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윤석열 "검찰 대선배의 관심·지적 감사해"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검찰 후배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을 만난 선배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8일 최근 검찰의 편향 인사 우려 등에 대해 거침 없이 쓴소리를 했다. 속내가 드러나지 않는 표정으로 말 없이 황 대표의 충고를 다 들은 윤 총장은 "좋은 지적 감사하다"고 답했다.
이날 오전 10시 윤 총장은 국회를 찾아 황 대표를 예방하기로 했다. 두 사람이 만나기로 한 장소에 먼저 도착한 것은 역시나 후배 윤 총장이었다. 윤 총장은 약 1~2분 동안 서서 황 대표를 기다렸다. 그는 이날 만날 황 대표, 유기준 사법개혁특별위원장, 나경원 원내대표 등 한국당 인사들을 의식한 듯 한국당의 상징색인 빨간색 넥타이를 맸다.
황 대표가 도착했고, 두 사람은 악수를 나눴다. 착석한 뒤 황 대표가 "참 오랜 만에 보는데 임명을 축하한다. 소회를 말씀해달라"고 리드했다. 윤 총장은 "법무부 장관으로 계실 때 뵙고 5~6년이 된 것 같은데 늘 바쁜 일정에 건강하신 모습으로 보니까 아주 반갑고 좋다"고 짧게 인사말을 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입을 마이크 가까이 가져간 황 대표는 "이왕 총장이 됐으니까 균형 있게 검찰을 잘 이끌어주길 바란다"고 입을 뗐다. 그는 작심한 듯 최근 검찰을 향한 여러 우려를 아끼지 않고 풀어놨다. 황 대표는 "균형 있는 인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인사 결과를 보면 첫 인사기 때문에 아직 인사에 과정들을 거쳐 가면서 개선이 되겠지만, 중요한 보직을 특정 영역의 검사들이 맡고 있는 것 아니냐 우려가 있다"며 "좀 편향적인,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인사가 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많이 있다. 유념하셔야 될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황 대표는 한국당 등 보수 쪽에서 고소고발한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편향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한가지는 내가 당에 돌아와서 보니까 문제제기를 해서 이쪽에서 고소고발한 사건들이 정확한 통계를 갖고 있지 않지만 70여건된다고 한다"며 "아주 극히 일부 4~5건 정도가 처리가 됐고 나머지는 사실상 유야무야가 됐다. 과연 그렇다면 공정한 수사가 된거냐. 이런 우려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황 대표는 "이런 부분들도 총장으로 취임하셨으니까 면밀히 잘 살펴서 공정한 수사가 이뤄지도록 그렇게 검찰 잘 이끌어 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별다른 표정 없이 황 대표의 말을 들은 윤 총장은 "지금은 공당의 대표이시지만 저희 검찰의 대선배이신 우리 대표님께서 그래도 검찰에 대해서 늘 관심을 가져주시고 또 좋은 지적을 해주신거에 대해서 깊이 감사드린다"며 "지적해 주신 말씀은 저희가 검찰 업무를처리하는 데 신중하게 받아들여서 잘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정중히 대답했다.
이에 황 대표는 "나라가 어려울 때 중책을 맡아서 힘들 텐데 최선을 다해 오직 나라만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마지막으로 한번 더 윤 총장에게 당부한 뒤, 취재진을 향해 "자리를 정리해주시면 선후배 간에 얘기를 좀 나누겠다"고 요청했다. 두 사람은 취재진이 떠난 뒤 약 20분간 비공개로 대화를 가진 뒤 헤어졌다.
사법연수원 13기인 황 대표는 23기 윤 총장보다 무려 10년 선배다. 두 사람에겐 '악연'도 있다. 지난 2013년 황 대표가 박근혜 정부 법무부 장관이던 시절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팀장을 맡았던 윤 총장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신병 처리와 법리 적용을 놓고 법무부와 갈등을 빚었다. 당시 윤 총장은 국정감사 현장에서 황 대표(당시 장관)가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취지의 폭탄 발언을 해 정직 1개월의 징계와 좌천성 인사를 겪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