리다. 유감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날 여야는 '가짜뉴스 대응'에 대한 후보자의 입장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박광온 민주당 의원은 후보자에게 '위안부는 스스로 자원한 매춘부다. 위안부는 못생겨서 봉투를 쓰고 했을 거다. 독도는 일본 영토다'라는 등의 화면을 보여주며 "유튜브에 나오는 영상이다. 이런 영상이 보호받아야할 표현의 자유가 있나"라고 물었다.
이에 한 후보자는 "상당히 벗어나 있다고 본다. 역사관의 차이와는 다른 차이가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박 의원은 "'가짜뉴스는 사실관계를 바로잡는데 많은 노력과 비용이 소모된다. 명확한 기준과 처벌 등에 대한 법률을 정비해달라'는 말을 지난 2017년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가 했었다. 이 인식이 국민의 보편적 인식과 일치한다고 본다"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가짜뉴스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러자 한국당 쪽에선 '드루킹 사건'을 언급하며 "가짜 댓글, 인터넷 여론조작도 심각하다"고 목소리 높였다. 송희경 한국당 의원은 "'좌표찍기'란 게 있다. '조국 힘내세요'를 올렸더니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상당 기간 했다. 지금 실검 1위는 무엇인줄 아나? '법대로 임명하세요'다. 굉장히 심각한 인터넷 유린이다. 드루킹 사건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데도 이렇게 유린된 현실을 본다"고 공세했다.
최연혜 한국당 의원은 최근 '수꼴 발언'으로 논란이 된 YTN 변상욱 앵커를 언급하며 후보자의 생각을 묻기도 했다. 한 후보자가 변 앵커 관련 사건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다"고 답하자, 최 의원은 "바람직하지만 않은 건가. 그러면 여기서 반듯한 아버지는 조국이 기준인가. 이분이 9월 3일 한국방송대상 공로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방통위원장 후보로서 이자리에서 잘못됐다는 의견을 내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한 후보자는 "방송대상은 상을 선정한 어떤 절차를 통해 했을 거고, 방통위에서 줘라 마라 하는 권한이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에 최 의원은 "왜 이렇게 비겁한가. 사회 정의를 위해 노력한 결과 오늘 이자리까지 오신 분이 이런 게 사회적인 정의인가"라며 "개탄도 못하나. 누구 눈치를 보는 건가"라고 비난했다.
이날 한국당 의원들은 계속해서 후보자의 정치 편향성과 변 앵커의 공로상 수상을 언급하며 공격에 나섰다. 박 의원은 "가짜뉴스로 시작한 정권이 가짜뉴스로 망할까봐 두려워하는 것 같다"며 "지금까지 역사를 흔들었던 5대 가짜뉴스가 광우병·천안함·세월호·사드·탄핵괴담이라고 생각하는데 동의하는가"라며 대답을 종용하기도 했다.
한 후보자는 "개인적인 평가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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