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文 겨냥 비난…남북관계 신뢰 훼손 대목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일본의 무역보복에 이어 북한이 최근 잇달아 군사적 압박 행보를 이어가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남북관계는 또다시 흔들리고 있다.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 이후 균열이 생겼던 남북관계가 개선되기는커녕 제자리걸음 상태다. 북한이 반복해 도발을 감행함에 따라 북미 간 비핵화 대화 동력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해왔던 문재인 대통령의 촉진자 입지가 좁아지는 모습이다.
북한은 지난달 25일, 31일 그리고 2일 각각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신형대구경조종방사포 시험사격을 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3일에는 새로 건조한 SLBM(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잠수함을 공개하기도 했다.
북한의 연이은 무력 도발은 이달 예정된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우리 정부의 최신형 무기 도입 등에 대한 불만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북한은 지난달 첫 미사일 발사 이후 매체를 통해 "조선지역에 첨단공격형 무기들을 반입하고 군사연습을 강행하려고 열을 올리고있는 남조선 군부호전세력들에게 엄중한 경고를 보내기 위한 무력시위"라고 밝혔다.
북한은 이번 미사일 도발 후 남측을 향한 비난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앞선 미사일 발사 이후에는 "조선당국자들이 세상 사람들 앞에서는 '평화의 악수'를 연출하며 공동선언이나 합의서 같은 문건을 만지작거리고 뒤돌아 앉아서는 최신공격형 무기 반입과 합동 군사 연습 강행과 같은 이상한 짓을 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문 대통령을 겨눴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있을 때마다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며 신속한 움직임을 보였다. 다만, 심각한 안보 위협 속에도 NSC는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비핵화 협상 재개의 동력 잃지 않도록 수위를 조절하는 기색이 짙다.
2일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북한의 발사체 발사와 관련해 청와대에서 열린 관계부처 장관회의 결과 서면브리핑에서 "관계 장관들은 지난달 25일과 31일에 이어 또다시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한 것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면서 "북한이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 완화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이러한 행위를 중단할 것을 재차 촉구했다"고 밝혔다.
지난 6일 30일 판문점 회동에서 약속한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 시한이 이미 지난 상황이다. 당시 판문점 회동에서 북미는 2~3주 내로 실무협상을 재개하기로 한 바 있다. 한 달이 넘도록 북미 간 실무협상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어떻게든 정체된 북미 비핵화 협상을 이끄는 데 청와대가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차질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 반전과 비핵화 협상 동력을 살리기 위해서는 북한이 직접적으로 요구하는 우리 정부가 들어주느냐가 관건이다. 하지만 이달 초부터 '19-2'(alliance)로 알려진 한미연합훈련을 예정대로 시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F-35 등 첨단 전략 무기를 도입하는 것은 되돌릴 수 없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북한은 이달 중 또다시 미사일 시험 발사 등 전력 개선 및 시위 활동을 지속할 가능성이 있어, 현실화된다면 남북관계는 더욱 냉랭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문 대통령의 큰 어려움에 빠질 수밖에 없다. 북한의 무력 도발에 반응을 자제해온 문 대통령은 안보 책임과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야당의 공세를 받아왔다. 사실상 북한의 불만 표출을 외면해왔던 문 대통령이 북한의 추가 도발에는 더 거센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또 북한과 신뢰가 크게 훼손되면서 문 대통령의 외교적 입지도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미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겨냥해 비난하면서 흔들렸던 관계가 더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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