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정치팀과 사진영상기획부는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TF주간 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 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파는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파기가 아니라 종료입니다"...靑 취재진도 술렁인 '지소미아'
[더팩트ㅣ정리=이원석 기자] -한일 관계는 점점 더 경색되고 있습니다. 점차 장기화되는 모양새인데요. 22일엔 우리 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해 정치권이 술렁였습니다. 정부가 어떤 선택을 할지에 대해 발표 직전까지도 그 누구도 확신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지소미아도 파장이 계속되고 있으나, 이번 주 내내 각종 뉴스를 도배한 것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여러 의혹들이었습니다. 매일 같이 조 후보자의 딸, 가족 관련 각종 의혹이 터져 나왔는데요, 정치권과 국민들이 모두 놀라고 있습니다. 특히 여권은 속내가 상당히 복잡해 보입니다. 이번 정국을 절체절명의 위기라고 판단하는 등 여권 내부의 견해에 대해 확인해봤습니다. 먼저, 청와대의 지소미아 종료 발표 당시 분위기에 대해 들어보겠습니다.
◆ 靑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기자들 '술렁'
-청와대가 22일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청와대가 예상 밖의 초강수를 뒀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그렇습니다. 일본과 이른바 '경제 전쟁'을 치르는 우리 정부가 전면전을 피하고자 지소미아 연장 또는 조건부 연장을 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우세했습니다. 과연 한·미·일 정보 공유 체제를 깨는 결정을 할 가능성이 있겠느냐고 본 겁니다. 또 일본의 추가 경제 보복 등 확전의 우려도 컸습니다. 실제 당일 오전만 해도 정부가 조건부 연장으로 무게를 뒀다는 등의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청와대는 갈등 해결에 소극적인 일본의 태도를 지적하면서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로 인해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청와대의 발표 당시 춘추관(청와대 기자실)의 분위기는 어땠나요?
-청와대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NSC 상임위 결과를 보고 받은 뒤 약 1시간가량 다시 한번 토론을 진행하고, 그리고 이를 재가했습니다. 막판까지 상당히 고심한 대목으로 볼 수 있겠죠. 청와대는 오후 6시께 지소미아 연장 여부에 대한 결과 발표 시각(6시 20분)을 공지했는데요, 브리핑룸에는 상당한 긴장감이 흘렀습니다.
-기자들에게는 원래 브리핑 내용이 조금 일찍 알려지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하지만 이날은 기자들에게도 거의 1~2분 먼저 결과가 알려졌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듯이 정부가 끝까지 상당히 고민했다고 알 수 있는 부분인데요, 결과가 알려지기 전까지 기자들 사이에서도 온갖 추측이 오갔지만, 그 누구도 확신하지는 못했습니다. 저도 미리 보도를 준비하면서 결과가 몹시 궁금했는데요, 다른 기자들 역시 대부분 매우 긴장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예정된 발표 시간 2분 전, 정부 발표문이 기자들에게 전달됐는데요, 순간 브리핑룸이 술렁였습니다. 지소미아를 종료하기로 한 것에 대부분 기자가 놀란 눈치였습니다. 실제로 큰 탄식을 뱉는 기자도 있었습니다. 저 또한 이러한 결과를 예상하지 못해서 적잖게 놀란 상태였습니다.
-결과를 전하는 청와대 측은 어때 보였습니까?
-당연한 것이지만 상당히 조심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김유근 안보실 1차장의 결과 발표 이후 청와대 핵심 관계자와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는데요, 어느 기자가 질문 첫마디에서 '지소미아 파기로 인해'라고 말하자, 이 관계자는 말을 자르며 "파기가 아니라 종료다. 파기는 마치 우리가 뭘 어겨서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더라고요. 지소미아는 1년 단위로 연장하게 돼 있거든요. 아무래도 단어 하나에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보니 청와대도 신경을 쓰는 것 같았습니다.
◆조국 정국 대하는 민주당 속내 "여기서 밀리면 총선서도…"
-이번 주 여의도에서 가장 많이 들렸던 이름은 역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였습니다. 여러 의혹에 휩싸인 대상이 이번 문재인 정부의 핵심 인사이자 항상 청렴한 이미지가 강했고, 조 후보자였기 때문인지 국민들도 적잖이 놀란 분위기입니다.
-예, 맞습니다. 아직 청문회가 열리지 않았기 때문에 그 어떤 의혹도 함부로 단정 지을 수 없지만, 매일 같이 드러나는 여러 의혹들에서 드러난 사실들만으로도 적절하지 않다는 여론이 적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정치권 반응도 인상적인데요, 특히 여당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국민들 분위기 역시 상당히 좋지 않다는 것을 아마 민주당도 느꼈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겉으로는 그렇게 보이진 않는데요?
