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김대중-오부치 선언' 설계자가 말하는 '아베'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평화당 일본 경제보복 대안 마련을 위한 최고 전문가 초청 집담회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주역 최상용 교수에게 듣다에서 최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총리 만나서 해결해야"

[더팩트ㅣ국회=박재우 기자] 일본이 지난 2일 각의(내각회의)에서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지난달 초 일본이 가한 반도체, 디스플레이에 이은 추가 경제보복으로 한일관계가 극한의 대치로 치닫고 있다.

우리 정부와 정치권은 대응책으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폐기 검토, 독도방어 훈련 강행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외교적 해결 노력에도 힘을 쓰겠다는 입장이다.

상황이 갈수록 나빠지는 가운데 과거 사례에서 해법을 찾을 수는 없을까. 민주평화당은 '김대중-오부치 선언'에 집중했다. 지난 1998년 10월 8일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가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 '을 발표했다. 당시에도 일본 교과서 문제, 독도 문제로 한일 간 갈등이 치열했지만, 이로 인해 한일관계는 급속도로 발전했다.

민주평화당은 5일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김대중 오부치 선언의 주역 최상용 교수님께 묻다' 집담회를 열고 최상용 전 주일대사를 통해 향후 한일 갈등의 해결책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최 전 대사는 신조 아베 일본 총리에 대해 설명하면서 해결 방안을 언급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평화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동영 대표가 모두발언하고 있다. 회의장 한 쪽 벽에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진이 걸려 있다. /뉴시스

아베 총리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는 최 전 대사는 "아베 총리는 신념을 갖고 예측 가능한 정치를 하고, 유연성도 대단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일본의 연속성에 대해서 확실한 신념을 갖고 (정치를) 한다"며 "이는 변치 않은 상황이니 바꾸려고 하지 말고, 그걸 생각하고 교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정치적 유연성에 대해 "아베 총리는 납북자 문제로 총리 된 사람"이라며 "그런데도 최근에는 납치 문제에 토를 달지 않고 만나겠다고 하는데 이 정도 유연성이면 우리 대통령을 못 만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적어도 3년 동안 우리가 마주 앉아서 바라봐야 할 상대"라면서도 "아베 총리의 화이트리스트 조치는 통상 평화에 어긋난 조치"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우리 언론의 일본에 대한 태도도 지적했다. 최 전 대사는 "우리 언론에서 아베 정부가 혐한 감정을 참의원 선거에서 이용한다고 했는데 그것은 좀 과한 것 같다"며 "일본에 혐한이 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정 정권의 정책에 대해서 얘기할 때는 설득력과 논리를 갖고 비판해야 한다"며 "정권과 그 나라 국민을 하나로 매도하는 것도 사실 맞지 않다. 조금 냉정하게 봐달라"고 강조했다.

향후 아베 총리와의 협상에 있어 희망적인 부분도 언급했다. 최 전 대사는 20년 전 김대중-오부치 선언 체결 당시 아베 총리가 부 관방장관을 맡아 이에 반대했다면서도 지난해 김대중-오부치 선언 20주년에 아베 총리가 나타나 축사를 했다고 전했다.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평화당 일본 경제보복 대안 마련을 위한 최고 전문가 초청 집담회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주역 최상용 교수에게 듣다에서 정동영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최 전 대사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 자리에서 축사로 "그때는 20년 전이라 젊었었다. 일본이 한국에 너무 양보하는 것 같아서 반대했다"며 "지금 생각해보니까 지도자의 결단이 이렇게 무겁구나"라며 적극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최 전 대사는 "이렇기 때문에 아베 총리가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문구를 담자고 협상하자면, 받아들일 것"이라며 "사실 우리는 사과를 받고 피해자들에 대한 물질적인 배상은 우리가 하면 된다"고 말했다.

최근 방일 의원단을 통해 일본 의회에 방문한 조배숙 의원도 참석해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해 일본에서는 7~8개월 동안 우리 정부가 방치했다고 생각해 불쾌하게 상각하고 있다"며 "이런 부분을 지적하면 자칫 일본을 두둔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는데 '친일파'로 매도하는 분위기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국익이 중요한데, 어떻게 이문제를 해결할 것인가는 외교적 해법 밖에 없다"며 "우리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총리를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대철 고문도 "장기적인 안목에서는 문 대통령이 자청해서 아베 총리를 만나야 한다"며 "용서하는 입장에서 그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대화를 청하고 우리가 좀 희생하더라도 해야 한다"며 "지는 게 이기는 것이다. 우리가 용서하고 양보하는 태도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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