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문제가 근본적 원인… 자체적인 해결 선호
[더팩트ㅣ박재우 기자] 미국 외신과 싱크탱크는 5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한일 무역갈등에 무관심과 함께 관여하고 싶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기조를 표방하며 역대 여느 정부보다 한일갈등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 요청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관여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우리 정부와 정치권은 미국의 중재 가능성에 희망을 걸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는 '한일갈등 미국은 도울 의향 없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4일(현지시간) "미국이 한일 갈등의 해결 의지가 없거나 또는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가 두 동맹의 분열 심화 위험에도 불구하고 균열을 바로잡기 위해 개입하는걸 꺼려왔다"며 "지난 2일 태국 방콕에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났다"고 설명했다.
또한, 회담 당시 사진을 메인에 걸어놓고 "폼페이오 장관이 한일 외교 장관에게 두 팔을 활짝 벌리며 '이리로 오라'고 하지만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 외무상은 쳐다보지도 않고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며 "한일 관계 악화뿐 아니라 이 지역에서 평화 중재자 역할을 해온 미국의 리더십 약화를 보여주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트럼프 정부는 너무 늦었다"며 "앞으로 미국은 한국 군함이 일본 군함을 향해 발포하지 않을까 걱정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파기는 한반도에서 양자 협력과 억지를 강화하려는 미국의 노력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싱크탱크인 외교협회(CFR)도 5일 브리핑을 통해 "한일분쟁이 장기화되면 반도체 등 글로벌 공급망에 파급력이 클 것"이라며 "한국은 보복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지만, 내부에서는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도 진행 중"이라고 한일 무역갈등과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갈등의 배경으로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꼽았다. 특히, 실라 스미스 미 외교협회 일본 담당 선임연구원을 인용해 "과거사뿐 아니라 대북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차이도 원인"이라며 "또, 한국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기회로 보는데 일본은 경쟁자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서 CFR은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도 두 동맹의 과거사 문제에 개입하는 것을 꺼려했다"며 "그러면서도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이 동맹 약화가 북한과 중국에 맞서는 데 악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여전히 걱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로버트 켈리 부산대학교 교수는 미국 안보전문 매체인 '더 내셔널 인터레스트(The National Interest)' 기고에서 "과거에는 미국이 중재자 역할을 했었다"면서도 "미국은 두 동맹국과의 관계에서 북한과 중국을 견제하는 데 힘을 써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켈리 교수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전에는 두 나라의 갈등을 막기 위해 중재를 했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전혀 관심을 보이고 않고 있다 지적했다. 켈리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 간의 갈등에는 관심이 없다"며 "단지, 이 동맹국가들이 미국과의 무역관계에서 이익을 보고 있다는 게 불만족스러운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전에 갈등은 수많은 기사와, 싱크탱크, 책으로 다뤄지긴 했었는데 최근 한일갈등에 대해서는 미국 전문가들과, 관료들이 많은 말을 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하면서 "병 속에 담긴 두 마리의 전갈을 꺼낼 때가 왔다"면서 미국이 개입하지 않을 때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개입하지 않는 것이 중대한 위협으로 이어진다면 큰일이겠지만, 미국의 개입이 '도덕성 해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민족주의자와 극단주의자들의 비판을 일으킬 수 있다"며 "미국이 개입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타협을 끌어낼지도 모른다"고 보았다.
한편 일본 국영방송 NHK는 5일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한국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일본 측 입장에 이해를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같은 날 익명의 미 국무부 관계자는 NHK와 인터뷰에서 "미국이 양국 사이에 들어가도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없다"며 "자체적으로 합의해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