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 이번 사태에 책임…재발 방지 대책 세우는데 힘 합쳐야"
[더팩트ㅣ박재우 기자]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가 지난 13일 탈북민 모자 사망 사건에 대해 "가장 큰 책임은 당연히 북한 당국과 김 씨 일가에 있다"고 비판했다.
태 전 공사는 이날 '탈북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편지에서 "이번 탈북민 모자의 아사 소식으로 국내외 탈북민 사회는 깊은 슬픔과 울분에 잠겨 있지만 북한 김정은은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30일 한 임대아파트에서 한 탈북민 모자의 시신을 발견했다. 발견 당시 사망한 지 2개월이 지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집에는 고춧가루 외에 먹을 것이 없었고 통장 잔고엔 0원이 찍혀 있었다.
그는 "북한도 아닌 이곳 대한민국 땅에서 사람이 굶어 죽을 수도 있다니…"라며 "그것도 배가 고파 굶주림을 피해 목숨 걸고 북한을 떠나 이 나라를 찾아온 탈북민이 대한민국에서 굶주림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 선뜻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충격적인 비극을 접하면서 북한 정권에 대한 강한 분노를 느끼게 됐다"며 "북한 정권이 주민들의 기본권과 생존권을 최소한이라도 보장해 주었더라면 수만명의 탈북민들이 그리운 형제들과 친척들, 친우들이 있는 정든 고향을 떠나 이곳에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 정권은 이번 사건을 탈북민들과 남한 사회에 대한 비난과 탈북방지를 위한 내부 교양용 선전에 이용하고 한국 사회와 탈북민들, 한국 정부와 탈북민들 간의 증오와 갈등이 증폭되는 촉매제가 되기를 기대하고 또 그것을 조장하려 들 것"이라고 꼬집었다.
태 전 공사는 "북한 당국이 원하는 것은 탈북민들의 불행한 삶과 탈북사회의 내부분열, 한국 사회와 정부, 탈북민들 간의 반목과 갈등, 그리고 탈북민들의 한국정착 실패"라며 "불쌍한 두 모자의 죽음이 남한 정치 갈등의 희생물로 이용당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헌법상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대한 보호 의무를 지고 있는 정부도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우리 탈북민들은 정부의 책임이나 남한 사회의 무관심 문제를 따지기에 앞서 같은 탈북민으로서 곁에서 어려운 처지를 미리 알고 어루만져 줄 수는 없었는지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기회에 두 모자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또 다른 탈북민들을 찾아내고 이들에게 삶의 희망을 줄 수 있는 탈북민들의 협의체를 만들어 정부의 정책적 힘에 우리 힘을 보태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는데 지혜와 힘을 합쳐 나가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