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민생·개혁법안 산적한데… '조국대첩' 매몰된 국회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여야 정쟁이 심화되며, 다른 시급한 현안들이 뒷전으로 밀려난 모양새다. 조 후보자가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적선동 현대빌딩에서 법무부 장관 내정에 대한 입장을 밝힌 뒤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는 사무실로 이동하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탄 모습. /이새롬 기자

'조국 청문회'에 뒷전으로 밀려난 국회 현안들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여야 정치권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정쟁에 집중하면서 시급한 현안을 뒷전으로 미루고 있다는 지적이다.

8·9 개각에 따른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자는 7명이지만, 정치권과 언론의 관심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 집중되고 있다. 전담 태스크포스(TF)까지 꾸린 자유한국당의 연일 계속되는 의혹 제기에 더불어민주당은 방어막을 치는데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거대양당을 중심으로 한 진흙탕 정쟁이 지속되며, 시급한 현안인 결산심사와 민생·개혁법안 처리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올해 내내 '놀먹국회'(놀고 먹는 국회)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국회가 주력해야 할 일은 조 후보자 검증 외에도 산적하다. 하지만 '조국대첩'이라는 말까지 회자될 정도로 정치권의 관심은 온통 조 후보자에게 쏠린 상황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 및 조국 인사청문회 대책TF 연석회의에서 조 후보자는 더 이상 국민들에게 좌절감을 주지 말고,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뉴시스

◆조국, 조국, 조국…조국에 빠진 정치권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20일 원내대책 및 조국 인사청문회 대책 TF 연석회의에서 조 후보자의 과거 발언과 행동이 다른 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남에게는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정작 본인과 주변에는 한없이 관대한 이중성, 그 모순이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는 집권세력의 민낯"이라며 "더 이상 국민들에게 좌절감을 주지 말고, 물러나는 것이 맞다"고 사퇴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상임위간사단 연석회의에서 "한국당은 추측을 소설로 만들고, 그 소설을 확증으로 부풀리며, 후보자 가족에 대한 신상털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의혹이 있다면 청문회 날짜를 잡고 청문회장에서 따져서 후보자의 해명을 들으면 된다"고 반박했다.

조 후보자를 중심으로 한 거대양당의 팽팽한 공방이 이어지며, 국회는 인사청문회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이러는 사이 결산심사는 또 다시 시한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결산심사를 통해 정부의 예산집행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밝히고, 장래의 재정계획과 그 운영에 중요한 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매년 9월 1일 정기국회 개회 전까지 전년 회계연도 결산심사를 마쳐야 한다(국회법 제128조 2항).

결산심사는 '상임위별 예비심사→예결위 종합심의·의결→본회의 심의·의결→정부 이송' 순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까지 예비심사를 마친 상임위는 단 한 곳도 없고, 본회의 일정은 기약이 없다.

사실 국회는 결산심사와 관련한 국회법을 상습적으로 어겨왔다. 최근 10년 간 국회가 국회법에 명시된 정기회 이전까지 결산심사를 마친 것은 2011년 한번 뿐이다. 해당 년도를 제외하고 매년 국회법을 어겨 늑장 처리했고, 특히 2017·2018년에는 12월에야 전년 결산을 마무리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0일 원내대책회의-상임위간사단 연석회의에서 한국당이 추측을 소설로 만들고, 그 소설을 확증으로 부풀리며 후보자 가족에 대한 신상털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의혹이 있다면 청문회 날짜를 잡고 청문회장에서 따져서 후보자의 해명을 들으면 된다고 말했다. /뉴시스

◆전문가 "조국에 '올인'하다 역풍 맞을 수도"

이달 말로 활동 기한이 종료되는 정개·사개특위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선거·사법제도 개혁안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정의당이 선거·사법제도 개혁안 이달 내 처리를 촉구하며 이날부터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릴레이 농성에 들어갔지만, 한국당의 반대가 커 실제 처리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일본의 경제보복 대응안과 민생법안 처리도 시급하지만, 관련된 논의는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이날 기준으로 20대 국회에선 2만1333건의 법안이 발의돼 6348건을 처리하는데 그쳤다(처리율 약 30%).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지금 벌어지는 '조국대첩'은 우리나라 의회정치의 후진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며 "한국당 지도부가 조 후보자에게 '올인'하는 모양새인데, 결산, 한미방위비 증액 논의, 정치·사법제도 개혁, 민생법안 등 국회가 할 일을 내팽개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시사평론가는 이어 "한국당의 입법활동 비협조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지난 8월간 제대로 가동되지 않은 놀먹국회가 올해 남은 4개월도 조국대첩으로 날리면 국회 존재 이유에 대한 근본적 물음과 국민소환제 등 의원 규제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이고, 이를 주도한 한국당은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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