-그렇습니다. 겉으로는 태연해 보이지만 분명히 여권 내에서도 우려가 큰 것은 사실입니다. 지난 21일 민주당이 의원총회를 가졌는데요, 공개 발언 이후 진행된 비공개 회의에서 의원들은 카메라 앞에선 하기 힘든 우려들을 쏟아냈습니다. 당시 의원들의 발언을 <더팩트>도 정치권 관계자들을 통해 전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 여러 의원이 자유발언을 통해 자신의 견해를 폈는데요, 한 의원은 "조 후보자를 봤을 때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며 "우리 당이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국민들의 인식을 정확히 판단해야 향후 정부와 당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확히 판단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 의원의 의견은 우선 조 후보자의 의혹들에 부적절한 부분이 분명히 있고, 그 부분에 대해 어떤 제스쳐를 취해야 하는지 분명히 정해야 한다는 경고로 풀이됐습니다.
-즉, 이 말을 조금 더 쉽게 풀자면, 조 후보자를 무조건 옹호할 것이냐, 아니면 잘못된 부분을 인정하고 사과를 한 뒤 임명이 되도록 도울 것이냐, 그것도 아니면 버리고 갈 것이냐 이러한 내용들 중 당이 어떤 행보를 취해야 할지 확실히 결정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비슷한 의견은 또 있었는데요, 한 의원은 국민들은 조 후보자의 언행불일치에 분노하고 있는데, 당이나 조 후보자는 불법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다면서 "당이 초점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 조 후보자가 잘되기를 바라지만 우리 당이 무능해 보여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의원은 조 후보자 관련 논란이 당에 큰 위기가 될 수 있다고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다만 이 의원은 조 후보자에게 부적절한 부분이 분명히 있지만 무엇보다도 당이 "밀려선 안 된다"며 조직적인 대응을 강조했습니다. 이 의원은 "우리가 전쟁터에 있는데 여기서 밀리면 총선에도 밀릴 것"이라며 "다음 주가 되면 당 지지율이 엎어지고 대통령에게 타격이 갈 수도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날 자유 발언을 한 의원들 중 약 40%가 조 후보자 의혹에 대해선 부적절하다는 견해를 편 것으로 보였는데요, 이러한 당 분위기를 지도부도 어느 정도 감안했기 때문인지 23일 지도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이해찬 대표는 조 후보자 논란과 관련 자세를 낮췄습니다. 이 대표는 "조 후보자 논란과 관련해 속상해하고 걱정을 많이 하는 것을 잘 안다"면서 "정말로 송구스럽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습니다. 청문회가 열리기도 전에 당이나 후보자가 사과를 하는 것은 이례적인데요, 이번 일에 대해선 민주당이 '무조건 감싸기'가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한국당은 '조국 낙마'에 올인?… "청문회 3일간 하자"
-야당, 특히 한국당은 조 후보자의 여러 의혹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번 일이 정국 주도권과 지지율 등을 가져올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기회라고 여기는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한 주간 국회에선 상임위원회도 많이 열렸는데요, 한국당 의원들은 발언마다 조 후보자의 이름을 꺼내며 자체 '미니 청문회'까지 열었습니다. 교육위원회에선 조 후보자 딸의 논문, 학력 논란 등에 대해, 기획재정위원회에선 탈세 의혹에 대해, 정무위에선 펀드 의혹에 대해 묻는 등 다른 말을 하다가도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으면 조 후보자를 꺼내놓는 모습이었습니다.
-상임위 전후 마이크가 꺼진 상태에서도 한국당 의원들의 관심사는 온통 조 후보자였습니다. 한국당 의원들이 민주당 의원들과 인사를 하면서도 "조국 어떻게 할 거냐"고 묻거나, 정의당 의원들에게는 "빨리 데스노트에 올려라"고 말하는 모습도 있었습니다.
-지금 근데 청문회 일정이 확정이 된 건가요? 언제 열린다는 내용을 한 번도 듣지 못한 것 같습니다.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다른 장관 지명자들에 대한 청문회 일정은 얼추 정해졌지만 조 후보자 청문회 일정에 대해선 여야가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야당에선 청문회를 최대한 늦추려는 모습입니다. 9월 추석까지 이슈를 끌고 가려고 하는 의도라는 풀이도 있고요, 끌면 끌수록 의혹들이 더 나오고, 피해가 커지기 때문인 것으로 보여집니다.
-청문회를 3일간 하자는 주장도 나왔다고요?
-그렇습니다. 23일 한국당에선 조 후보자 청문회를 3일 동안 열자고 했습니다. 의혹이 많으니 하루만으로 다 풀 수 없다는 주장인데요, 민주당에선 "국무총리 청문회도 2일인데, 말도 안 되냐"며 황당해하고 있습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한국당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저의가 의심스럽기 짝이 없다"며 "그럴 거면 집에 가서 다른 일을 하는 게 낫지 않냐"고 꼬집었습니다.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이원석 기자, 박재우 기자, 문혜현 기자(이상 정치팀), 장우성 정치사회 에디터, 임영무 기자, 배정한 기자, 남윤호 기자, 임세준 기자, 김세정 기자 (이상 사진영상기획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