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안, 99일 만에 국회 통과… 끝까지 실망스러웠던 여야

여야가 2일 밤 9시 본회의를 열고 5조83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처리했다. 전광판에 표시된 표결 결과. /국회=이새롬 기자

日, 한국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 이후 반나절 만에 '뒷북' 본회의

[더팩트ㅣ이원석 기자] 5조83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지난 4월 25일 국회에 접수된 지 99일 만이다.

국회는 이날 오후 9시가 넘어 본회의에서 일본 경제보복 대응, 미세먼지·산불 등 재해재난 예산이 포함된 총 5조8269억 원 규모의 추경안을 의결했다. 표결 결과 재석의원 228명 중 찬성 196명, 반대 12명, 기권 20명으로 통과했다.

규모는 당초 정부가 제출한 6조6837억 원에서 1조3876억 원을 감액하고 5308억 원 증감함으로써 8568억 원가량 줄어든 5조8269억 원으로 확정됐다.

내용을 살펴보면 일자리 예산 등 경기대응 예산 약 1조3000억 원을 감액했고, 야당의 반대가 강했던 국채 발행은 3066억 원을 삭감했다. 일본의 무역보복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 편성한 2732억 원을 비롯해 강원도 산불피해, 노후상수도 교체 예산, 지하철 공기질 개선 분야 등 재해관련 예산 등에 대해 5000억 원가량 증액했다.

또한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 백색국가)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과 관련 대응 예산으로 1조8000억 원의 목적 예비비도 쓸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처리는 역대 최장 기간 통과되지 못했던 2000년에 이어 두 번째로 오래 걸린 추경이 됐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지정을 놓고 여야가 몸싸움까지 벌이는 등의 기나긴 과정을 거쳐 겨우 본회의에 올랐다.

김재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은 1일 추경안 음주 심사 논란에 서기도 했다. 앞서 2일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김 의원. /이새롬 기자

당초 극적으로 여야가 6월 임시국회에 합의하면서 지난달 19일 추경을 처리하기로 했지만, 다시 시작된 정쟁으로 무산됐다. 이후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의 7월 안보국회 요구를 받은 민주당이 수용하면서 본회의를 통과하는 결과까지 이뤄졌다.

추경 처리에 앞서 오후부터 열린 본회의에선 지금까지 밀린 각종 법안과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철회를 촉구하는 '일본 정부의 보복적 수출규제 조치 철회 촉구 결의안' 등도 처리됐다.

다만 협상 막판까지도 국회는 실망스러운 모습뿐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야는 원래 1일 본회의에서 추경안과 일본 수출규제 철회 촉구 결의안 등을 처리하기로 했었다. 이날(2일) 오전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을 할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여야는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공전을 이어갔고, 결국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가 결정된 지 반나절이 지난 뒤에야 결의안과 추경을 처리했다. 그야말로 '뒷북'처리였다.

심지어 추경 심사를 책임질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김재원 위원장의 '음주 심사'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 의원은 '지각 심사'가 한창이던 전날(1일) 밤 술에 취한 상태로 국회에 나타나 "자격이 없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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